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면 교육은 끝?...

 

 

미니대학 마지막 강의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정태화 선생님께서 담당해주셨습니다. 지난 대학토론회에서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는 답변을 구사해 청중을 놀라게 했던 정태화 선생님은, 이번 강의에서도 분석적이면서 명쾌한 논리로 평생학습사회와 직업교육을 넓게 조망해주시며 대학개혁의 중요한 방향을 놓치지 않도록 해주셨습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에서 미니대학 6개 강좌를 지상중계 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이종태 선생님 강의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사in 미니대학 중계 기사(2011.8.13. 제 204호) 보기 (클릭) )

 

미니대학 마지막 강의의 강사님이신 정태화 박사님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으로 평생교육 관련 연구를 전담하고 계신 분이십니다. 강사님께서는 오늘 강의의 키워드는 ‘대학 교육’ 그리고 평생 직업 교육‘이라 짚어주시면서, 대학 교육의 혁신에 있어서 중요한 방향 중의 하나는, 대학이 평생 직업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강의 주제를 강의 내내 명쾌하게 전달하셨습니다. 경제 사회의 변화, 직업 및 인구의 변화로 인해 다양한 학습 욕구를 가진 평생직업교육 수요는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평생교육과 평생직업교육 참여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로(2004년 25~64세 성인의 평생직업교육 참여율은 14.1%, OECD 평균은 37.1%)로 매우 저조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아직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교육은 끝이다‘는 낡은 패러다임에 젖어있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대학의 경우 입학자원이 감소하면서 맞은 대학의 위기론 앞에서, 지역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평생교육 시스템을 갖추어 비전통적인 학생을 모집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해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지 대학 재정의 확보 차원이 아니라 경제 산업의 변화에 따라 사회 구성원들이 다원화, 다양화, 지속화된 교육 시스템을 요구하니 이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대학의 일부 고급인력 양성 기능은 존속해야겠지만, 여러 경제 환경의 변화, 직업세계의 변화, 개인 생애 모습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때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대학들이 평생교육기관의 중추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 따라서 이것이 고등교육의 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강사님은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대학의 평생직업교육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 (‘평생학습 결과 인정제도’, ‘평생 직업능력개발 정보관리제도’, 사전학습인정제도‘ 등)과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의 지원 관련 제안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셨습니다.

 

사실 소모적 평생교육이 되지 않으려면 관심사에 따른 직업 선택 후 필요한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할 텐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는 학벌사회에서의 낙오감 때문에 선택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강사님께서는 고졸 출신이 대졸 출신과 비교해서 입직보다도 중년이후 임금격차가 2배 이상 나는 현실에서 ’나는 고졸 후 직업세계에 뛰어들겠다‘고 하는 것이 선택하기 힘든 길임을 인정하셨습니다. 그러나 학력을 주로 보는 입사 채용의 기준은 어떤 연구결과도 대졸이 고졸보다 현격한 직무성과를 보인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신적 믿음에 근거했다고도 할 수 있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연구하는 것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와 승진에 필요한 직무를 5~7단계로 분석하는 National Competence Standard (NCS), 직무능력표준이라고 하셨는데요. 이 NCS는 사회나 기업의 차원에서 능력을 평가하는 공통의 잣대를 만들려는 시도로서, 영연방 국가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국가적 표준을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과 기업계에서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극복해야할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학력이나 학벌 위주의 채용 관행을 넘어서는 합리적인 대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업 선택 후의 대학 입학이나 역류입학 등 다양한 입학 경로에 대해서도 강사님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이스터고에서 장려하는 ‘선 취업 후 진학’ 등의 방식은 활성화될 필요가 있는데, 선진국의 경우 진학 이전에 자기 탐색의 시간을 가지거나 직업 세계로 곧장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 것은 개인의 독립성을 철저히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규근로자의 70~80%의 임금을 제공하는 법을 운영하는 등 취업에 대한 제도와 보상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당연히 대학에 가야 한다는 경직된 구조 속에서 그 “당연히”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데, 최근에는 이 문제를 비정상적으로 해결하고 있는데요, 바로 6년간 대학을 다녀야 한다는 생각으로 커리어를 짜는 것이지요. 이는 사회의 고용상태 악화로 인한 기회 박탈 때문에 스펙 쌓기의 시간이 필요하게 된 것으로, 자기 선택이 아닌 사회 압박의 문제라는 점에서 선진국 등의 탐색의 시간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강사님의 자제분 역시 6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하시면서 (^^) 대학이 선발에 대한 관심사에서 벗어나 직업세계로의 링크의 역할을 고민하고 수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역류입학(대학졸업 후 취업을 위해서 전공을 포기하고 단기간에 취업을 위한 진학을 하는 행위를 일컫는다고 합니다.)의 경우 사회적 수요와 대학의 미스매치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는데, 대학의 목적이 취업이 아닌 지식창출에 있다는 의견 역시 옳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어느 정도 직업세계와의 연관성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직업교육을 이야기할 때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는 나라는 독일입니다. 독일은 교양교육과 직업교육이 완벽한 복선제 체제를 이루고 있는데, 직업교육에서 가장 성공한 마이스터가 되면 대학교수 못지않은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고 경영권, 실습권, 창업권 등을 가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독일에서는 선생님이 6학년까지 학생을 탐색한 후 직업교육/고등교육의 진로를 결정해주고, 결정 이후에 이를 철회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결과가 내려져도 학생들이 불평하지 않는 것은, 대학을 안가도 성공하는 이들, 즉 마이스터의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미국 사람과 독일 사람이 대학에 대해 이야기하면, 미국 사람은 “모든 국민이 대학을 나오는 게 무슨 문제냐, 어떤 직업을 가지더라도 대학교육을 통해 스스로의 의식이 생긴다면 만족할 것이다”라고 하는 반면, 독일 사람은 “모든 사회생활이 고등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 필요 이상의 많은 사람이 고등교육을 받는 것은 국가 차원의 낭비다”라고 한답니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고등교육의 규모가 많다 혹은 적다는 이야기는 쉽게 할 수 없지만, 우리의 대학은 독일처럼 등록금이 없거나 미국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간 융자금을 갚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경제적 고통을 준다는 면, 실제적으로 6년제가 되어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면 등을 고려할 때는,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직업교육의 길이 열린다면 고등교육기관의 규모는 줄어들 것이고, 줄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강의시간, 그리고 그보다 더 길었던 질의응답시간을 통해, 시종일관 논리적이고도 균형잡힌 태도로 대학개혁과 그를 위한 한 방향으로서의 평생직업교육에 관하여 말씀해주신 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미니대학 강의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대학개혁을 고민하고 실천해가는 우리의 움직임은 끝이 아닐 것이라 믿으며, 마지막 강의스케치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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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황소 주저앉히는 법...

