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0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주관한 
"아깝다 학원비" 단행본 출판 기념 국민 수기 공모전에 장려상으로 당선된 글입니다. 



“눈송이 하나의 마음으로”

 

임희경 (41세, 주부, 서울 강남구)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10여년의 외국생활을 하며 가끔 듣는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해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하면서 우리가 귀국하면 우리 애들만큼은 학원은 되도록 보내지 않고 도서관과 여행으로 아이들이 삶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하기에 많이 머뭇거리게 만든다는 말을 친구에게 했더니 저에게 맞을 것 같다며 친구가 소개해 주었습니다.

등대지기 학교 4기 강의를 듣는 게 처음엔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군요. 일단 아이 셋과의 전쟁을 치르고 나서 봐야하니 생방송은 엄두도 못 내고 온전히 나만의 자유시간인 새벽에 보려니 절대수면부족으로 몸이 많이 축나더라구요. 그래도 마지막 강의까지 잘 듣고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선생님들의 명강의가 제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어 주신 덕분이겠지요.

등대지기 학교 강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는 6강 고병헌선생님의“대한민국 부모는 실패한 CEO”였습니다. 진로교육의 핵심으로 소개해주신 <오드리헵번의 아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크리스마스 카드>는 코팅해서 아이들 화장실에다가 붙여두려고 출력해 두었답니다. “아들아, 나이를 먹으면 너도 알게 된단다. 우리가 두 개의 손을 가진 이유는 한 손은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나머지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것임을.” 제가 지향하고자 하나 실천하기 어려운 내용인데요, 아이들과 함께 보고 또 곱씹으며 잊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세상이라는 것,부모의 삶이 곧 진로교육이라는 것 또한 기억 해야할 대목이구요. 부모의 삶이 성찰하고 깊이 있는 모습으로 자녀를 올바른 진로로 인도해야 겠지요.

최근에 읽은 <행복의 조건>에서 명문대 출신과 빈곤지역 출신의 생애를 추적한 결과, 노년의 행복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학력도 아니고 경제력도 아니고 바로 이웃과의 관계이며 그것은 봉사하는 삶에서 가장 행복감이 크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관계형성을 제대로 못하고 자살 또는 자기 학대로 노년을 불행하게 보낸 하버드졸업생이 있는가 하면 유년기에는 불행했으나 왕성한 봉사활동으로 행복에 충만한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는 빈곤지역출신도 있더랍니다. 행복의 조건은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고 집약되더군요. 고병헌 선생님 강의의 핵심과 많이 통하는 부분이네요.

우리 자녀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을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바로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자녀에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이렇게 살아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 지 말로써 교화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길을 안내해주고 자신의 삶으로 실천해 보여줘야 한다... 이 말씀은 오래 오래 기억해야 하겠네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대지기 학교 수강의 시작은 내 아이들의 교육 문제 고민으로 시작했으나, 그 끝은 나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지요. 그 물음에서 시작해 아직 길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확실한 건 삶의 목표가 나 하나에 묶여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것, 나와 가정의 울타리를 넘고 넘을수록 그 행복의 크기와 가치는 커간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할 때 벗어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등대지기학교가 끝나고 영어사교육 포럼도 신청해 들었습니다. 이번엔 평소에 영어학원 안 보내고 집에서 영어교육을 해결하시는 아들 친구 엄마에게도 같이 보자고 제안 했지요. 자기가 원하던 내용이라며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특히 영어도서관 운동 하시는 권혜경 선생님의 강의가 유익했습니다. 저희 집 아들 둘이 영어학원 다니다가 방대한 숙제량에 기겁을 하며 학원을 그만 두었거든요. 영어공부라고는1년 반을 집에서 오디오북 듣기 매일 딸랑 20분으로 이어가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 들으니 재미있어 하고 지루해 하지 않더군요. 그래도 영어 학원을 안 보내도 되는 건가 불안해 하던 참에 권혜경선생님 강의를 들으니 제가 잘하고 있긴 하구나 많은 위안이 되었답니다.

그런데요 복병이 따로 있더라구요. 올 여름에 가족과 해외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아빠가 일부러 영어가이드를 신청했습니다. 외국서 학교도 다닌 경험이 있는 애들이라 잘 알아듣겠지, 애들에게도 자극을 줄 겸 했는데, 세상에 애들이 잘 못 알아듣는 거에요. 그 가이드 분의 영어가 남편 본인도 알아듣기 좀 그랬다곤 했지만 엄마 아빠가 꼭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단어를 못 알아들으니 여행 끝에 남편이 그러더군요. 한국 가면 당장 학원부터 보내라고요. 숨을 일단 고르고 나서 남편에게 영어사교육포럼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말은 ‘어떻게 영어가 집에서 되느냐?’입니다. 결국 문법 선생님만 모셔서 아이들 문법만 좀 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남편이 그렇게 휘젓고 나니 나름 확고했던 엄마표 영어의 바다는 쓰나미가 지나간 것 같습니다. 매일 오디오북 듣기 20분의 위력이 남편 앞에선 초라한 휴지조각으로 변하더군요. 학원이 힘들다고 하던 애들 입에서도 이젠 영어학원 가야겠단 말이 나옵니다. 자신의 영어실력이 빨리 오르지 않거나 말하기 쓰기 실력이 상대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래서 큰 애인 경우 예전에 다녔던 C학원에 다시 레벨테스트를 봤는 데 아니 글쎄1년 전 레벨이 그대로 나오더군요. Reading에선 한 단계 더 높게 나왔구요.단어 몇 개 모른다고 흥분하던 그 여름날의 기억은 날려보내고 그날은 아들과 함께 맘껏 기뻐했습니다. 영어사교육은 아이의 필요에 따라 치고 빠지기를 할 겁니다. 그러면서 오디오북 듣기 20분은 계속 해 나갈 예정입니다. 권혜경 선생님께서 추천 해주신 짐트렐리즈의 <아이의 두뇌를 깨우는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에서 이 15분 읽어주기의 위력을 이야기 해 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짐 트렐리즈도 이 책에서 강조합니다. “좋은 교육은 좋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며 아이의 머리와 마음을 동시에 가르쳐야 좋은 사람을 만들 수 있다…학창시절에 가르치는 것이 단지 휴대폰의 벨 소리에 대답하는 것이라면 이런 교육은 무가치하다. 가장 중요한 부름은 정의,용기,사랑,연민을 호소하는 매일 매일의 부름이다.”영어교육에서도 영어단어나 문법을 얼마나 아느냐에 국한될 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정의,용기,사랑,연민을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도구로 영어를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몇 주 전 학교에서 영어사교육경감에 관한 의견을 묻는 설문지를 보냈습니다. 기타 의견을 묻는 칸에 영어도서관 제안을 하고 영어 사교육 포럼 후 사이트에 올려주신 자료를 다운받아 설문지에 첨부하여 학교에 보냈습니다. 등대지기로서 밀알 하나의 몫은 한 건가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나고 저에게 생긴 변화로 가장 큰 것은 세상의 변화에 제가 작은 밀알 하나 보탤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은 것입니다. 한 겨울 하늘에서 한 알 한 알 내리는 그 조그만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듯이 내가 보탠 밀알 하나가 미약하긴 하나 그런 제가 여럿이라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그리 멀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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