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모친?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으면...

 

 

'자유' 님의 감동소감문

 

김현수 교장샘은 5년 전 쯤 교사연수 때 강의를 들은 분이다. 정신과 의사라는 분이 학교 현실에 대해 대단히 정확히 알고 계시고 학생들에 대한 이해가 높으셔서 재미있게 들었던 강의이다. 그때 들었던 ADHD에 대한 이해는 지금도 기억난다.

 

작년에 교사 워크샵을 하면서 강사 추천을 할 때 김현수샘 이야기가 또 나왔었다. 난 그때 강사로 적극 추천했었다. 이렇게 진로학교 강사로 강의를 들으니 참 기대하는 마음이 생겨서 현장 강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특별히 대학생 딸과 함께 듣기로 했다. 진로학교 강의를 다 들려주고 싶은데 너무나 학교생활을 바쁘게 하는 것 같아서 권하지도 못했다. 방학 때라도 강의를 듣게 하고 싶은 게 바람이다. 다행히 한 강의라도 같이 현장강의로 듣기로 하고 김현수 샘 강의를 선택했다. 학교와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니 들을 때 공감대가 더 형성될 것 같기도 해서였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참 살기 힘들다는 데서부터 강의는 시작되었다. 자살율 1위에 실업율이 높고 어른이나 아이나 다 살기위해 특별한 강인함이 요구되는 나라라고 했다. 특히 아이들이 살기 힘든 나라라고 했다. 아이들을 실패시키며, 실패를 거듭 하며 실패가 내면화된 사회라고 했다. 아이들을 늘 대하는 직업의 특성상 마음이 짠해지는 시간이었다. 한국 사회는 고도성장압축사회라 전근대, 근대, 현대, 초현대가 섞여있는 사회이다. 아이들과 청년들과 장년들과 노년들이 각자 다른 사회에서 살고 있다. 자살율은 8년째 세계 1위이고, 고위험음주 및 중독사회이다. OECD 평균 자살율은 10/10만명인데, 우리나라는 30/10만명이다. 노인자살율은 OECD에서 가장 낮은 그리스가 3/10만인데, 우리나라는 90/10만이다. 자살율도 3배인데 노인자살율은 무려 30배이다. 이렇게 사회 전체가 살기 힘들게 되어있다. 마침 수업시간에 노인문제에 대해 가르쳤던 기억이 있어서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좀 살기 좋으면 안 되는 것일까?

 

가정과 학교는 입시교육 프로젝트팀으로 변질되었다. 가정과 학교의 변질이 학생들로 더 살기 힘들게 하는 것이다. 한없이 약하고 작아진 가정으로 인해 아이들은 많이 아프다. 사는 게 스트레스고 우울하고, 같이 살아도 친부모가 가족이 아니라고 느끼며, 그렇게 가치관은 변해간다. 행복한 일도 없고 따뜻한 정을 느끼지도 못하며 잘하는 일도 없이, 매일 인터넷만 하며 살고 있다. 특히나 부모, 조부모 세대와의 세대 차이는 대화와 의사소통의 부재로까지 이어진다.

 

 

힘든 사회의 유산이 아이들에게 결핍으로 남는다. 가정기능의 결핍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들은 다 너무나 새겨야 될 이야기들이다. 여인숙 가정, 공지사항 가정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지만 채권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했냐 안했냐 언제까지 하냐, 라는 식의 압박대화가 채권자와의 대화와 가장 흡사하다는 것. 청소년들은 그래서 자기에게 힘든 걸 시키는 건 부모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심각한 문제에 빠지는 것이다. 부모의 과잉보호와 정서적 방임 속에 방치된 아이들. 과잉보호와 정서적 방임이란 말에서 요즘 학생들의 문제점을 보게 되는 것 같다. 과잉보호 속에서 애정결핍 증상을 보이는 많은 아이들. 물질보다는 정서적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다.

 

생물학적 모친이란 말도 충격적이다. 마음을 알아주지 않으면 그냥 생물학적 모친일 뿐이라고 요즘 아이들은 그렇게 구별한다. 정서적 모친은 아닌 것이다. 상대적 박탈감의 강화로 설명되는 아이들의 모습. 남들 가진 거 다 가지고 할 것 다하고, 나만의 고유한 것도 가져야 되는 것. 메이커를 찾고 허위의식을 갖는 아이들. 이 사회에서 국가를 부모로 여기며, 기초 생활수급자가 목표라고 하는 아이의 이야기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빵의 결핍이 영혼의 결핍으로 이어지고, 도덕적 해이를 가져왔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무기력한 현실에서 오히려 현실적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기분은 어떠냐?”를 먼저 묻는지 “잘 했냐?”만 묻는지. 아이의 기분을 헤아리고 공감기능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 내게 있는 사무적 태도에사 아주 의도적인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한다.

