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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대안연구소/[기타]보도자료

[성명서] 수능영어 듣기 50% → 사교육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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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듣기 50%로 확대, 초등영어시수 확대 등의 정부 정책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교과부는 지난 22일 ‘2010년 업무계획’을 통해 수능듣기 비중 50% 확대, 초등영어시수 1시간 증가, 중/고등학교의 회화 수업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영어교육 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실용영어가 강조되는 사회적 흐름을 학교교육에 반영하고 학교의 영어수업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외고 대책으로 인해 다소 줄어들 기미가 보이던 영어사교육 시장을 다시 살리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 학교의 현실적인 제약조건을 무시한 실용영어 강조는 사교육을 심화시킬 뿐입니다. 

이런 정책이 추진되는 기저에는 ‘읽기 중심의 교육이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10년 동안 영어를 배웠지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따라서 실용영어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이를 위해 말하기, 듣기 비중을 높이고 영어시수도 늘려야 한다.’라는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오해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영어를 10년 동안 배웠다고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실제로 학교에서 공부한 영어시간을 환산해보면 1,000시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언어습득을 위해 필요한 최소 노출 시간이 6,000~1만 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즉, 우리나라의 학교영어교육 조건에서는 시험에서 듣기의 비중을 높인다고 해서, 또는 수업시수를 1~2시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제약조건을 무시하고 정부가 나서서 말하기와 듣기를 강조하고 학교영어교육에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을 하면, 경험적으로 학교에서는 그 정도의 능력을 키워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국민들은 사교육에 점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수능 듣기의 난이도를 잘 유지하면 된다는 교과부의 주장은 일부 타당하지만 사교육을 절대로 줄일 수 없으며 외고 대책으로 인해 줄어들 기미가 보이던 영어사교육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입니다. 

교과부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수능 듣기는 외고의 경우와 달리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현재의 난이도를 유지하면서 듣기의 비중을 늘리면 시험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고 읽기가 중심인 고등학교의 수능 대비 영어사교육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주장은 일정 부분 타당합니다. 하지만 수능 듣기의 비중을 50%까지 늘렸음에도 현재의 난이도를 유지한다면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게 되고, 그 결과는 듣기의 난이도를 결국 올리는 방향으로 가거나 읽기의 난이도를 지금보다도 더욱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초반에는 어느 정도 사교육 부담이 완화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는 다시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수능 듣기의 비중을 늘리는 것과 난이도의 유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정책이 국민들에게 어떤 ‘신호’를 주느냐에 있습니다. 이번 정책이 발표되었을 때, 뉴스의 헤드라인을 보면 ‘수능듣기 비중 50% 확대’로 나온 경우도 있지만 절반 이상의 경우 ‘실용영어의 강화’, ‘말하기, 듣기 중심 교육 강조’ 등으로 각 언론사의 뉴스 헤드라인이 잡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런 정책들은 학교가 이런 실용영어 중심, 말하기/듣기 교육을 책임질 수 없는 조건임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부모들에게 결과적으로 사교육을 ‘더 많이’, ‘더 일찍’ 시켜야 함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과거 정부가 영어교육과 관련된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정부를 믿고 공교육을 신뢰하라는 설득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더 불안해하고 사교육 시장은 그 때마다 성장을 반복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최근 외고와 관련된 논란과 대책 등으로 인해 외고 선발시험에서 영어시험(듣기시험 등)의 비중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된 전통적인 영어사교육 시장이 줄어들 가능성이 보였는데, 이번 정책의 발표로 그 여지는 사라지고 오히려 영어사교육 시장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장 부모들의 반응을 보면, 영어 학원을 끊으려고 했다가 말하기, 듣기가 앞으로 더욱 강조된다고 하니 계속 학원을 보내야겠다거나, 조기영어교육, 조기유학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 우리나라의 영어교육환경(EFL: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과 학교의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한 학교영어교육 목표의 재정립과 이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일상적으로 영어를 접할 기회가 없는 환경입니다. 그리고 학교는 다른 과목에 비해서 시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기껏해야 일주일에 4~5시간 교실에서 수업을 통해 배우는 외국어 교과목일 뿐입니다. 또한 다양한 학생들의 수준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진도를 나가고 똑같이 평가를 해야 하는 시스템, 시설 등을 비롯한 여건의 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제약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고 학교영어교육을 평가하고, 학교영어교육의 실패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교과부와 영어교육과정에 관계하는 학자들마저도 이런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면 어떤 영어교육 정책이 나와도 학교영어교육은 항상 실패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영어교육환경과 학교의 현실적인 조건 등을 고려하여 학교영어교육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목표 수준이 재조정되어야한다는 것입니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인 학교 교육을 통해서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도달해야할 목표수준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난 후에 국가경쟁력, 개인적인 필요 등을 이유로 영어 능력을 더욱 심화시켜야하는 경우에는 학교 교육을 포함하여 공적인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연구와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이는 학교 교육 안에서는 방과 후 학교나 최근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어중점학교, 영어 무학점 이수제 등일 수 있으며, 대학의 어학당이나 나아가서 사교육 기관까지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학교 교육만을 통해서 어느 정도(실제로는 거의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교육을 다 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하면 아무리 시수를 늘리고,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학교영어교육은 계속 실패일 수밖에 없고, 국민들의 불안과 사교육 의존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 말하기, 듣기 중심 교육보다 오히려 읽기 중심 교육이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외국어습득이론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Krashen 교수는 한 학회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였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회화를 가르치려 들지 말고 전국에 영어도서관을 지어 많이 읽게 하라. 그리고 이후에 대학생이 되었을 때 영어 회화가 필요하면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영어 회화를 배우면 된다. 엄청난 양의 읽기를 한 사람은 회화를 배우기가 아주 쉽다. 영어 발음은 통하기만 하면 되지 영미인처럼 발음할 필요도 없다.” 

즉, 우리나라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접할 기회가 없는 상황(EFL)에서 듣기, 말하기 위주의 방법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읽기가 주요한 입력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주장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회화 중심 교육과는 달리 읽기와 쓰기를 언어습득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때의 읽기 중심교육은 우리나라 교실을 지배해온 문법과 해석 위주의 교육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런 종류의 주장이 공교육의 영역에서는 생소할 수도 있겠으나 민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엄마표 영어 등을 중심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이미 상당한 정도의 이론적 기반과 노하우, 성공사례 등을 축적해왔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이렇게 이론적 근거가 있고, 민간에서 이미 확인된 방식이 학교교육으로 수렴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와 준비, 정책적인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우리의 주장 

-수능듣기 50% 확대와 초등 시수 확대 등은 외고 대책 등으로 인한 영어사교육 경감 효과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고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따라서, 수능듣기 50% 확대, 초등 영어시수 1시간 증가, 말하기와 쓰기까지 포함되는 국가영어능력평가 시험의 수능 대체 정책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근본적으로 ‘10년을 공부해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다’라는 식의 상황인식을 바꾸지 않고 학교영어교육을 통해서 상당한 정도의 말하기와 듣기가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정책이 추진된다면 그 결과는 부모의 불안과 혼란 증가, 사교육 의존 심화로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영어환경과 학교의 현실적인 제약 조건 등을 고려하여 학교교육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목표 수준에 대한 재조정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학교교육에서는 말하기, 듣기보다 읽기 중심 교육이 더욱 중요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와 정책적인 검토 등이 필요합니다.

 ※담 당 : 김승현 부대표(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사교육포럼) 016-258-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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