 

전 청소년정책연구원장, 전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전 교육혁신위원회 상임전문위원이라는 경력이 말해주듯이, 미니대학 5강을 맡으신 이종태선생님께는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전문가로서 바라보는 오늘날 대학교육의 현실과 미래의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종태선생님은 앞에 진행된 미니대학 네 개의 강의를 모두 보시고, 수강생들과 공감하는 위치에서 그동안의 강의를 들으며 제기되는 문제의식을 풀어간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준비하셨다고 전하며, 오늘 강의의 화두를 먼저 던지셨습니다. “황소가 뿔이 나서 날뛸 때, 뿔을 잡고 주저앉히려고 한다고 해서 황소가 얌전해지겠는가. 황소가 뿔 난 이유를 찾아 제거해 줄 때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란 겁니다. 우리 사회 교육 문제의 핵심에 학벌이 자리하고 있고, 서울대의 존재가 문제라고 하는데, 학벌 및 서울대는 우리 교육의 일그러진,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 본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근저에 자리 잡은, 대학이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대학교육을 통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교수, 학부모, 학생은 무엇을 성취하려고 하는 것인지 하는 근본의 물음을 묻는 데서 출발하면 의외의 해법에 도달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교육철학자로서의 물음을 던지셨습니다.

 

 

또한 지금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중고등학교 다니는 시절에는 오로지 대학만 가면 된다 하며 대학 진학 외에 어떠한 삶도 허락하지 않다가, 막상 대학에 가도 마찬가지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상대평가에 의한 성적 경쟁, 취직 걱정, 성적에 맞춰 선택한 전공에 대한 불만에 가득차 있는 학생들에게 대학이나 대학교수 누구도 이런 학생들을 격려하고 고민을 나눠주고 삶을 개척해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초중등교육 단계에서뿐 아니라 대학도 공급자 중심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음을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그래서 대학이 초중등 교육을 왜곡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대학의 본질적 기능을 회복하는 것, 진정한 경쟁력이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참여정부 후반기에 급조해서 만들어진 “미래교육비전 2030”의 고등교육부문을 보면, 이러한 현재의 철학적 고민이 거의 담겨져 있지 않고 절박한 개혁 과제들과는 거리가 있음을 지적하셨습니다. 기본방향으로 제시된 ‘자율과 경쟁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핵심 전략분야 집중 지원’은 아주 협소한 목표일 뿐이며, 그나마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것으로는, ”개방형 학사 운영 시스템으로 혁신 유도“하는 정책과제를 드셨습니다. 현재 19세, 20세 때 고교 졸업하자마자 대부분이 대학에 들어가는 형태가 아니라, 취업이나 인턴활동, 또 자원봉사 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경험을 거치고 난 후에는, 자신의 인생 설계를 새롭게 해보면서 하고 싶은 전공과 일을 찾아낼 수 있고, 그런 상태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훨씬 유용한 학습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선진국 대부분은 이런 성인의 대학 학습자가 30%를 넘는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대학 개혁 과제를 설계할 때는 고교 졸업 후 바로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취업이나 다양한 활동 후 절실한 필요에 의한 대학 및 전공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더불어 사교육 걱정을 덜기 위한 세 가지 대학개혁 과제를 제안하셨습니다. 