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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기 대입 선진화 연구회의 대입개선방안(2010.8.19) 논평

 

 

 

국영수 수능 이원화제도는 ‘영수’

 

사교육 부담을 완화시키지 못하며,

 

대학과목 선이수제는 대입 전형과

 

연계될 경우, 대학교육 선행학습

 

사교육 부담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 대교협 중장기 대입 선진화 연구회 방안, 공통 지원 양식(UCAS형) 개발은 바람직

▪ 현재의 입학사정관이 처한 여건을 볼 때, ‘수시=입학사정관제 전형 통일’은 실효성 거두기가 매우 어려워

▪ 대학과목선이수제(UP)는 사실상의 대학 과목 선행학습으로서, 이를 고교 단계에서 대입 전형과 연계시킬 경우 사교육 증가 등 또 다른 부작용 우려

▪ 수능 국영수 수준별 시험 체제 이원화는 학생 부담 경감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일선 학교 현장에서 국영수 중심 교육과정의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대입선진화 연구회는 오늘 공청회를 통해 대입 전형 개선 방안과 2014년 수능시험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대입선진화 연구회의 이번 발표는 그 골자가 크게 5가지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첫째, 입시 전형 방식과 관련, 대학마다의 복잡한 전형요소양식을 통일시켜 영국과 같은 공통지원서 양식으로 개발하고, 대입지원과정을 간소화시키기 위해 시스템 구축을 통해 대입 지원방식을 일원화한다(제1요소). ▲둘째, 대입 수시전형을 단순화시키되 ‘입학사정관제’로 통일하거나 ‘전형틀을 2,3개로 통합’하는 방안을 강구한다(제2요소). ▲고교의 다양한 교육과정과 대입시와의 연계 차원에서 현재 진행하는 ‘예비대학 프로그램’(UP)을 대학 학점 인정을 넘어서 ‘대입전형 자료’로까지 활용한다(제3요소). ▲2014년 수능시험 개편 관련, 수능부담 완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수능 시험에서 수리 영역과 같이 국어, 영어에서도 난이도 낮은 유형(A형)과 현재의 난이도 유형(B형)으로 나누어 학생들이 선택하게 하되, 현재 수준의 난이도 유형(B형)은 국영수 세 과목 중 두 과목 이상을 응시하지 않도록 한다, 사탐과 과탐 과목은 최대 4과목 선택에서 각 1과목(종전 2과목 통합 수준)으로 축소하여 입시 부담을 완화한다(제4요소). ▲수능시험은 난이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2회 복수시행을 통해 실수 등으로 인한 수험생 피해를 완화한다(제5요소)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번 개선 방안을 분석한 결과를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일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제1요소), 학생들에게 학습 고통을 가중시키고 중등학교 교육 정상화와 긴장 관계에 있었던 대학입시제도의 개선효과는 미미하고(제2요소, 제4요소, 제5요소), 중등학교에서는 국영수 교과 편중 현상을 강화시킬 것이며(제4요소), 일부 영역에 있어서는 오히려 입시부담을 강화시킬 것(제3요소)이라 평가합니다.

 

■ 입학전형자료 공통 양식 개발 및 일원화 시스템 운영은 잘한 일

 

우선 대학전형자료의 공통양식 개발 및 활용과 통일된 시스템 운영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우리는 이전부터 대입시와 관련, 입학전형양식을 단순하고 통일시켜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야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학교마다 다른 서류 양식으로 인해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켰던 상황은 이로 인해 다소 완화될 것입니다. 또한 대입원서 접수 시스템 일원화 관련, 그동안 사설대행업체가 원서접수를 대행함으로 인해 학생들의 경제 부담 등이 적지 않았고 그로 인한 여러 부작용도 있었습니다만, 이를 영국의 대입 전형 관리체제를 본받아 공신력 있는 단위에서 일원화하는 것은 매우 필요합니다.

