■ 12월 10일 교과부 외고 체제 개편 발표에 관한 논평

 
 “교과부가 제시한 외국어 ‘인재’ 양성은 일반 교육목적이므로, 외고는 특수목적고가 될 수 없습니다”
 
12월 10일 발표된 교과부의 외고 체제 개편안은 외고 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에 한참 못 미칠 뿐만 아니라 또다른 외고 문제를 양산시킬 수 있는 매우 문제가 많은 안으로 평가됩니다. 혹시나 했던 우리의 기대는 여지 없이 무너져버렸습니다. 예상대로 교과부는 외고에 대한 개혁 의지가 전혀 없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교과부안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는 특목고의 설립 근거가 될 수 없어
 
그동안 외고는 어학영재 양성을 설립 목적으로 두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학 영재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적절한 판별 도구가 없으며, 사회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런 비판을 염두에 두고, 이번 교과부안은 외고 목적을 어학 영재가 아닌 어학 인재 양성에 두면서, 외고의 특목고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습니다.
 
외고가 교과부안대로 어학 인재를 기르는 것에 목적을 둔다면, 이들을 왜 특성화고가 아닌 특수목적고에서 길러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교과부는 분명히 답변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학 인재는 보편 교육의 범주에 속합니다. 이미 초등학생들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은 어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일반계 고등학교 문과생들 중 일부는 어학인재를, 일부는 인문사회 인재를, 그리고 나머지는 상경계 등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일반계 아이들은 어학 둔재를 길러낸다는 말인가요? 설립목적상 문과계열 일반계고와 하등 차이가 없는 학교를 특수목적고등학교로 규정하고 소수의 학생들만 마치 과학 영재처럼 뽑겠다는 것은 논리적 설명력이 떨어집니다. 외고가 어학 영재가 아닌 어학 인재를 목적으로 한다면, 특성화고등학교 혹은 일반계고로 분류되는 것이 마땅한 것입니다.
 
■ 입학사정관제는 해법이 될 수 없어... 고액 사교육 폭증 주범 될 것
 
교과부 안은 입학사정관을 중심으로 중 2 - 3학년의 영어 내신, 학습계획서, 학교장 추천서를 전형 요소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영어 내신을 중심으로 보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성과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영어는 다른 교과와의 상관성이 비교적 높다고 볼 때, 여전히 우수한 학생들이 외고에 집중될 가능성은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외고 열풍은 여전히 뜨겁고,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드는 곳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유지될 것이고,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외고 문제는 반복될 것입니다.
 
정부안이 시행될 경우, 외고 입시를 위한 특목고 학원들은 지금 체제는 변화가 불가피합니다만, 영어 사교육 비중은 더욱 높아지는 만큼, 영어 내신 에 대비한 영어 사교육으로의 전환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교과부 안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입학사정관제에 관한 장밋빛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과부안을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해보겠습니다. 영어 내신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할 때, 현재처럼 우수한 학생들이 몰린다면, 내신의 변별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입니다. 동점자라든지 유사한 점수대 학생들이 몰려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때 외고는 지원학생의 생활기록부를 보면서 전 과목 우수자, 수학과 과학 과목 우수자,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별도의 영어 인증 시험 점수 등에게 가점을 부여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최악의 경우, 외고는 학교 간 학력 격차, 내지는 학교가 속한 지역 등을 고려하여 중학교 등급제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입학사정관제는 계량화된 점수 형태로 모든 전형을 환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 평가관이 제대로 서 있지 않으면 왜곡된 형태로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대입 입시를 통해서 보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제도를 외고가 제대로 활용하고 정착할 수 있을까요?
 
그동안 외고가 입학사정관제를 주장한 것은 정부의 통제를 피해서 명문대학에 보낼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의도가 강하다는 것을 누가 부인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외고는 내신만으로는 변별력이 약하다는 이유를 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알파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외고는 학생 선발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전히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게 됩니다.
 
학교장 추천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추천서는 항상 객관적인 근거를 동반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별도의 스펙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체성이 떨어진 추천서는 일종의 요식행위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습계획서의 경우도, 학원이나 제3자가 대행해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교과부안을 요소요소 뜯어보면, 외고의 입장을 존중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외고 존속을 강력히 희망하는 이해 당사자의 목소리만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만일 외고를 개혁하겠다고 한다면, 지금 같은 적기는 없습니다. 앞으로 외고 출신들이 우리 사회에서 더욱 영향력이 커지면, 외고 개혁은 더 이상 진행하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외고 개혁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적 지지가 어느 때보다 드높은 지금이 외고를 개혁할 수 있습니다. 교과부안으로 가게 되면, 외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지금까지 했던 논란을 또다시 반복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주장
 
1. 고교에서 외국어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은 특수목적이 아니라 일반적 목적입니다. 대부분의 고교 문과계열 교육이 추구하는 바입니다. 왜 일반 목적을 특수목적이라 바꾸어서 외고에 특목고 지위를 부여합니까? 교과부의 지적처럼, 외고 설립 목적이 외국어 ‘영재’가 아니라 ‘인재’ 양성이 목적이라면 외고는 특성화고, 혹은 일반계고로 전환되는 것이 맞습니다.
 
2.교과부 안의 경우, 입학사정관을 제외해야합니다. 망국적 고액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설사 교과부 안대로 가더라도 선발 방식은, 영어 내신 성적 50% 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형 선발해야 합니다. 생활기록부 제출은 불필요합니다. 입학사정관제는 선발권자 마음대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인데, 영어 성적만 요구하겠다고 하면서 생활기록부를 요청하다니요.
 
3.정치권은 외국어 고등학교 입시체제로 인해 유발되는 초중학생 입시고통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외국어 고등학교 체제 전환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할 것입니다. 외고 문제를 교과부 시행령 개정 수준으로 처리하는 것보다는, 교육법 수준으로 개정하는 것이 낫고, 교육법 개정은 정부 입법보다는 의원입법이 훨씬 간소하므로 의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나서야합니다.
 
4.특목고로서 외고를 폐지하고, 특성화 고교, 혹은 자율학교 등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동시에 일체의 선발시험 제도 자체를 폐지를 해야합니다. 모든 중학교 입시 사교육은 이 선발시험(입학사정관제 포함) 그 자체 때문에 비롯되는 것입니다. 외고는 특성화 교육의 방침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지원 후 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됩니다.
 
 
2009. 12. 10.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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