첫째는, 대학 입학 전형 방법에 있어서 공적 가치 기준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입학사정관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었으나 현재 오히려 이 제도가 소득 상위 학생들을 선별해가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을 보고, 그렇다고 점수에 의한 선발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으니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제에서의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두 번째로는, 대학 입학 선발 과정에서 점수라는 객관성의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대학교수가 어떤 선발 기준을 가지고 비공개로 학생을 뽑더라도 인정해주자는 것입니다. 공정성, 객관성을 갖기 위해 점수에 의한 선발을 계속 고집한다면 점수 경쟁과 그 점수에 의한 대학 서열은 영원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동일한 맥락에서 현재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실시하는 일제고사는 폐지되어야 하고, 특히 현재 실시하고 있는 학년별 평가에서 수행평가, 교사별 평가 위주로 전환되어야 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사교육이 성행하는 가장 핵심적 이유가 학교 수업에 의존하지 않아도 사교육을 받을 경우 성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성적이란 것이 꼭 인지 능력만이 아니라 교사와의 소통능력, 수업참여 태도 등도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어야 하고, 이런 요소들이 평가하려면 학기말 일괄 평가가 아니라 과정평가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다시 제안하신 것으로는, 취업을 거쳐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을 적극 배려하는 정책을 통해 고교 졸업에서 대학에 들어가는 병목 현상을 완화하고 그럴 때만이 지금 문제시되고 있는 전공 미스매치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밖에 이종태선생님은 그동안 교육혁신위원회 등 정부기관에서 일해보신 경험을 토대로 실효성있는 정부의 교육개혁기구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김영삼정부 때 교육개혁위원회부터 교육개혁기구를 네 개를 거쳤지만, 대통령자문기구 형태로는 실질적 개혁을 이뤄낼 수가 없고, 당시 최고위층에 건의하기도 했지만, 특별법에 근거한 상설기구로 존재해야 하고, 대통령 산하가 아닌 정권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성을 가지도록 국회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 아젠다를 발굴하고 광범위한 전문가풀들과의 대안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이해집단들과의 치밀한 합의를 이끌어낸 후 일시에 집행하는 방식으로 해나갈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하셨습니다. 또한 제도 설계를 해갈 때는 성역 없이 옳은 길을 찾아 가되, 다른 나라에서 좋다고 하는 안을 따라하기보다 적용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점검을 통해 우리에게 맞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오늘 강의는 교육철학을 전공하시고 교육개혁 추진기관에서 활동하신 경험을 가지신 분답게 대학교육을 바라보는 철학적 관점과 실제 추진할 때의 유의점 모두를 짚어주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바쁘신 중에 성실한 강의를 준비해주신 이종태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미니대학도 어느새 마지막 강의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미니대학의 마지막 강의는 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신 정태화 선생님께서 평생교육적 관점에서 풀어본 학벌문제에 대해 강의해주실 것입니다. 마지막 강의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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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분노하면 성이 나지만, 

함께 분노하면 희망이 된다...

 

 

학벌철폐를 부르짖으며 2200km 자전거국토횡단을 했던 경험을 말씀하시며 눈빛을 반짝이시고, “혼자 분노하면 짜증나지만, 함께 분노하면 통쾌하거든요.” 주름이 깊이 패이는 넉넉한 웃음으로 말씀하시던 '영원한 청년' 정진상 교수님의 미니대학 5강 강의, 지금부터 스케치해드립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에서 미니대학 6개 강좌를 지상중계 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3강 안병진 교수님 강의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사in 미니대학 중계 기사(2011.7.23. 제 201호) 보기 (클릭) )

 