 

■ 수시모집 전형 단순화 : 입학사정관제와 연결시, 실효성 거두기가 쉽지 않아

 

수시모집 전형을 단순화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사실 각 대학교의 수시모집 전형을 보면, 요구하는 제출 서류 등은 매우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차이 때문에 일반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복잡함 속에서 사교육 입시컨설팅 시장 등이 확장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수시 모집을 단순화시키되, 특히 이를 입학사정관제로 통일시킬 경우에 대한 판단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수시모집이 전체 입시모집 인원의 60%를 차지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입학사정관들이 이 많은 수의 수험생들을 제대로 사정할 수 있을지는 극히 회의적입니다. 현재에도 수많은 지원자들의 서류를 검토하고 제대로 된 면접을 실시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입학사정관제를 그보다 수십 배 많은 수험생들의 입학 사정을 처리하는 수시전형과 연계시킬 경우, 전형 과정의 부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입학사정관제를 이렇게 무리하게 수시와 연결시키기보다는 그에 앞서 해결되어야 할 무수한 선결요소를 극복하는 것이 선행 과제일 것입니다.

 

■ 입학사정관 전형의 수시전형 확대에 따른 부작용 : 사교육 유발 요인을 억제하는 세부 전형 요소를 어기는 대학에 대한 관리방식 대책 마련 필요

 

입학사정관 전형의 공통 기준을 설정했다는 점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예컨대, 고교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토익, 토플, 텝스 등의 공인인증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 등은 필요합니다. 다만, 각 대학들이 대교협에서 제시한 입학사정관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이에 대해서는 자율 규제 수준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실효성이 약한 처방입니다. 일전에도 사교육이 붙지 않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발표했다가 이를 준수하지 않는 대학이 생겨도 징계하지 않겠다는 대교협 회장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생각해 볼 때,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처와 관리 없이는 전면화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고, 관련 정책은 폐기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정책이 지속적 시행을 위해서라도 이 정책이 가져올 사교육 유발 부작용이나 대학의 비도덕적, 비공익적 판단을 방지하는 책무성 제고 등을 위한 엄격한 보완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발표안을 보면, 그런 의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와 아울러,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 자체의 타당성에 관한 논의 역시 필요합니다. 내용을 보면 교과 영역과 비교과 영역을 요구하고 있는데, 비교과영역의 경우, 교과 성적 중심에서 인성의 영역까지 이를 확대한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모든 삶의 영역을 입시 전형의 자료로 포함하고 이를 NEIS 혹은 별도 진로 관련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할 경우, “인성 영역의 입시도구화”라는 딜레마 상황을 직면하게 되며, 나아가 입력 과정의 비리나 대행, 조작의 문제도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나 고교 측이 기록의 진위에 대한 검증을 하거나 조작 등을 방지할 추가적 보완책을 마련할 경우, 불필요한 행정낭비의 양산이라는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입학사정관들이 제시된 내용을 크게 반영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는 상황에서, 이런 막대한 부담을 학생과 교사, 학부모에게 안기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 대학과목 선이수제의 입학전형 연계: ‘대학 교과 선행학습’ 경쟁 유발, 사교육 부담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대학과목선이수제(AP 또는 UP)의 입학전형 연계 문제입니다. 발표된 내용에는 "고려할 수 있음"으로 조심스런 표현을 썼습니다만, 대학과목선이수제를 만약 입학전형과 연계한다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입니다. 일부 영재 수준의 학생들에게는 대학과목선이수제가 나쁘다 할 수 없고, 이 경우, 대학에 진학한 후 이를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수준을 넘어서 이를 입시전형의 한 요소로 인정해줄 경우, 대학과목 선이수제는 사실상 “대학교과목의 선행학습”이 되고 이를 위한 별도의 부담(학습 부담 및 사교육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는 필요한 일부 (영재) 학생들의 선택 영역이었던 부분이 입학전형과 연계되는 순간, 평균 이상의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경쟁적으로 대학교과 선행학습에 뛰어들도록 재촉하는 셈이고, 이 과정에서 고교 교육과정 왜곡이라든지 사교육 유발, 과목 개설에 대한 고교 및 대학의 부담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될 것입니다. 아울러, 형평성 차원에서 결국 이공 계열 외에도 인문계열에서가지 대학과목선이수제 열풍이 불 가능성이 큽니다.