 

대한민국의 교육제도가 가족 자체를 해체하고 파괴한다. 공동체 내에서 이제는 더 이상 멘토가 되줄 친척도 이웃집 형도 없다. 사교육 문제로 가족끼리 주말에 밥 한 끼 먹기 어려운 가정의 현실이다. 결핍으로 인한 분노와 무기력을 해결해야 아이들이 살아날 것이다. 공동체의 붕괴는 자살 증가로 이어지고, 따라서 공동체의 회복이 당연히 필요하다. 형제조차도 서로 왜 힘들게 사는지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불행한 현실들. 자살율 1위에서 벗어나려면 자살 예방 지킴이 gate keeper의 역할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만연한,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관심, 인정, 존재감을 얻지 못하는 좌절감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은 겉으로 드러내는 것보다 실패의 감정이 크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진 것이다. 결핍된 상태에서 분노로 무기력을 표출하는 아이들을 길러내고 있다. 실패가 가해자를 길러내고, 가해자는 희생양을 찾아 나선다. 학대방임가정과 중산층 방임가정, 상류층 방임가정에서 가혹한 가해자들과 조용한, 숨겨진 가해자들을 길러낸다고 했다. 우리나라 현실을 제대로 짚은 듯한 글에 다시 한 번 충격을 받는다. 이전에는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만 피해자 또는 가해자였으나, 지금은 그런 제한이 없다. 누구나 다 어려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학교폭력 문제가 지금처럼 징벌적으로 흘러갈수록 해결의 길은 멀다. 그런 면에서 회복적 정의가 필요하지만, 기본 문제는 가정의 회복이다.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파괴되어 살아가는 걸 보면 너무 안타깝다. 중산층들이 모여 사는 현재 학교에서 애정결핍인 학생들을 너무 많이 보면서 이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정상증후군 Normotic illness -비정상적으로 정상적인 사람. 지나치게 건실하고, 안정적이며, 사회적으로 외향적. 그에게 결여되어 있는 것은 주관성.. 상징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의 원천." 대상의 그림자, 크리스토퍼 볼라스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고, 건실한 면도 있고, 편안해 보이는, 순진하기도 한 그러나 주관적인 삶의 의미는 별로 없고, 성찰적인 면은 없고, 주관적인 감정과 사고의 세계는 없는, 창조성이 결여된 인격, 도덕적 판단이 없는 인격. 부모의 비정서성과 비반영, 감정적 교류가 없이 현실에서의 성과만 따질 때 나타나기 쉽다. 도덕성, 정의 등을 정서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해도 되도록 키워지는 아이들이 있다. 가정안에서의 신자유주의라고 했다. 찾아보니 더 무서운 개념이다.

 

아이들을 회복하는 일은 우리 자신을 회복하는 일이다. 어른들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은 다르지 않다. 아이들에게 참여할 기회를 주면 아이들은 주도적이 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고 그렇게 마을이 치유해야 한다. 핵심은 민주주의인데 그 민주주의를 깊게 확장해야 한다. 직접적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성장학교 별은 무학년 다연령제이다. 형제의 느낌이 들게 하기 위해서란다. 내면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연결끈이 필요하다. 다 함께 정한 규칙을 어겼을 때 책임은 각자 지게 한다.

 

성장학교를 만들 때의 어려움에 대해 질문이 있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의 두려움이 있으나 함께 가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 과정을 함께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 잘못 되면 고치면 되니까. 같이 가는 길이니까 덜 두렵다. 그러나 함께 하기 때문에 결정할 때 불편함은 있다.

현장교사로서 지금의 현실에 줄 수 있는 해답이 뭐냐는 내 질문에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답을 주셨다. 혁신학교보다 더 혁신적인 학교를 만들어, 학교를 바꾸고 수업을 바꾸고 모든 것을 바꾸라는 것. 공립형 대안학교에 대한 이야기였다. 좋은교사에서 이야기하는 좋은 학교 만들기와도 연결되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강사님이 걸어온 삶은 자기가 오늘 만난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 학교를 만들었고, 프레네 교육을 배우게 되었고 공부모임이 이어졌다. 가정폭력 문제에 대한 방법도 그동안 만났던 숱한 사람들을 만나며 해결책을 찾게 되었다는 것. 현장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

 

5년 전에 강의들을 때와 비교하면 연륜의 냄새가 더 난다고 해야 하나 그랬다. 어쨌거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멋진 삶을 개척해가는 삶이 아름답다. 성장학교 별을 한 번 탐방해 보고 싶다.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이 형제처럼 지내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좋다. 이 시대 힘들게 살아가는 청소년들과 청년들, 장년들, 노년들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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