미니대학 네 번째 강의는 경상대 정진상 교수님의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의 비전과 미래”를 주제로 열렸습니다. 개량 한복에 짧은 스포츠머리, 형형한 눈빛으로 활달하게 시작된 강의는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게 빠져드는 시간이었습니다. 급진적인 대학개혁 모델을 만든 분으로, 과격한 언어와 경직된 사고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소박한 풍모와 열린 사고를 지닌 분으로 청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먼저,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소개하셨습니다. 어느 해 여름, 민교협(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수련회에서 학생들의 입시 경쟁과 사교육 고통이 세월이 흐를수록 심각해지는 것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토론하던 중, 자신이 그 대안을 만들어보겠다 호기롭게 말하고 돌아와, 동료들 7명과 2년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세미나를 하며 만드셨다고 합니다. 시대의 핵심적 모순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용기와 이를 집요하게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실천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안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입시경쟁과 사교육 고통은 공교육을 아무리 잘해도 해소할 수가 없고, 대학서열체제와 사회의 학벌의식이 폐지되는 않는 한 불가능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사립대학들도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무상교육이 가능하도록 국가가 재정지원을 국립대와 동일하게 하고,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동선발, 공동국가학위를 주는 방식입니다. 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대학에 한해 인기가 높은 의학, 법학, 경영학, 교원대 등의 전문대학원을 설치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학벌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학교는 학부를 뽑지 않고 국립대 학생들에게 학부 개방을 하는 형태로, ‘대학원 중심대학’이 아니라 ‘대학원대학’으로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정교수님은 우리나라에 유독 심각한 병리현상을 보이고 있는 학벌의식과 대학서열체제가 뿌리내린 역사적 근거를 명쾌하게 제시하셨습니다. 그 하나는 토지개혁으로서, 2차 대전 후 냉전시대에 중국과 북한이 먼저 토지개혁을 하는 바람에 남한에서도 따라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토지개혁이 성공한 나라는 중국과 대만, 남·북한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토지개혁의 성공으로 그동안의 신분적 특권이 일소되자, 그때로부터 사회적으로 가장 강력한 가치로 부상한 것이 ‘교육열’이 되었고, 학위와 졸업장을 취득하기 위한 교육경쟁이 격화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교육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공동체적 가치를 배우는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출세의 도구로 삼게 된 것이지요. 두 번째가 한국전쟁의 영향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집단적이고 공동체적인 문화가 해체되고 개인주의적 행태가 만연하여 한국사회의 주류문화는 더불어 사는 문화보다 극심한 개인의 경쟁적 문화가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보면, 입신양명과 출세지향적 사회문화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통해서 더욱 강화되어 온 것을 확인하게 되어,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학벌의식 해소 과제는 참으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이를 해소하는 것이 난망함을 더욱 절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해방 후 농지개혁 과정에서 제외대상이 되었던 것이 종교기관이나 지주들이 학교를 설립할 때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방 후 국가가 중고등학교 설립을 책임지지 못하는 재정 상태에서, 지역 지주들이 사립학교를 설립하고 운영비는 국가가 대주는 방식으로 중등교육을 확대해온 정책을 펼치면서 지역 유지들 대부분이 학교 설립자가 되고, 이들이 지역의 기성정당의 권력을 장악하게 된 역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핵심 중 교육 공공성 취약의 배경엔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학교의 존재가 있고, 이들 학교를 둘러싼 정치 권력의 문제로 인해 사립학교법 개정이 어려웠던 역사적 배경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권력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와 같은 획기적 대학체제 개편안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관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책의 성공의 길을 기존 정당과 정치권력, 교육 관료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대학서열체제와 학벌의식의 피해자인 학생과 학부모, 시민, 지방대학들의 연대의 힘에 의해 가능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광우병 파동때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던 것처럼, 또 지금 반값 대학등록금 운동에서처럼, 지금 학생들이 쓸모없는 공부 경쟁에서 놓여나 새로운 생산적 학습과 성장이 가능한 새로운 교육 체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모와 어른들이 이를 지지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풀고자 일어서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들 또한 이 문제를 아이들 손에 맡겨두지 않고 함께 나서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셨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 정책안을 잘 다듬어 설득력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연대하는 것임을 강조하셨습니다.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안을 창안하신 원조(^^)로서, 제도가 갖는 철학과 배경, 구체적 내용까지 아주 알기 쉽게 설명하시고, 오랜 동안 다수 대중들로부터 외면되어 왔지만 희망의 끈을 여전히 힘있게 쥐고 계신 진정성에 깊은 감동을 안겨 준 강의를 해주신 정진상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미니대학 6강(7/21, 목)은 전 국가교육 혁신위 상임위원 이종태 선생님의 “‘미래 교육 비전 2030’으로 본 대학체제 개편”이라는 주제로 진행됩니다. 이종태 선생님은 초중등교육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대학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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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를 알면 대학의 미래가 보인다

