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0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주관한 
"아깝다 학원비" 단행본 출판 기념 국민 수기 공모전에 장려상으로 당선된 글입니다. 



 “가지는 쳐주되 분재는 만들지 말라”

 

최승연 47세 주부 서울 노원구


2009년 2월 23일 만나게 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2년이 가까워지는 물리적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가져다 주었다. 그해 겨울 이제 막 초등학생의 어린이 이미지에서 갑작스레 청소년의 옷을 입어야 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정말 여러가지 고민이 많았다. 그때까지 진행되었던 아이의 교육과 관련된 우리집 지출은 예체능과 관련된 것이었고, 학습과 관련된 사교육은 학습지 조차도 해본적이 없었다.

초등 3학년 봄에 학교 특기적성수업으로 '성악반'을 신청하고 첫 수업후 아이가 자기 혼자 악보를 읽을줄 모른다는 사실에 울며 꼭 배우게 해달라고 몇주를 졸라 등록한 피아노 학원이 첫 학원 사교육이였다. 그후 1년반 정도 집앞 스포츠댄스 학원에서 춤을 배우고 싶다고 2주 가까이 졸라 그 학원이 다른곳으로 이사를 갈때까지 배웠던 것이 두번째 학원 사교육이였으며, 6학년 봄에 클래식 기타를 배우겠다고 선언하여 지금까지 배우고 있는 것이 세번째 학원 사교육이다.

초등시절 때까지 학습관련 학습지를 포함한 그 어떤 사교육도 받지 않았던 것은 거창한 의식이나 어떤 멋진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첫째는 우리 부부의 '가지는 쳐주되 분재는 만들지 말자'란 교육관에 충실하고자 했던 것이다. 우리 부부가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최우선으로 여겼던 것은 바로 아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강권하지 않기로 한것, 대신 아이가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신중하게 고민해 볼 것... 그래서 피아노학원, 스포츠댄스 학원, 클래식 기타 학원 모두 아이가 간절히 원하고 그리고 정말 한순간의 선택이 아니라 얼마나 간절한 지를 기다렸다가 학원 등록을 해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신중히 선택한 것이기에 아이는 학원 수업시간이 1시간이라면 더 남아서 연습을 하기도 했던 것이다.

두번째로는 학교를 믿었던 것이다. 아이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사립이었지만 교장 선생님의 교육관이 워낙 확고한 분이라 학교수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씀을 정말 100% 믿었다. 아이가 그 어떤 사교육도 받지 않으니 수업시간의 집중도는 탁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번째로는 초등시절엔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였다. 덕분에 정말 많은 곳을 여행했고, 많은 책도 읽었으며, 체험의 시간도 많이 가졌다. 그렇다고 여행등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집 상황이 넉넉한 것이 아니였기에 여러 공공기관의 다양한 무료 및 저렴한 프로그램을 적극활용하는 방법을 택했고 또 운이 따랐는지 추첨을 통한 프로그램 참여도 매번 잘되어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하지 않고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중학교 입학을 하자니 그동안 늘 들어왔던 주변 엄마들의 경고성 멘트들에 걱정이 되긴 했다. 2기 등대지기 학교를 통해 강의를 듣고, 각 지역에 나와 같이 고민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커져만 가던 불안감은 나처럼 고민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란 사실에 조금씩 가라앉아 갔다. 중학교 첫 시험 결과와 함께 아이에게 첫 좌절도 찾아왔다. 다른 과목은 우수 했으나 수학은 난생처음 보는 점수를 받아온 것이다. 아이의 울음에 어찌 위로를 해주어야 할지 암담하기만 햇다. 1학기 기말때 잘하면 된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동안 주변 엉마들이 줄창 경고해주었던 그 말이 맞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 사실이었다.

아이는 나름 열심히 했다. 초등시절의 공부방식에 비하면 내가 보기에는 최선을 다한 듯 했다. 그러나 결과는 또 한번의 좌절~ 수학으로 인해 전체 평균이 낮게 나왔다. 내 중학시절과 비교하면 정말 아이는 너무도 잘해주었고 대견하기만 한데 아이는 이 두번째 수학점수로 인해 수학에 대해선 완전히 자신감을 상실한 듯 싶었다. 내 입에서 처음으로 학원이야기가 나왔다. 시험 결과가 문제가 아니라 그 결과로 인한 아이의 자신감 상실을 아이가 스스로 극복해주었음 하는 생각에 어떻게 도와줄까 하는 물음 이였다. 그러나 아이는 단도하게 혼자해보겠다고 기다려달라고 했고, 난 불안감과 걱정을 억지로 감추어야만 했다.

오히려 흔들리고 불안해했던 것은 아이라기 보다 바로 나였다. 언제나 아이 교육에 있어서 흔들림이 없는 남편은 아이를 믿고 기다리라고, 그렇게 아이는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성장할 것이라고 결국 아이의 삶은 그 아이의 몫이지 부모가 북치고 장구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남편은 늘 분명했다. '가지는 쳐주되 분재는 만들지 말자'란 그 교육관의 원칙을 지켜왔던 것은 바로 그런 남편의 확고함 덕분이다. 교육에 있어 가장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은 아이이고, 아이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며, 아이가 선택을 했다면 부모는 그 선택을 존중하고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것과 아이가 힘들어하고 아파할때 그 옆에서 따스한 격려로서 위로해주는 것이 바로 부모라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스스로 아주 잘 자라날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남편과 아이는 한결 같았던 것 같다. 문제는 역시 주변 엄마들과 여러 모임을 통해 만나면서 괜한 불안감을 가지게 된 바로 나였던 것이다.

이런 흔들림이 있을때마다 컴퓨터 앞으로 달려와 사교육걱정 없는 세상의 다양한 자료와 게시물을 읽고, 아깝다 학원비 책자를 꺼내 들어 읽으며 근원적인 물음을 던졌다. '내가 왜 불안해 하는가?', '중학교 성적에 왜이리 휘둘려야 하는가?', '나는 정말로 내 아이가 좋은 대학의 좋은 학벌만을 가지기를 원하는가?' 수많은 질문이 내 스스로에게 던져졌고, 그 고민들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 되었을 즈음 '행복한 진로학교' 강의를 듣게 되었다. 마침 중학교 2학년이 된 아이는 어버이날 편지에 2010년을 자기의 미래를 꿈꾸고 설계해보는 한해가 되도록 자기탐구를 열심히 하는 계획을 세웠다며 그런 자신을 지켜봐달라는 부탁을 한지라 주니어 진로 시범학교를 신청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행복한 진로학교의 강의와 주니어 진로 시범학교를 통해 아이와 나는 또다른 계단을 오르기 위한 발자국을 뗀 시기였던 것 같다. 모든 부모들이 바라는 '내 아이가 행복했음 좋겠다'란 소망처럼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꿈과 진로 그리고 아이의 삶과 부모로서의 삶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좀더 아이의 교육에 대해 멀리 그리고 넓게 보는 시야가 나에게 생긴 것이다. 그렇게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가족과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의지를 선물해 주었다. 정말로 깊은 감사인사를 드린다.

아이는 스스로 자란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아이는 부모가 믿고 기다려만 준다면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 낼 힘을 내면에 이미 갖고 태어나는 것 같다. 부모가 미리 앞서거나 성화를 부리거나 실망의 눈빛을 보내지 않는다면 말이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통해 난 이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결국 부모가 변해야 아이가 행복해진다는 사실.... 또한 아이가 현재 어떤 모습으로 부모앞에 있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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