 

■ 수능 국영수 과목 A형과 B형 실시 : 전공에 관계없이 우수학생 확보를 위해 수학과 영어 B형 시험 요구할 것이고, 따라서 영수 사교육 경감효과 미미할 것으로 전망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국영수의 경우 수능 A형(현행보다 쉬운 수준)과 B형(현행 수능 난이도 수준)으로 나누고 B형은 최대 두 과목만 응시하도록 한 것과, 사탐과 과탐을 한 과목씩 보게 했다는 점이 골자입니다. 이 방안은 B형이 현행 수능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다소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상위권 대학의 입장에서는 국영수 전교과에 걸쳐 B형의 성적을 선호하겠지만 제도적으로 2과목으로 이를 억제함으로, 이론적으로는 상위권 학생들의 학습 부담에도 약간의 긍정적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과목을 B형으로 요구할 것인가와 관련된 전망은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는 A형 관련, 문과 학생들에게는 ‘수학’이, 이과 학생들에게는 ‘국어’가 해당될 것 같지만, 상위권 상위학과(경제,경영학과의 경우)의 전공 특수성과 “수학 우수자=성적 우수자” 등의 등식 속에서 성적 우수자를 독식하고자 하는 대학의 의도와 맞물려, 문과이면서도 국어는 A형을 요구하고, 수학 B형을 요구함으로 현재와 같이 “영어 수학 사교육”에 편중된 사교육 시장의 판도에 별 영향을 못줄 가능성 또한 높습니다.

 

또한 이렇게 영수에 대한 부담이 지속되고 사탐, 과탐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 경우, 입시에 좋은 실적을 위해 개별 고교에서 교육과정의 자율편성권한을 “국영수 과목 강화”로 악용할 가능성 또한 높아 고교 교육과정의 정상화와 긴장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 수능 2회 실시 방안 : 실수 만회의 효과있지만, 합격선은 더 높아질 것

 

수능을 두 번 보는 것은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혼재해 있습니다. 평소 열심히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능 당일의 컨디션 저하로 시험을 못 봐서 좌절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두 번 제공된다는 점은 의미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표준점수체제로 점수 산출 방식을 개선할 경우, 두 번의 시험을 통해 점수 좋은 학생들이 1.5배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대입 합격선은 높아질 것이며, 따라서 전체 학생들 차원에서는 그리 유리할 것이 없습니다. 더욱이 현 정부에서 애초에 복수 수능체제 논의를 시작할 때는 국민공동기본교육과정과의 연계 속에서, 국민공동기본교육과정이 종료되는 고1 때는 수능Ⅰ, 2,3학년 이후는 수능Ⅱ 형태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국민공동기본교육과정을 중학교 3학년으로 내림으로, 수능 복수화 논의는 그 논의의 철학이 가볍게 되어 버렸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곧 대학입시와 관련하여 전반적인 실태를 점검한 후,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면서도 사교육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입개선 논의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오늘 보도자료는 우리의 대안을 담지 못하고 이번 연구회가 발표한 내용에 대한 평가에 국한하였으나, 곧 대책과 관련 종합적 논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개 편 내 용

평 가

비 고

입학 전형 자료 공통 양식 개발 및 활용

- 긍정적임 

-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부담 완화

대학원서 접수

시스템 개선

- 긍정적임

- 수수료 절감

- 학생 정보 보호 가능

- 체계화된 입학 전형 관리 가능(예: 중복지원 방지 등)

수시모집 전형

단순화

- 긍정적임

- 전형이 단순화될 수록 입시 컨설팅 사교육의 개입 여지는 약화

입학사정관의

공통 기준 설정 및 그 타당성

-긍정적이나, 가이드라인을 어기는 대학에 대한 실효조치 미흡

-일부 공통기준의 경우, 부적절하거나 현실성이 떨어짐

- 고교 교육과정을 뛰어넘는 전형이라든지 학생과 학부모, 교사에게 지나친 부담을 가중시키는 전형 등에 대해서는 대교협 및 정부 차원의 통제 필요

- 비교과영역의 경우,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인성의 입시도구화 가능성

- 지나치게 자세한 내용에 대한 입력을 요구하고 있어 결국 대행 입력 등의 가능성도 존재함

대학과목

선이수제의

입학전형 연계

- 매우 우려됨

- 영재 수준의 극히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대학교 학점 인정만 하면 됨

- 대학과목 선이수제는 사실상의 대학교과 선행학습으로서 학생의 부담만 가중시키며, 고교와 대학의 부담 가중

수능 국영수 과목 A형과 B형 실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동시 존재

- 중하위권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예: 문과 학생들의 경우 수학, 이과 학생들의 경우 국어)

- 상위권 대학의 경우, 전공 관계없이 영수 중심 B형을 요구할 가능성 높고, 이에 따라 영수 사교육 등은 변함없을 것.