 

‘당신은 김탁구와 구마준 중 누구를 입학시킬 것인가?’ 라는 흥미로운 질문으로 시작한 미니대학 4강, 경희 사이버대 안병진 교수님의 강의입니다. 한겨레 칼럼 “세상읽기”에 톡톡 튀는 글들을 기고하시며, 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전 실행위원으로 탐방 차 미국대학을 누비며 종횡무진 활약하시는 안병진 교수님께, 대학의 미래에 대한 ‘위대한’, '어마어마한‘ (안 교수님께서 강의 도중 자주 사용하시던 단어들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에서 미니대학 6개 강좌를 지상중계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2강 조기숙 선생님 강의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사in 미니대학 중계 기사(2011.7.6. 제 199호) 보기 (클릭) )

 

강의 PPT 첫 화면에 나온 ‘제빵왕 김탁구’를 보고 그 드라마와 대학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안병진 교수님은 ‘제빵왕 김탁구’만 제대로 이해해도 대학의 미래가 보인다고 포문을 여셨습니다. 학력도 없고 부모도 일찍 여읜 가난뱅이이지만 일하는 삶의 현장에서 뜨거운 가슴으로 배우고, 혈연으로 섞인 가족이 아니지만 그보다 더 따뜻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김탁구야말로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대학’의 모델 학생이 틀림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렇듯 대학은 더 나은 인간, 더 행복한 삶을 위해 공부하는 곳이고, 공부란 책 속에서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론과 실천의 만남에서 성숙해가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더 나은 인간을 위한 대학이 되어야 함에도 지금의 대학은 가장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미 미국대학들은 이 위기를 깊이 각성하고 기능적 직업교육 및 소비자 중심주의에서 비판적이고 윤리적이며 복합적 사고력을 갖춘 인재 교육으로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21세기의 새로운 메가트렌드는 ‘공적 인간의 부활’을 지향하며, 대학은 구성원의 만족을 넘어 인류와 지구의 공적 기관으로 역할을 선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대표적으로 하버드대학의 파우스트 총장, 펜실베니아의 것만 총장 등은 공적 인간형 지향 철학을 표방하며 “21세기 대학은 지구적 아젠다 형성과 함께, 공익과 지구 현안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고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더 나은 인간, 변화한 인간은 한 국가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지구적 존재로서 사고하고 지속가능한 지구적 삶을 사는 사람으로서 대학들은 그러한 인간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 선진 대학들로부터 시사를 얻어 구상한 경희대의 '후마니타스 교양대학’은 ‘후마니타스’가 일반적으로 ‘인간’ 또는 ‘인류’를 의미하는 말로 이해되고 있지만 로마 철학자 키케로가 “문명을 만드는 인간”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처럼, 경희대학측도 후마니타스의 의미를 “문명을 만들고 문명을 성찰하면서 지구 문명의 난제들을 풀어가는 인간”으로 해석하고, 이를 학부 교양교육에서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강의에서 특별히 인상깊었던 것은, 대립되는 여러 개념들이 결국 하나로 통합되어 새로운 가치로 창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지금 대학은 과거 고대와 중세시대의 도제식 교육의 전통에서 그 정신을 배울 필요가 있지만 무조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현대의 기술력, 집단 지성적 지식 계발이 융합되어서 더 나은 새로운 교육이 탄생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많은 대립되는 개념들의 통합 즉, 아시아적 가치와 서구적 가치의 융합, 진보와 보수의 협업, 인간과 자연의 조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공존, 학문과 실천의 창조적 융합, 기업과 공적 가치의 만남, 정부와 효율성의 만남 등 두 영역간의 가치의 융합 등 새로운 관점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어느 하나를 취하고 어느 하나를 버리는 배타성이 아니라, 양자를 취하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간다는 점에서, 미래 사회에 살아갈 우리 자녀들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자주 언급되는 협업능력, 소통능력, 네트워크 능력의 의미와도 만나게 됨을 알게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반값등록금 운동’에서 촉발된 우리나라 대학의 미래 비전도 어떤 한 체제를 선택할 것인지 하는 양자택일적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미국, 유럽 대학 등의 성공과 한계를 보고 더 나은 체제를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또한 지금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에 가장 부족한 것은 대학의 공적 역할, 인류 문명에 대한 책임의식 등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겨우 그 출발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며, 경희대의 후마니타스 교양대학의 실험이 우리나라 대학의 새로운 모델을 구상하는데 큰 시사점을 줄 것입니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주신 안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미니대학 4강(7월 7일, 목)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평생학습전문가이신 서울대 교육학과 한숭희 교수님께서 강의해주십니다. 대학 서열화와 학벌 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통찰을 경청해봅시다. 그럼 4강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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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이 베끼지 않는...

