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황소 주저앉히는 법...

 

전 청소년정책연구원장, 전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전 교육혁신위원회 상임전문위원이라는 경력이 말해주듯이, 미니대학 5강을 맡으신 이종태선생님께는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전문가로서 바라보는 오늘날 대학교육의 현실과 미래의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종태선생님은 앞에 진행된 미니대학 네 개의 강의를 모두 보시고, 수강생들과 공감하는 위치에서 그동안의 강의를 들으며 제기되는 문제의식을 풀어간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준비하셨다고 전하며, 오늘 강의의 화두를 먼저 던지셨습니다. “황소가 뿔이 나서 날뛸 때, 뿔을 잡고 주저앉히려고 한다고 해서 황소가 얌전해지겠는가. 황소가 뿔 난 이유를 찾아 제거해 줄 때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란 겁니다. 우리 사회 교육 문제의 핵심에 학벌이 자리하고 있고, 서울대의 존재가 문제라고 하는데, 학벌 및 서울대는 우리 교육의 일그러진,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 본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근저에 자리 잡은, 대학이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대학교육을 통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교수, 학부모, 학생은 무엇을 성취하려고 하는 것인지 하는 근본의 물음을 묻는 데서 출발하면 의외의 해법에 도달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교육철학자로서의 물음을 던지셨습니다.

 

 

또한 지금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중고등학교 다니는 시절에는 오로지 대학만 가면 된다 하며 대학 진학 외에 어떠한 삶도 허락하지 않다가, 막상 대학에 가도 마찬가지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상대평가에 의한 성적 경쟁, 취직 걱정, 성적에 맞춰 선택한 전공에 대한 불만에 가득차 있는 학생들에게 대학이나 대학교수 누구도 이런 학생들을 격려하고 고민을 나눠주고 삶을 개척해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초중등교육 단계에서뿐 아니라 대학도 공급자 중심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음을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그래서 대학이 초중등 교육을 왜곡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대학의 본질적 기능을 회복하는 것, 진정한 경쟁력이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참여정부 후반기에 급조해서 만들어진 “미래교육비전 2030”의 고등교육부문을 보면, 이러한 현재의 철학적 고민이 거의 담겨져 있지 않고 절박한 개혁 과제들과는 거리가 있음을 지적하셨습니다. 기본방향으로 제시된 ‘자율과 경쟁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핵심 전략분야 집중 지원’은 아주 협소한 목표일 뿐이며, 그나마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것으로는, ”개방형 학사 운영 시스템으로 혁신 유도“하는 정책과제를 드셨습니다. 현재 19세, 20세 때 고교 졸업하자마자 대부분이 대학에 들어가는 형태가 아니라, 취업이나 인턴활동, 또 자원봉사 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경험을 거치고 난 후에는, 자신의 인생 설계를 새롭게 해보면서 하고 싶은 전공과 일을 찾아낼 수 있고, 그런 상태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훨씬 유용한 학습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선진국 대부분은 이런 성인의 대학 학습자가 30%를 넘는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대학 개혁 과제를 설계할 때는 고교 졸업 후 바로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취업이나 다양한 활동 후 절실한 필요에 의한 대학 및 전공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더불어 사교육 걱정을 덜기 위한 세 가지 대학개혁 과제를 제안하셨습니다. 첫째는, 대학 입학 전형 방법에 있어서 공적 가치 기준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입학사정관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었으나 현재 오히려 이 제도가 소득 상위 학생들을 선별해가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을 보고, 그렇다고 점수에 의한 선발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으니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제에서의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두 번째로는, 대학 입학 선발 과정에서 점수라는 객관성의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대학교수가 어떤 선발 기준을 가지고 비공개로 학생을 뽑더라도 인정해주자는 것입니다. 공정성, 객관성을 갖기 위해 점수에 의한 선발을 계속 고집한다면 점수 경쟁과 그 점수에 의한 대학 서열은 영원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동일한 맥락에서 현재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실시하는 일제고사는 폐지되어야 하고, 특히 현재 실시하고 있는 학년별 평가에서 수행평가, 교사별 평가 위주로 전환되어야 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사교육이 성행하는 가장 핵심적 이유가 학교 수업에 의존하지 않아도 사교육을 받을 경우 성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성적이란 것이 꼭 인지 능력만이 아니라 교사와의 소통능력, 수업참여 태도 등도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어야 하고, 이런 요소들이 평가하려면 학기말 일괄 평가가 아니라 과정평가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다시 제안하신 것으로는, 취업을 거쳐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을 적극 배려하는 정책을 통해 고교 졸업에서 대학에 들어가는 병목 현상을 완화하고 그럴 때만이 지금 문제시되고 있는 전공 미스매치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밖에 이종태선생님은 그동안 교육혁신위원회 등 정부기관에서 일해보신 경험을 토대로 실효성있는 정부의 교육개혁기구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김영삼정부 때 교육개혁위원회부터 교육개혁기구를 네 개를 거쳤지만, 대통령자문기구 형태로는 실질적 개혁을 이뤄낼 수가 없고, 당시 최고위층에 건의하기도 했지만, 특별법에 근거한 상설기구로 존재해야 하고, 대통령 산하가 아닌 정권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성을 가지도록 국회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 아젠다를 발굴하고 광범위한 전문가풀들과의 대안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이해집단들과의 치밀한 합의를 이끌어낸 후 일시에 집행하는 방식으로 해나갈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하셨습니다. 또한 제도 설계를 해갈 때는 성역 없이 옳은 길을 찾아 가되, 다른 나라에서 좋다고 하는 안을 따라하기보다 적용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점검을 통해 우리에게 맞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오늘 강의는 교육철학을 전공하시고 교육개혁 추진기관에서 활동하신 경험을 가지신 분답게 대학교육을 바라보는 철학적 관점과 실제 추진할 때의 유의점 모두를 짚어주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바쁘신 중에 성실한 강의를 준비해주신 이종태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미니대학도 어느새 마지막 강의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미니대학의 마지막 강의는 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신 정태화 선생님께서 평생교육적 관점에서 풀어본 학벌문제에 대해 강의해주실 것입니다. 마지막 강의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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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를 알면 대학의 미래가 보인다

