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0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주관한 
"아깝다 학원비" 단행본 출판 기념 국민 수기 공모전에 장려상으로 당선된 글입니다. 



“절반은 아이 통장, 절반은 후원”

 

양경미 (41세, 주부, 서울 노원구)


저는 2009년 여름, 선배의 권유로 등대교양강좌를 들으러 삼각지 사무실에 왔다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날 고병헌 교수님의 강연을 들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산업 사회의 교육을 받은 부모님들이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신에 차서 자녀들을 학원이나 학습에 몰아넣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을 차라리 내버려둬라. 자녀에겐 부모가 세상이니 부모 자신이 먼저 변화되기 위해 노력하라. ‘돈’에 대한 개념 바꾸지 않으면 변화하기로 한 결심 지키기 쉽지 않을 겁니다.”

아! 휴;; 조기교육은 안 시켰고, 3학년 되면서부터 준비물도 스스로 챙기게 하고, 영어도 3학년 되는 해에 학원에 보냈고, 학습량도 과하지 않게 정해주고 스스로 풀게 하고, 채점도 아이가 하도록 했으며 놀 시간도 확보해 주는 등 제 나름 스스로 공부 하는 습관을 갖게 해주려고 노력했고 아이도 잘 따라주는 편이라 별 문제의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강연을 들으며 제 모습을 되돌아보니, 위에서 썼듯이 뭐든지 제가 정하고 시키고 체크하고.. 아이를 가르칠 대상으로만 여기면서 아이의 의견에 관심두고 대화하는데는 소홀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된거죠. 아이가 원래 수줍음이 많고 집에서도 어느 방에 있는지 찾아야 할 만큼 말없이 노는 성향이라 원래 그러려니 하고 급한 성격의 엄마는 자기 생각대로 결정하고 시키면서 잘 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게다가 인성 교육이나 건강한 가치관을 가진 시민으로 자라길 바라면서도 막상 일상 생활에서 그런 교육에 관심갖고 노력하기보다 학과 공부에 중점을 두고 교육한 것은 내 마음 속에 내 자녀의 사회적인 성공을 바라는 마음이 더 크지 않았나? 생각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집에 온 후로도 계속 마음에 남아 도전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10월 말경 이번엔 친구의 권유로 등대지기학교 녹화방송 하나를 추천받아 듣게 되었는데 너무나 공감이 되고 감동이 되어 날 새는지 모르고 8강을 다 듣게 되었죠. 평상시 저는 학원이든 학교든 우수학생 위주로 수업을 하고 부진 아동이나 취약 계층 아동을 위한 교육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과 부모의 경제력이 학생들의 성적과 진로를 좌지우지 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지.. 현실이 그러한데 한낱 주부인 내가 뭘 어쩌겠어. 내 아이나 잘 키우면 다행이지..’ 이런 체념적인 마음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등대지기학교를 수강하기 전에는 사회 전체를 보는 안목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성적,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이 슬프다고만 생각했지 지금의 교육 현실이 우수학생 부진학생 할 것 없이 모든 아이들을 끝없는 경쟁 속에 밀어 넣고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경쟁력 없는 고비용 저효율의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창의성을 외치지만 실상은 강요된 과중한 학습으로 창의성을 죽이고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지하면서 점점 자기주도성을 잃고 의존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습니다. 모든 학생이 피해자이고 성적 때문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죽음을 생각하고 또 실제로 죽음을 택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저는 강연을 들으면서 교육문제에 대해 속상해 하고 답답해하면서도 너무도 모르고 있었고 알려는 노력도 별로 하지 않았던 내 생활을 반성하는 한편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에서 등대지기학교를 통해 교육 문제에 대한 바른 정보와 건강한 관점을 일반 국민들에게 전하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평범한 많은 분들이 등대가 되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으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희망으로 마음이 벅차오르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수강하던 가을 마침 ‘아깝다 학원비!’ 100만 국민약속 운동이 출범을 했고 저는 책자에 소개된 ‘사교육에 관한 잘못된 생각 12가지’와 나의 평소 생각을 맞추어 보며 ‘음~ 조기영어 교육 안 시키길 잘했어. 역시 수학은 선행보다 복습이 중요해. 복습할 시간도 없이 학원 많이 다니는 건 오히려 해롭다고 엄마들한테 말해왔었는데..’ 흐믓해 하기도 하고, 직접 적용해 보려니 ‘그럼 결국 자기주도 학습이 필요한데.. 이게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러려면 먼저 성적이나 입시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겠네’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많은 용기와 믿음이 필요했지만 학습이라는 것이 부모 욕심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아이의 몫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까 오히려 홀가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6학년인 저희 아이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시죠? ‘학원 숙제가 너 수준에 안 맞아서 힘들어하는 것 같으니 다른 방법으로 공부해 볼래? 온라인 영어동화사이트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대.’ 말 끝나기가 무섭게 ‘앗싸~’를 외치길래 ‘영어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 혼자서 재밌게 해보라는 거야. 영어를 배울 필요를 느끼긴 하니?’ ‘어어어 알아서 하께’ 다른 공부도 본인이 계획 짜서 하기로 하고 엄마는 매일 한 시간 정도 책읽기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대답은 잘하더니만.. 그럭저럭 삐그덕 거리며 오늘 안하면 내일은 하는 식으로 나름 스스로 하고 있답니다. 독서량이나 학습량은 제가 지도할 때 보다 반도 안 되지만 대신 고슴도치를 키우고 친구네 수컷이랑 교배시켜 얼마 전에 새끼도 낳았답니다. 등대 졸업 후 이제부터 너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말 한 것도 있고, 요즘은 사춘기가 시작되려는지 웬만한 제안은 다 ‘싫어’로 일관하고 가끔 선심 쓰듯 좋다고 하는데 욱~ 하다가도 ‘그래~ 이제 너가 네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구나’ 생각하고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스케이트랑 미술은 그대로 하고 있지만 영어학원비가 굳어서 절반은 아이 통장에 넣고 절반은 후원하는데 쓰게 되어 저도 아이도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집에서 욱~ 하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로 배우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서 사무실에서 반나절 정도 지내다 옵니다. 도움이 되기보다 배우고 오는 것이 더 많지만 이렇게 한 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모든 아이들이 자유롭게 공부하고 부모님들도 교육걱정 안 해도 될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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