 

미니대학 2강 강의는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조기숙 교수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조기숙 교수님은 현실 정치에 활발히 참여하신 것으로도 유명하시지만,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고민을 바탕으로 “왜 우리 아이들은 대학에만 가면 바보가 될까” 등의 교육 관련 저서를 집필하신 것으로도 유명하십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는 그간 등대지기학교의 명강사로 활약하시기도 했지요.(^^) 어떠한 질의에도 막힘없는 답변을 해주시던 조기숙 교수님의 현장강의를 스케치해드립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에서 미니대학 6개 강좌를 지상중계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1강 홍세화 선생님 강의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사in 미니대학 중계 기사(2011.7.2. 제 198호) 보기 (클릭)

 

 

“한국대학이 베끼지 않은 미국대학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제목으로 「미니대학」제 2강 조기숙 교수님의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이 제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부터 보여주셨는데, 바로 길거리에 흔히 볼 수 있는 도로 표지판입니다. 미국의 도로표지판은 고속도로 표지판은 미국 지도를, 주 도로표지판은 주 지도 모양을 띄고 있어 각 도로의 성격과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것을 그대로 베껴오면서 우리나라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모양만 그대로 베껴왔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대학교육 역시 미국대학의 철학과 정신은 베껴오지 못하고 외형만 따라했을 뿐이라는 것을 이후 강의시간 내내 여실히 보여주셨습니다.

 

미국대학의 철학을 크게 두 가지로 꼽으면 하나는 형평성이고 또 하나는 학생에 대한 인권 존중이라는 것입니다. 이 두 요소가 결합되어 대학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미국식 교육개혁의 모델인 것처럼 평가되고 있는 서남표 총장의 KAIST대학은 전혀 미국식이 아니라 한국식이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KAIST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성적순에 따라 차등적 등록금을 부과하는 징벌적 등록금제는 미국대학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제도라는 것입니다. 상대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하위 그룹에 속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학생들에게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제시하는 것을 인권침해로 보기 때문에 상대평가를 하지 않고, 더구나 그것을 기준으로 등록금을 차등 부가하는 것과 같은 발상은 미국대학의 철학에서는 허용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대학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이지만, 교육에 관한한 사회주의적이라 할 정도로 상아탑 정신에 투철하다고 강조합니다. 학부에서는 기초인문학 및 순수학문과 응용학문을 서로 경쟁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미국에서도 직업적 선호가 높은 의학, 법학, 경영학은 학부에 두지 않고 주로 대학원에 두고 있고, 우리나라가 비슷하게 따라하고는 있지만, 그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성적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전공 특성에 맞는 활동을 입학전형요소에서 가장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의대는 봉사활동, 경영대학원은 기업에서 일해 본 경험이라는 것이지요.

 

미국대학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눈여겨 볼 부분은, 요즘 우리나라가 비싼 대학등록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 등록금제도도 미국을 따라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국은 주립대가 70%, 사립대가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주립대는 물론 정부 지원 부담이 개인 부담보다 월등히 많고, 사립대라 할지라도 일정 소득 이하 저소득층이면 장학금과 생활비의 많은 부분을 제공받으며, 이와 같은 부모의 재산에 따른 장학혜택과 교외장학금제도 등이 워낙 잘 갖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의 능력과 형편에 따라 어떤 대학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의 지원이 그물망처럼 갖춰져 있어서 돈이 없어 대학 진학을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또 하나 한국대학에서 따라하고 싶어 하는 미국의 기여 입학제는 한국에서 구상하는 것처럼 20~30억 씩 기부금을 내고 자녀를 입학시키는 그런 제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레가시(legacy)제도라고 하여 거액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정한 금액을 해마다 오랜 기간 기부한 사람들에게 기회가 될 때 혜택을 주는 제도가 있지만 입학을 목적으로 기부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언급하시기도 했습니다.