-일선학교에서는 사탐과 과탐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사회 및 과학교과 시수를 줄이고, 그 빈자리를 국영수로 강화할 가능성이 존재

수능 2회 실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동시 존재

- 당일 컨디션 저하로 시험을 못본 학생들에게 기회가 한번 더 제공되는 장점이 있음

- 수능 2회에 따른 국가 및 학교의 관리 부담 존재

- 합격선이 전반적으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학생들의 혜택은 크지 않음.

- 1차 수능과 2차 수능의 공백기 동아에 고액 사교육 등장 가능성 있음

 

※담 당 : 김성천 부소장(011-9799-0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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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듣기 50%로 확대, 초등영어시수 확대 등의 정부 정책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교과부는 지난 22일 ‘2010년 업무계획’을 통해 수능듣기 비중 50% 확대, 초등영어시수 1시간 증가, 중/고등학교의 회화 수업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영어교육 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실용영어가 강조되는 사회적 흐름을 학교교육에 반영하고 학교의 영어수업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외고 대책으로 인해 다소 줄어들 기미가 보이던 영어사교육 시장을 다시 살리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 학교의 현실적인 제약조건을 무시한 실용영어 강조는 사교육을 심화시킬 뿐입니다. 

이런 정책이 추진되는 기저에는 ‘읽기 중심의 교육이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10년 동안 영어를 배웠지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따라서 실용영어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이를 위해 말하기, 듣기 비중을 높이고 영어시수도 늘려야 한다.’라는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오해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영어를 10년 동안 배웠다고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실제로 학교에서 공부한 영어시간을 환산해보면 1,000시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언어습득을 위해 필요한 최소 노출 시간이 6,000~1만 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즉, 우리나라의 학교영어교육 조건에서는 시험에서 듣기의 비중을 높인다고 해서, 또는 수업시수를 1~2시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제약조건을 무시하고 정부가 나서서 말하기와 듣기를 강조하고 학교영어교육에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을 하면, 경험적으로 학교에서는 그 정도의 능력을 키워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국민들은 사교육에 점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수능 듣기의 난이도를 잘 유지하면 된다는 교과부의 주장은 일부 타당하지만 사교육을 절대로 줄일 수 없으며 외고 대책으로 인해 줄어들 기미가 보이던 영어사교육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입니다. 

