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2010년 제5기 등대지기 학교 강의 중 제4강 이범 서울시교육감 정책보좌관의 ‘사교육걱정 없는 미래형 교육제도를 상상한다’의 강의스케치입니다.

어느덧 등대지기 학교 5기의 일정이 중반에 이르렀다. 총 8강 중 네 번째 강의는 등대지기 학교의 단골 강사인 이범 선생님의 ‘사교육걱정 없는 미래형 교육제도를 상상한다’였다. 지난 4기 등대지기학교 강연에서 이범 선생님의 약력은 메가스터디 전 이사, 교육 평론가였는데, 이번 5기 등대지기 학교 때는 서울시교육감 정책보좌관이라는 직함으로 나타났다. 그는 대학원에서 과학사, 과학철학을 전공했지만, 이제는 한국 사회의 교육에 대해 평론하고, 교육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정책을 연구하는 교육 전문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강의에 앞서 패기와 발랄함으로 활동하는 교육 전문가로 소개 된 이범 정책보좌관은 자신이 패기와 발랄함보다는 분노에 의해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에 18억의 연봉을 받는 학원가의 스타였던 그는 자신이 받는 연봉이 1억 8천이 아니라, 18억이라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한 문제의식과 분노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한국 사회의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해온 이범 정책보좌관이 말하는 ‘사교육걱정 없는 미래형 교육제도’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먼저 한국 학생들이 처한 현실 분석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삶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흥미도가 세계에서 최하위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부할 내용을 학원에서 예습으로 듣고, 학교 수업에서 듣고, 방과후교실에서도 듣고, 방학 때 학원에서 최종 정리로 또 듣는다. 이처럼 3,4번 같은 내용을 수동적으로 반복해서 듣는 학습 방법은 ‘관광형 공부’로 학생들의 집중력을 집중적으로 저하시키고 있다. 20대가 무기력증을 느끼는 것은 청소년기에 상당 부분 습득 된 것이리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학업 흥미도를 높이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참여와 협동으로 학업 흥미도를 높이는 학교라 정의한 혁신학교를 해결 방안 중의 하나로 언급했다. 경기도의 한 혁신학교를 예로 들며, 비록 열악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지만, 수업 때 아무도 자지 않는 놀라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지식을 찾는 것이 쉬워진 시대에서 기존의 ‘정답 빨리 찾기’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지식을 처리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고 한다. 그에 맞게 새로운 교육이념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 영어로 성적표를 치면 전 세계의 성적표 내용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직접 해보니, 강의 내용대로 등수가 나온 성적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등수를 매겨 학생을 경쟁시키고, 더군다나 내신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체감 경쟁강도는 극심하다. 한국의 학교는 부지불식간에 학생들 사이에 경쟁을 내면화시키지만, 사회는 그와는 반대로 경쟁이 아닌 협력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 협동학습을 한다고 하면 ‘진도를 안 나가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한국 교육에서 ‘우파적 과제’와 ‘좌파적 과제’의 양대 과제가 있다는 설명은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우파적 과제’로는 획일적인 교육을 극복하고 다양한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석차를 올리기 쉬운 방법으로 이사를 가면 등수가 올라가지 않겠는가. 한마디로 석차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좌파적 과제’로는 평준화를 들고 있는데, 이를 통해 극심한 교육 경쟁을 완화해 사교육을 줄이고,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양대 과제는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감할 수 있다. 다양화와 평준화가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사교육이 갈수록 커지는 원인으로 심한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를 꼽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국립대통합네트워크를 주장하는데, 보완할 점이 많다고 한다. 사립대학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립대는 재정의 20% 정도를 국고보조금으로 지원받기에 재정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혈세를 펑펑 쓰면서 학생 선발은 대학이 자기들 맘대로 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이범 정책 보좌관은 강의 중간 중간 답답한 한국 사회의 교육 현실에 분노감을 감추지 않고 과감한 발언을 하다가도 공무원 신분임을 생각하며 수위 조절을 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내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더 나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냉철한 현실 분석과 실현 가능한 정책 대안을 만들어가려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일제고사를 보냐, 안 보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다소 의외였는데,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수긍이 갔다. 스웨덴은 일제고사를 보지만, 핀란드는 일제고사를 안 본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학습이 부족한 학생을 보완해주는 보완 교육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완 교육은 단지 문제집 푸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의무교육은 기초학력을 보장해 주어야 하고, 일제고사를 봐서라도 의무교육의 책무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수능 축소판인 일제고사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일제고사는 최고 학력을 위해 경쟁시키는 것이 아니라, 최저 학력을 확인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일제고사가 필요하지 않는 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교육과정은 내신과 수능의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고등학교 수업만으로 수능 준비가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앞으로는 내신과 대입의 연계성을 높여야 하고, 수업 혁신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 혁신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교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현재 교장들이 이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인지는 의문이라고 한다.

입학사정관제의 여러 가지 문제도 지적했다. 지금의 입학사정관제는 성적과 그 외의 것들을 종합해서 보는 것이기에 사교육이 더 강화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성적 이외의 사항들이 커질수록 부모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미국 사람들도 입학사정관제가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나라 국회입법 조사처에서 밝힌 입학사정관제 특징이 대학의 자유재량, 불투명성이라는 점을 본다면, 입학사정관제가 한국에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더 치밀한 준비와 세밀한 분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결론 부분에서는 평준화 논란의 종식과 대입 제도 개혁의 방향에 대해 논하였다. 고교 평준화는 획일화가 아닌 동일한 권리 보장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 여건상 고교 평준화는 불가피하게 지켜야 되는 상황인 것이지, 그 자체가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는 보충 설명이 있었다. 대입 제도는 현재의 국영수 중심의 수능에서 벗어나 공통 필수 과목은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학생 개인별 선택과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이 개별 학과의 특성에 맞게 필요한 영역의 점수를 반영하면 된다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대학, 교육과학기술부 등 전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2시간 반 동안 이루어진 강의는 전체적으로 매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최고의 스타강사 자리에 있었던 분답게 준비한 자료를 막힘없이 술술 풀어갔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교육 현실에 대한 정확한 상황 분석과 해외의 다양한 사례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은 알찬 강의였고, 이범 서울시교육감 정책보좌관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꿈꾸며, 깊은 성찰과 뜨거운 열정으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즐겁게 활동하는 김재민 정책 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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