 

 

조교수님은 미국대학에서 우리나라가 배우지 못한 것은 바로 대학의 사회적 책임임을 강조하고, 사회적 책임은 곧 공공성 강화로 나타나는 것이므로 우리나라와 같이 사립대학 비중이 87%에 이르는 상황에서는 국공립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일각에서 제안하고 있는 ‘국공립대 네트워크’방안 및 부실대학의 국공립화는 기본적으로 추진해야 할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미국대학을 베껴 온 우리 대학이 미국대학의 철학까지 깊이 이해한다면 국공립대 네트워크 방안이 결코 급진적이지 않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그 밖에 우리나라 대학은 고교 졸업생 80% 이상이 진학하는 현실에서 상위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이 아니라 학생들 개별에 맞춘 맞춤형 교육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제도만 받을 것이 아니라 후속조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오늘 강의를 통해 경쟁주의적 미국교육만을 상상했던 통념을 여지없이 깨트리며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무성, 대학이 지닌 사회적 책임이 철저한 미국대학의 모습을 새롭게 살펴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음 세 번째 강의는 하버드대학 등 세계의 유수 대학을 벤치마킹하여 교양인문대학을 설립한 경희대 후마니타스 대학의 설립 추진 위원이셨던 경희 사이버대 안병진 교수님 강의가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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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제1 대학이 제일 좋은가 보죠?


미니대학 1강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 홍세화 선생님이 맡아주셨습니다. PPT 없이 진지한 내용에 칠판을 이용한 맨손 수업이었지만, 강의안 하나 없이 가슴 속에 있는 뜨거움과 교육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며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시고, 결정적 순간에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유머를 구사하시며 명강사의 반열에 오르셨습니다. 현장 강의를 스케치해 드립니다.


6월 16일 ‘미니대학’에서 처음 뵌 홍세화 선생님은, 책이나 신문 지면에서 보았던 사진에서의 날카로운 인상과는 달리 실제로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느낌이었습니다. “공부 잘하는 애랑 못하는 애의 차이는 시험치고 나서 까먹느냐, 시험 치기 전에 까먹느냐의 차이다” 등의 촌철살인 유머들을 구사하면서 강의의 몰입도를 높이셨지요.

그렇게 해서 시작된 제 1강. 선생님은 자신은 학벌 중심 대학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으로, 자신이 70년대 살았던 “평준화된 프랑스 대학”을 모델로 제시했습니다. 대학들이 평준화되어 대학 입학을 위한 입시 경쟁이 우리만큼 치열하지 않고, 또 대학들은 파리 1대학부터 13대학까지 같은 이름으로 대학체제가 구성되어 있으므로 학벌에 대한 차별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파리 1-13대학을 이야기하면, 제일 좋은 대학이 파리 1대학이냐, 그렇게 묻는다고 말한다고 하면서(^^), 숫자는 랭킹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홍세화 선생님은 70년대 파리로 가서 한국 기업 프랑스 주재 직원으로 머물다가 국내 정치적 상황에 연루되어 파리에 머물렀고, 그래서 아이들 두명을 모두 프랑스 고등학교, 대학을 다니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이들을 그곳에서 길러보면서 홍 선생님은, 프랑스 교육이 우리 교육과는 너무도 다르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아이들이 대학 입시 경쟁 고통이 없다 보니, 대학을 입학할 때까지는 입시를 위해서 고3일지라도 밤늦도록 공부하는 법이 없고, 실제 당신 자녀들의 경우에도 고3때까지 자신이 읽고픈 책을 읽고, 밤 11시에 자서 아침 8시에 일어나는 생활 패턴을 유지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큰 아이가 어느 날 독서 때문에 새벽 2시에 잠을 자서 학교에서 약간 졸았는데, 선생님이 가정에 통신문을 보내, 아이를 무리하게 11시 이후에까지 잠을 재우면 안된다고 경고를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그분이 보기에 프랑스의 교육철학은, 초중등 교육까지는 학생들의 기본기와 기초체력을 중시하되, 대학 단계에 들어가서 제대로 된 경쟁을 시켜야하고, 제대로 된 경쟁을 위해서라도 초중고 시절의 기초체력은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학생들이 이렇게 대학입시 경쟁으로 인한 고통이 없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학을 들어가는데 그랑제꼴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어서, 고등학교 졸업고사 바깔로레아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받으면, 대학 진학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그래서 무한 경쟁에 몰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세화 선생님은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의 평준화된 대학들이 ‘교육 경쟁력’이 없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일단 대학에 들어가면, 학생들은 정말 피나게 공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즉, 프랑스 사회에서는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 즉 학벌보다는, 대학 생활을 몇 년 했느냐(즉, 어느 대학을 나왔니?가 아니라 대학에서 몇 년 공부했니?)가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상급학년으로 자동적으로 진급되는 것이 아니라, 진급 숫자 상한선을 제한하여 일정한 성적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은 대학을 떠나게 한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렇게 진급 상한선이 정해져 있으니, 아이들은 피말리게 공부할 수 밖에 없고, 고교 때까지 기본기가 탄탄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 경쟁을 하니, 그렇게 해서 공부한 아이들의 교육 경쟁력은 당연히 매우 높은 수준임을 절감했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대학의 평준화 정책을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그래도 그 사회에 평준화 대학 체제 위에 ‘그랑제꼴’이라는 학교 체제(고급 인적 자원을 관리 및 양성 체제)가 별도로 있지 않느냐라고 비판한다고 언급하면서, 그 나라의 경우 그랑제꼴의 경우 프랑스 모든 기관들이 그렇듯이 철저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해 특권층화되는 것을 막는 장치가 있다는 것을 아울러 언급했습니다. 즉, 그랑제꼴의 경우 국가에 필요한 고등 인재를 길러내는 기관이고 졸업 후 국가 중요한 공직을 점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곳을 졸업해도 대학 졸업장을 주지 않음으로 ‘정치 권력’과 ‘학문 권력’을 모두 제공하지 않고, 그렇게 해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는 것입니다. 그랑제꼴은 말하자면, 평준화된 대학 체제 속에 일부 떠있는 섬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지요. 그 위에서 군림하는 체제가 아니라 말입니다.