교과부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수능 듣기는 외고의 경우와 달리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현재의 난이도를 유지하면서 듣기의 비중을 늘리면 시험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고 읽기가 중심인 고등학교의 수능 대비 영어사교육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주장은 일정 부분 타당합니다. 하지만 수능 듣기의 비중을 50%까지 늘렸음에도 현재의 난이도를 유지한다면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게 되고, 그 결과는 듣기의 난이도를 결국 올리는 방향으로 가거나 읽기의 난이도를 지금보다도 더욱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초반에는 어느 정도 사교육 부담이 완화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는 다시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수능 듣기의 비중을 늘리는 것과 난이도의 유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정책이 국민들에게 어떤 ‘신호’를 주느냐에 있습니다. 이번 정책이 발표되었을 때, 뉴스의 헤드라인을 보면 ‘수능듣기 비중 50% 확대’로 나온 경우도 있지만 절반 이상의 경우 ‘실용영어의 강화’, ‘말하기, 듣기 중심 교육 강조’ 등으로 각 언론사의 뉴스 헤드라인이 잡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런 정책들은 학교가 이런 실용영어 중심, 말하기/듣기 교육을 책임질 수 없는 조건임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부모들에게 결과적으로 사교육을 ‘더 많이’, ‘더 일찍’ 시켜야 함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과거 정부가 영어교육과 관련된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정부를 믿고 공교육을 신뢰하라는 설득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더 불안해하고 사교육 시장은 그 때마다 성장을 반복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최근 외고와 관련된 논란과 대책 등으로 인해 외고 선발시험에서 영어시험(듣기시험 등)의 비중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된 전통적인 영어사교육 시장이 줄어들 가능성이 보였는데, 이번 정책의 발표로 그 여지는 사라지고 오히려 영어사교육 시장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장 부모들의 반응을 보면, 영어 학원을 끊으려고 했다가 말하기, 듣기가 앞으로 더욱 강조된다고 하니 계속 학원을 보내야겠다거나, 조기영어교육, 조기유학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 우리나라의 영어교육환경(EFL: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과 학교의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한 학교영어교육 목표의 재정립과 이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일상적으로 영어를 접할 기회가 없는 환경입니다. 그리고 학교는 다른 과목에 비해서 시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기껏해야 일주일에 4~5시간 교실에서 수업을 통해 배우는 외국어 교과목일 뿐입니다. 또한 다양한 학생들의 수준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진도를 나가고 똑같이 평가를 해야 하는 시스템, 시설 등을 비롯한 여건의 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제약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고 학교영어교육을 평가하고, 학교영어교육의 실패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교과부와 영어교육과정에 관계하는 학자들마저도 이런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면 어떤 영어교육 정책이 나와도 학교영어교육은 항상 실패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영어교육환경과 학교의 현실적인 조건 등을 고려하여 학교영어교육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목표 수준이 재조정되어야한다는 것입니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인 학교 교육을 통해서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도달해야할 목표수준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난 후에 국가경쟁력, 개인적인 필요 등을 이유로 영어 능력을 더욱 심화시켜야하는 경우에는 학교 교육을 포함하여 공적인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연구와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이는 학교 교육 안에서는 방과 후 학교나 최근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어중점학교, 영어 무학점 이수제 등일 수 있으며, 대학의 어학당이나 나아가서 사교육 기관까지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학교 교육만을 통해서 어느 정도(실제로는 거의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교육을 다 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하면 아무리 시수를 늘리고,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학교영어교육은 계속 실패일 수밖에 없고, 국민들의 불안과 사교육 의존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 말하기, 듣기 중심 교육보다 오히려 읽기 중심 교육이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외국어습득이론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Krashen 교수는 한 학회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였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회화를 가르치려 들지 말고 전국에 영어도서관을 지어 많이 읽게 하라. 그리고 이후에 대학생이 되었을 때 영어 회화가 필요하면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영어 회화를 배우면 된다. 엄청난 양의 읽기를 한 사람은 회화를 배우기가 아주 쉽다. 영어 발음은 통하기만 하면 되지 영미인처럼 발음할 필요도 없다.” 

즉, 우리나라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접할 기회가 없는 상황(EFL)에서 듣기, 말하기 위주의 방법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읽기가 주요한 입력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주장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회화 중심 교육과는 달리 읽기와 쓰기를 언어습득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때의 읽기 중심교육은 우리나라 교실을 지배해온 문법과 해석 위주의 교육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런 종류의 주장이 공교육의 영역에서는 생소할 수도 있겠으나 민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엄마표 영어 등을 중심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이미 상당한 정도의 이론적 기반과 노하우, 성공사례 등을 축적해왔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이렇게 이론적 근거가 있고, 민간에서 이미 확인된 방식이 학교교육으로 수렴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와 준비, 정책적인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우리의 주장 

-수능듣기 50% 확대와 초등 시수 확대 등은 외고 대책 등으로 인한 영어사교육 경감 효과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고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따라서, 수능듣기 50% 확대, 초등 영어시수 1시간 증가, 말하기와 쓰기까지 포함되는 국가영어능력평가 시험의 수능 대체 정책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근본적으로 ‘10년을 공부해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다’라는 식의 상황인식을 바꾸지 않고 학교영어교육을 통해서 상당한 정도의 말하기와 듣기가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정책이 추진된다면 그 결과는 부모의 불안과 혼란 증가, 사교육 의존 심화로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영어환경과 학교의 현실적인 제약 조건 등을 고려하여 학교교육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목표 수준에 대한 재조정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학교교육에서는 말하기, 듣기보다 읽기 중심 교육이 더욱 중요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와 정책적인 검토 등이 필요합니다.

 ※담 당 : 김승현 부대표(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사교육포럼) 016-258-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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