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8일 진행된 3차 등대모임에서 안혜용 회원님의 생활나눔입니다. 등대모임은 1기 등대지기학교 수강생들이 모여 교육 및 사교육 문제에 대해 경험을 나누고 토론하는 모임입니다. 3차모임은 '좋은사교육, 나쁜사교육 ,그 경계를 생각한다'란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위대한 유산

 

참으로 많은 것이 변했고 징하게도 변하지 않은 쇠심줄 같은 쓴 뿌리도 있습니다.
처음 ‘생활의 단상’ 글을 부탁받고 나를 되돌아보았습니다.
사회, 역사의식 없이 성실과 열심 그리고 신앙으로, 간호사로 10년을 밤낮 구분 없이 달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3살,4살 된 남매를 시골에서 데리고 올라오면서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 후로 제겐 신세계가 열렸습니다. 밤이 되면 눈을 감고 누워 잘 수 있는 권리가 생김에 감사했고, 아침 햇살에 신문을 방바닥에 펼쳐놓고 세상을 볼 수 있는 행복에 감사했습니다. 남편의 와이셔츠엔 여러 종류의 질이 있고, 한 여름 달아오른 아스팔트 골목길을 걸으며 뜨거워지는 지구를 무거운 마음으로 느끼며 부채를 들 줄도 알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비로소 세상 밖에서 세상을 알아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교회 속에서만 불렀던 신의 이름을 세상 속에서 발견하였습니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라는 그 분의 말씀 속에서 내 이웃의 굶주림과 고통에 결코 내 삶이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나의 냉장고에서 썩어나가는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한 끼의 양식일 수 있다는 무거운 책임감도 알았습니다.

‘도둑질은 범죄지만 많은 돈을 쌓아 놓는 것은 도둑을 만들어내는 더 큰 도둑질’이라는 어느 비폭력운동가의 말에 아플 줄 아는 통증도 알았습니다. 

그러나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비해 아직도 70-80년대의 모습을 하고 있던 초등학교 입학식 경험은 놀라움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놀라움은 서서히 적응이라는 방어기제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현실과 다른 정답을 강요하고, 부모와 다른 선생님들의 교육관과 가치관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며 침묵이라는 비겁함도 배웠습니다.

아이들은 빠르게 적응해 갔고 그 적응이 몹시 불편했던 제가 남편의 권유로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을 만났습니다. 처음 남편에게 온 송인수선생님의 메일을 보며 ‘단체이름 한번 환상적이네!’ 하며 반신반의 했습니다. 저의 동의를 구하는 남편의 송인수선생님에 대한 칭찬을 넘어 경찬은 시민단체의 시자도 모르는 저에게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자기 삶을 몽땅 내어놓고 이런 운동을 하는지 궁금해 졌습니다. 그렇게 어색하게, 조금은 두려운 맘으로 이곳을 만났습니다.

남편과 비슷한 송인수선생님의 흰머리가 편안했고, 뽀얀 피부에 정말 강남엄마 같은 윤지희선생님의 미소와 섬김에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는 성경말씀도 깨달았습니다. 늘 바쁘지만 조용하게 카메라를 들고 사무실을 누비는 초식동물 채수민간사님을 보며 배고파보이는 외모에 힘과 열정이 느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야 정원일간사님의 학원 탈출기를 들으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며 사는 분이 있다는 존경이 되었습니다.

8주 동안의 등대지기 학교 강의를 들으며 사교육 시장의 실체도 보았고 교육정책이 이루어지는 거대한 틀과 세계 교육의 실체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실제 대안학교의 운영을 통하여 현실의 한계를 볼 수 있었고 인간이 인간다워짐을 배울 수 있는 인문학의 힘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유익하게 읽었던 책도 있었지만 도무지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마을이 보인다 사람이 보인다’ 를 끝까지 읽어내며 ‘요구와 자발, 자치, 공동체’의 힘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토록 짧은 기간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힘없는 피해자로의 삶을 거절하지 못하는 용기 없음이 쓴 뿌리가 되어 머뭇거리게 합니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을 통해서 저는 또 다시 제 인생에 많은 도전과 변화의 기회들을 외면했던 순간들을 떠 올리게 됩니다. 어린 시절 좀 더 진지하게 공부했더라면, 대학시절 좀 더 사회를 역사를 배웠더라면, 직장시절 좀 더 전공을 깊이 있게 공부했더라면,,, 그랬더라면 적어도 지금의 나의 모습은... 하며 늘 후회를 회상하는 시점이 지금이 아닐까 하며 이 순간을 정지화면으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최대의 유산은 세상변화를 위한 부모의 실천이라는 송인수선생님의 말씀처럼 우리 아이들의 교육은 교육정책의 문제도 아니요, 사교육시장의 문제도 아닌 바로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부모의 삶의 태도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생각과 삶이 일치될 때 그 삶은 힘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제 삶이 지금 결단의 때라면, 그것이 저에게 성장이 되고, 아이들에게 유산이 된다면, 그리고 함께 가는 동지들이 있다면 저는 참으로 그 힘을 갖고 싶습니다.

용기를 내야 할 때 용기를 내는 것도 용기일 것 같습니다.

교육운동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시민운동에 대해 특별한 철학도 없지만, 그저 내 자식을 위한 이기심일 지라도,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부끄러움이 없다면 숟가락만 들고 달려 드는 용기라도 내고 싶습니다. 썩어가는 연못으로 달려드는 아이들을 향하여 침묵하는 비겁한 어른의 길을 벗어나고 싶습니다. 세대를 뛰어 넘는 영원한 유산을 남기는 위대한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함께 하는 이 길이 군중(?)심리일지라도 양심이 빛나는 이 자리에서 함께 빛을 내고 싶습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혜용 회원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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