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학교 뉴스레터 ] 강의스케치


'아이의 삶을 디자인 한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가당치도 않은 짓인가? '


- 닉네임 '후엠아이' 님


 

‘뇌의 신화(Neuro myth)’를 들어본 적 있는가?

과학으로 다가 왔으나 지금은 신화가 되어버린 이야기가 있다. 과학저널리스트 신성욱PD가 뇌에 관한 반전의 이야기를 들고 등대지기학교 세 번째 강의를 찾아왔다. 나만 몰랐던 그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시장은 늘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계속 소비하기를 권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학교가 아닌 시장이 교육을 주도 하고 있다. 교육의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산업화 된 시스템 안에서 지식을 상품으로 공급하는 전무후무 유일무이 한 나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 시장에 ‘과학의 옷을 입고 혹은 과학의 흉내를 내고 있으나 알고 봤더니 과학이 아닌 것, 예전에 폐기된 가설, 심지어 개인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들이 난무하고 있다.


대표적인 뇌의 신화로  

3세에 인간의 뇌가 완성 된다는 ‘3세 신화’,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다르다는 ‘우뇌 신화’,

조기영어 교육의 근거가 되고 있는 ‘영어 뇌 신화’,

태교방법으로 유명한 ‘모차르트 효과’ 등이 있는데,

놀랍게도 모두 이미 거짓으로 증명된 것들이다.

 

90년대 이후,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관찰 할 수 있는 기술 발전과 함께 많은 뇌과학 정보들이 신화가 되었다. 한국은 어떨까? 신성욱 PD는 ‘뇌’를 다룬 1990년~2010년간 한국의 주요 일간지 기사, 방송 3사의 뉴스, 다큐멘터리, 교육프로그램을 분석하고 참담함을 느낀다. 세계는 이미 머리 좋게 하는 교육에서 이웃과의 관계를 위한 교육으로 큰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최신의 뇌 과학 정보와는 단절된 채, 주로 사설 학원장들의 칼럼과 상품 광고를 통해 이미 거짓으로 증명된 주장들이 미디어의 교육 섹션에서 다뤄지고 있다.


과연 이것이 진실을 숨기고 신화를 영리에 이용한 그들의 잘못일까,아니면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아이를 키우는 우리의 잘못일까? 독보적으로 빠른 IT기술과 최신 모바일 기기로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하기엔 낯이 뜨겁다.

 

교육의 탈을 쓴 상품과 시스템은 2,3세부터 시작되고, 그 결과 소아정신과에는 상담 받는 아이들이 줄을 잇는다.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의 저자이기도 한 신성욱PD는 인간의 뇌를 ‘기계’가 아닌 ‘나무’로 볼 것을 권한다. 얼마 전에 심은 묘목과 수십 년의 세월을 견뎌 잎과 과실이 무성한 아름드리 나무 중에 무엇이 아름답고 쓸모 있는지 생각해보자.


인간을 기계로 인식하는 세계관은 어린 아이를 가장 성능 좋은 새 제품으로 취급하고, 하루라도 빨리 노후가 되기 전에 온갖 성능을 탑재하려는 오류를 유발해 아직 미숙하고 공사 중인 아이들의 뇌를 상하게 한다.

 

아는 것이 많은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에게 그가 전한 뇌발달 최신 정보는 이러하다.


인간이 아닌 채로 태어난 인간의 아이들이 인간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가장 토대가 되는 것은 ‘부모의 품’과 ‘이야기’이며 밝은 표정으로 눈을 맞추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눌 때 인간의 뇌가 활짝 열린다. 즉, 머리가 좋아진다. 또한 한 발 물러나 아이를 지그시 바라보면 아이의 뇌가 예술작품으로 잘 빚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모들은 지금 역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뇌가 단순해 질 수밖에 없는 경쟁교육 안에 아이를 내몰고 그 곳에서 옆의 친구를 이기라고 말하며 심지어 하루 중 잠깐의 대화에도 '학습 점검, 행동 교정, 불안감 전가하기'를 채운다.


인간의 이야기는 말(word) 7%, 말 아닌 것(눈 맞춤, 태도, 제스처, 표정 등)이 93% 라고 하는데, 요즘 내 아이가 나에게 주로 듣는 이야기와 마주하는 나의 표정이 어떠한가...

 

알아야 할 것도 모르고 상당 부분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 우리. 아이가 무언가를 미리 많이 알길 바라는 나에게 전하는 그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우리는 아직 우리의 뇌가 하는 일의 90%를 모른다. 나의 뇌와 나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의 90%를 모르는 것이다. 즉, 우리는 나라는 존재의 90%를 모른다. 내가 아이의 엄마이고 아빠라고 해서 아이의 삶을 디자인 한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가당치도 않은 짓인가? 그것을 깨달아야 한다.


햇빛, 별빛, 비, 바람, 토양, 그 속의 미생물 외의 내가 알 수 없는 수 많은 것들이 작물을 키우듯 자식 농사도 마찬가지이다.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지만 밖에 있는 무한한 원인들이 그 아이를 자라게 한다. 왜냐면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두 강의가 철학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으로 부모들의 굳어진 마음을 일구는 역할을 했다면, 3강은 뒤엎어진 밭의 돌과 바위를 골라내는 작업이었다. 등대지기 학교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강사들 간의 내용 공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장하는 관점이 일치되는 것인데, 역시 이번 강의에서도 앞 강의들과의 많은 교집합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럴싸한 모양만 갖춘 것이 아닌 사람 몸에도 좋은 작물을 기르려면 농부의 올바른 원칙과 가치관이 필요하다. 우리의 자식농사에 유익하고 올바른 정보들을 기꺼이 나눠 준 신성욱PD에게 큰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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