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병(변산 공동체 대표, 보리출판사 대표) 농부가 된 철학자, ‘자녀 교육’을 말하다.
뿌리 깊은 나무 편집장 역임, 철학자, 변산 공동체 대표, 변산 공동체 학교 교장,
보리출판사 설립자, 문턱 없는 밥집 설립자. 그의 삶은 그의 이력이 말해주는 바 그대로이다.
농부이자 철학자가 말하는 올바른 부모와 자녀의 관계란 무엇인가.
#1. 한국전쟁을 겪으며, '자연의 아이'로 돌아간 행복한 시절...
강의를 시작하며 71세의 나이를 먼저 밝히신 윤구병 선생님은,
한국 전쟁을 겪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연세에 비해 꼿꼿한 자세로 힘차게 강의하시는 모습이 놀랍기도 했지만,
들려주시는 어린시절의 가난의 이야기 역시 놀라웠는데요.
가난의 이야기 속에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야 하는지를 들려주셨어요.
저는 어린시절 한국전쟁을 겪으며 벼껍질, 수수껍질, 소나무속껍질을 갈아 끓여먹을 정도로 매우 가난하게 자랐습니다. 그래서 4년간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자랐는데, 이때 시절이 하나도 후회되지 않을만큼 너무 행복했습니다. 제가 ‘자연의 아이’로 되돌아갔거든요.
자연이라는 말은 ‘스스로’ 자(自), ‘그러할’ 연(然)으로,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이지요. 모든 생명체는 자율성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간섭하면 생명력을 약화시킵니다. 간섭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저절로 행복을 느낍니다.
#2. 변산공동체의 아이들은 어떻게 자랄까요?
고향이 변산이신 선생님은 변산공동체를 만들어
지금까지 수많은 학부모와 아이들과 함께 지내오셨답니다.
변산공동체는 아이들에게 '시작점'과 '끝점'을 정해주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어떤 의미일까요?
변산공동체의 아이들은 시작점과 끝점이 없는 상태에서 공부를 합니다. 누가 시작과 끝을 정해준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대로 공부할 수 있는 거지요. 시작점과 끝점이 없는 상태가 공부에 가장 좋습니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며 자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너무도 흔하게 듣는 말이지만, 실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평안한 마음으로 참아낼 수 있는 부모는 몇 없지요.(^^;;)
윤구병 선생님은 아이들이 왜 놀아야 하는지 귀가 솔깃할 만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3시간이에요. 3시간 이상 책상에 죽어라고 붙어 앉아있으면 이상한 겁니다. 나가 놀라고 내쫗아야 합니다. 실컷 놀아본 다음에야 스스로 책상 앞에 앉아 있어요.
'공부해라, 숙제해라, 책읽어라~' 잔소리 하느라 지친 부모들에게
가장 좋은 약은 아이들을 실컷 뛰어놀게 하게, 이제 팔다리가 조금 지쳐서
차분해지는 시간을 기다리라는 것이겠죠?^^
#3. 정답만 찾는 교육은 사람을 획일화 시킨다.
지금 우리네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을 짚어주셨습니다.
한가지 정답만 찾는 교육, 교과서만 배우는 교육!
교육을 통해서 인간은 폭넓게 다양한 세계관을 배워가야 하는데,
반대로 한가지 정답만 찾는 훈련을 하면서 위험해진다고 하셨어요.
지금의 학교 교육은 정답을 적으라고 합니다. 정답만 찾게 되면 사람이 획일화되요. 교과서 중독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럴려면 좋은 책을 많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4. 제 손발 놀리는 아이로 키우자!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요?
교육의 궁극적인 두가지 목표를 알려주셨습니다.
아이들에게 두가지만 길러주면 됩니다. 손발 놀려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것과 서로 도울 수 있는 힘과 마음입니다.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즉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사람은 혼자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가 아니므로 서로 도우면서 살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사교육을 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모가 죽은 뒤에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데,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을까가, 그리고 혼자 살아남을 수 없으니 서로 도와야 하는데 서로 도울 수 있을까' 부모로서 이 걱정을 먼저 하고 계신가요? 대학 걱정이 먼저인가요?
#5. 좋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두가지는?
마지막으로, 철학자 다운 면모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좋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두가지를 당부하셨습니다.
'비판 정신'과 '창조 정신'이었습니다.
미래 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두가지에요. ‘비판 정신’과 ‘창조 정신’입니다. 있는 것을 있다고 말하고 없는 것을 없다고 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아이들로 자라게 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 원하지요? 자유, 평등, 평화, 우애, 사랑, 관용은 좋은 세상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거지요? 전쟁, 억압, 착취, 탐욕은 어떤가요? 좋은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다/나쁘다’를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있을 것이 있고 없을 것이 없으면 좋은 것이고, 있을 것이 없고 없어야 할 것이 있으면 나쁜 것입니다.
이렇듯이, 우리 아이들도 ‘있다/없다’와 ‘~이다/~아니다’를 가려낼 수 있어야 좋은 세상을 만들어 살텐데, 이 가려낼 수 있는 눈이 바로 ‘비판 정신’이에요. 그리고 비판 정신을 길러서 없앨 것을 없애는 것은 쉬운데, 없애고 나서 다시 채워넣고 만들어야 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이것이 있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창조 정신’입니다. 이 비판 정신과 창조 정신은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생기는 것입니다.
농부철학자로써, 71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2시간여 강의를 해주신
윤구병 선생님은 마지막까지 부모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교육의 근본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쉬운 단어들로 해주신 말씀이지만, 그 깊이를 따지자면 두고두고 곰곰히 생각하며
곱씹어보아야 할 내용들이 많았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이 시간을 '먼 길 떠나는 여정'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존재됨의 근본을 돌아보고 또 세상을 바로 바라보는 바른 정신을 가지기 위해서
외부 환경에 휩쓸리기 보다는 나의 중심을 바라보며
'있을 것을 있게 하고 없어야 할 것은 없애는' 비판과 창조의 시간들을
스스로 가져보는 여정 말입니다... 서둘러 가지않고, 천천히 한걸음씩 내딛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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