 

‘당신은 김탁구와 구마준 중 누구를 입학시킬 것인가?’ 라는 흥미로운 질문으로 시작한 미니대학 4강, 경희 사이버대 안병진 교수님의 강의입니다. 한겨레 칼럼 “세상읽기”에 톡톡 튀는 글들을 기고하시며, 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전 실행위원으로 탐방 차 미국대학을 누비며 종횡무진 활약하시는 안병진 교수님께, 대학의 미래에 대한 ‘위대한’, '어마어마한‘ (안 교수님께서 강의 도중 자주 사용하시던 단어들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에서 미니대학 6개 강좌를 지상중계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2강 조기숙 선생님 강의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사in 미니대학 중계 기사(2011.7.6. 제 199호) 보기 (클릭) )

 

강의 PPT 첫 화면에 나온 ‘제빵왕 김탁구’를 보고 그 드라마와 대학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안병진 교수님은 ‘제빵왕 김탁구’만 제대로 이해해도 대학의 미래가 보인다고 포문을 여셨습니다. 학력도 없고 부모도 일찍 여읜 가난뱅이이지만 일하는 삶의 현장에서 뜨거운 가슴으로 배우고, 혈연으로 섞인 가족이 아니지만 그보다 더 따뜻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김탁구야말로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대학’의 모델 학생이 틀림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렇듯 대학은 더 나은 인간, 더 행복한 삶을 위해 공부하는 곳이고, 공부란 책 속에서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론과 실천의 만남에서 성숙해가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더 나은 인간을 위한 대학이 되어야 함에도 지금의 대학은 가장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미 미국대학들은 이 위기를 깊이 각성하고 기능적 직업교육 및 소비자 중심주의에서 비판적이고 윤리적이며 복합적 사고력을 갖춘 인재 교육으로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21세기의 새로운 메가트렌드는 ‘공적 인간의 부활’을 지향하며, 대학은 구성원의 만족을 넘어 인류와 지구의 공적 기관으로 역할을 선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대표적으로 하버드대학의 파우스트 총장, 펜실베니아의 것만 총장 등은 공적 인간형 지향 철학을 표방하며 “21세기 대학은 지구적 아젠다 형성과 함께, 공익과 지구 현안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고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더 나은 인간, 변화한 인간은 한 국가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지구적 존재로서 사고하고 지속가능한 지구적 삶을 사는 사람으로서 대학들은 그러한 인간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 선진 대학들로부터 시사를 얻어 구상한 경희대의 '후마니타스 교양대학’은 ‘후마니타스’가 일반적으로 ‘인간’ 또는 ‘인류’를 의미하는 말로 이해되고 있지만 로마 철학자 키케로가 “문명을 만드는 인간”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처럼, 경희대학측도 후마니타스의 의미를 “문명을 만들고 문명을 성찰하면서 지구 문명의 난제들을 풀어가는 인간”으로 해석하고, 이를 학부 교양교육에서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강의에서 특별히 인상깊었던 것은, 대립되는 여러 개념들이 결국 하나로 통합되어 새로운 가치로 창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지금 대학은 과거 고대와 중세시대의 도제식 교육의 전통에서 그 정신을 배울 필요가 있지만 무조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현대의 기술력, 집단 지성적 지식 계발이 융합되어서 더 나은 새로운 교육이 탄생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많은 대립되는 개념들의 통합 즉, 아시아적 가치와 서구적 가치의 융합, 진보와 보수의 협업, 인간과 자연의 조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공존, 학문과 실천의 창조적 융합, 기업과 공적 가치의 만남, 정부와 효율성의 만남 등 두 영역간의 가치의 융합 등 새로운 관점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어느 하나를 취하고 어느 하나를 버리는 배타성이 아니라, 양자를 취하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간다는 점에서, 미래 사회에 살아갈 우리 자녀들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자주 언급되는 협업능력, 소통능력, 네트워크 능력의 의미와도 만나게 됨을 알게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반값등록금 운동’에서 촉발된 우리나라 대학의 미래 비전도 어떤 한 체제를 선택할 것인지 하는 양자택일적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미국, 유럽 대학 등의 성공과 한계를 보고 더 나은 체제를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또한 지금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에 가장 부족한 것은 대학의 공적 역할, 인류 문명에 대한 책임의식 등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겨우 그 출발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며, 경희대의 후마니타스 교양대학의 실험이 우리나라 대학의 새로운 모델을 구상하는데 큰 시사점을 줄 것입니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주신 안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미니대학 4강(7월 7일, 목)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평생학습전문가이신 서울대 교육학과 한숭희 교수님께서 강의해주십니다. 대학 서열화와 학벌 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통찰을 경청해봅시다. 그럼 4강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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