 

홍세화 선생님은 강의를 통해서 서열화된 대학체제의 문제 중 가장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문사회과학의 왜곡’의 문제를 특히 강조했습니다. 즉, 대학들이 날카롭게 서열화될 경우, 그 서열을 유지하기 위해 학생들을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도록 요구하고, 따라서 교과 성적도 날카로운 변별력을 필요로 하기 마련인데, 아이들에게 가르칠 인문 사회 지식은 생각과 논리의 치밀함과 타당성을 요구할 뿐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학문이기에, 서열화된 대학의 변별력 요구에 학문(교과)이 봉사하는 순간 그 본연의 가치를 상실하고 타락한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경우, 교과 내용의 객관적 사실에 대한 암기는 비판 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고, 국가에서 습득해야할 내용을 이미 결정해서 그것을 외울 것을 요청하기 때문에, 비판적 생각, 뒤집어서 생각하는 것 등을 할 수 없고, 그런 학습 태도를 갖게 될 경우 좋은 성취도 점수를 얻을 수 없고, 결국 우리 학생들의 수동적인 학습 습관은 사람을 주체로 키워내지 않고, 주어진 사실을 암기하고 받아들이는 존재, 수동적 존재로 키워내며, 결국 학생들이 세상의 현실에 대해서 비판적 안목으로 보지 못하도록 하고 사회의 차별과 불합리한 요소에 대해서 눈을 뜨지 못하고 침묵하게 만드는 문제를 가져온다고 지적했습니다.

 

홍 선생님은 이렇게 강의를 하시면서,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을 그런 맹목적 암기 교육이 아니라 세상이 돌아가는 구조에 대해서 깨어있게 만들며, 현실을 현실 그대로 보게 하는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이미 사회가 기존 교육을 통해서 가르치고 ‘의식화’ 시켜온 수동적이고 비주체적인 개인을 양산하는 흐름을 꺾고, 그런 ‘의식화’에서 눈을 뜨고 자기 스스로 주체가 되는 ‘탈의식화’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선생님은 이렇게 비판적 사고를 위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독서능력과 글쓰기 능력이나, 그런 독서와 글쓰기 능력은 지금 우리 나라 대학입시제 중 입학사정관제 등에서 강조하는 독서, 글쓰기 능력과는 다름을 지적했습니다. 즉,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글쓰기가 아니라, 세상을 알아가는 데 필요한 눈뜸, 자신의 주체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기다움의 각성 차원에서 글쓰기와 독서 능력이 필요하고, 이것을 교사들과 대학들이 프랑스는 인정해 준다는 것입니다.(프랑스 교실에서 예를 들어 사형제 폐지에 대해서 글을 쓰거나 토론을 하더라도, 교사의 입장과 학생이 쓴 글의 입장이 달라도, 그 글의 논리성과 타당성이 확보되면 좋은 성적을 얻고, 같은 입장이라도 비논리적이면 낮은 점수를 받는다고 말하며, 그런 자기 관점과 판단이 교육의 중요한 핵심이라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우리 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랭킹 의식, 세상의 모든 것을 순위를 매겨야 속이 시원하고, 랭킹 속에 행복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우리에게는 도무지 낯선 이야기였지만, 그래서 선진국이구나,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성적과 랭킹이 아니면 사람의 행복, 직업을 통한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한 우리에게, 프랑스 사회는 정말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목요일 2강 강의(6월 23일, 7시)는 조기숙 교수님의 “한국대학이 베끼지 못한 미국대학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주제로 시작됩니다. 조기숙 교수님은 우리 사회가 고등교육 모델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미국을 예로 들면서, 교육제도에서 모방하지 않은 중요한 가치를 한국대학이 회복해야한다는 것을 이번 강의에서 강조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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