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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회원의 이야기

[정병오] 역사란 무엇인가? “형! 형은 이렇게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버려가며 우리 시대 불의와 문제와 싸우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던지려고 하고 있는데, 이러한 형의 행동이 옳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지? 형으로 하여금 이러한 삶을 살게 하는 근거는 무엇이지?” “그것은 ‘역사’야!”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대학 시절 비교적 친하게 지냈던 운동권 핵심 선배와의 대화의 한 구절이다. 물론 그 선배가 믿고 자기 행동의 근거로 삼고 있는 이 ‘역사’라는 것이 막연하게 긴 역사적 견지에서 볼 때 정의가 결국 승리한다는 낭만적인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마르크스의 역사발전 5단계설에 근거해서 자본주의 이후에 사회주의가 도래하는 것이 확실하고 이 사회주의의 도래를 앞당기는 것이 역사적 사명이라는 사회과학적 생각이었는지 명확하지.. 더보기
[정병오]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아빠! 나는 세상에서 제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2년 전 자살했던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기업 회장의 막내 딸 있잖아, 그 사람이야.” 올해 중3인 우리 집 큰 아이가 하는 이야기다. 2년 전에 있었던 일을 지금도 가끔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우리 아이에겐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정말 갖기를 소망하는 모든 조건 -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을 정도의 부를 갖춘 부자 아빠, 국내 명문 대학 출신에 미국 유학 생활 - 을 갖춘 사람이 뭐가 부족하고 뭐 그렇게 힘들어서 자살을 선택했는지 그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아이들은 모르지만 어른들은 다 아는 것 하지만 어른들은 다 안다. 사람들이 행복을 줄 수 있다고 .. 더보기
[정병오] 소명을 따라 사는 삶 “아빠, 나는 아직까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친구들 중에는 자기가 무엇을 전공해서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매우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는 친구들도 제법 있는데, 나는 솔직히 문과와 이과 중에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조차 모르겠어.” 올해 고등학생이 된 큰 딸이 하는 이야기다. 꿈이 없던 아이 사실 나도 그랬다. 비록 문화적 자극이 없는 시골이긴 했지만 그래도 친구들 가운데는 명망있는 권력자나 학자가 되어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꿈을 말하는 친구도 있었고, 인기있는 전문직이 되어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현실적인 꿈을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분명한 자기 확신을 가지고 미래의 꿈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할 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있게 다가오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함께 중고등부.. 더보기
[이공훈] 고등교육을 시민의 품안으로 정부에서는 2007년도에 국립대학 법인화안을 국회에 제출할 의사를 갖고 있는 듯이 보인다. 지난해 11월 6일에 우여곡절 끝에 경찰의 호위 속에 공청회를 개최한 것은 그러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증표라고 할 수 있다. 2009년도부터 국립서울대학교와 신설될 울산국립대학교와 국립대로 전환될 인천시립대학교와 다른 희망하는 대학 두개 정도의 법인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할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아 보인다. 국립대학 법인화를 강행할려는 동기를 필자는 일본이 2004년도에 국립대학을 모두 법인화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일본은 2004년도의 국립대학 법인화 조치를 1886년의 제국대학령 공포와 1949년의 사립학교법 제정과 함께 세 번째의 대개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더보기
[이공훈] 좋은 교사와 이공훈의 만남 시험제도, 우리의 생각을 뛰어 넘어야 합니다 이공훈(학벌없는사회만들기 대표) 이공훈 | 흥사단 교육실천위원회에서 기획실장을 맡아 일했었고 현재는 학벌없는사회만들기 (www.goodbyehakbul.org) 대표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섀먼 에듀』라는 교육소설(2002)과 『교육, 시장과 정부에서 길을 찾다』 (정영섭과 공저, 2006)가 있다. 3불정책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대통령까지 나서 방어하고 있지만, 소위 명문대학과 보수언론의 3불 정책 해체 주장이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의 여론조사 결과, 3불정책 유지를 원하는 입장이 다수였다. 과연 대학의 경쟁력을 도모하면서도 공교육 정상화를 지킬 수 있는 해법은 없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오랫동안 고민하고 대답해 온 이공훈 ‘학.. 더보기
[이공훈] 걷는다는 것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하루에도 걷는 거리가 제법된다. 재 본 적은 없지만 대충 십리는 넘지 않을까 싶다. 오래된 습관이기도 한데 몸과 마음을 더 없이 편하게 해준다. 몸이야 너무 많이 걸으면 피곤해지지만 운동삼아 걷는 셈이기도 하니 이로울테고 마음을 여유롭고 넉넉하게 해주는 데야 걷기만한 게 또 있을까 싶다. 걷는 묘미를 체득한 후부터 빨리 걷는 경우란 거의 없고 뛰기란 내 인생에서 영원히 없어졌다. 뛸 일이 뭐가 있을 것인가. 원체 숨이 차 오르는 걸 싫어했으니 걷기 체질이라고 해야 솔직한 말이기는 하지만. 걷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혼자 걷는 게 제 격이다. 누군가와 같이 걸을 때는 즐거움을 음미할 수가 없다. 대화에도 신경써야 하고 보폭도 맞추어야 하니 걷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혼자서 마음의 .. 더보기
[이공훈] 자연은 최고의 스승 장 자크 루소는 그의 저서 `에밀`에서 우리들에게 최고의 스승은 자연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주인공이기도 한 에밀에게 그의 선생이 심혈을 기울여 가르치려 한 것은 사물에 대한 지식이 아니고 어떻게 하면 자연을 만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으며 사랑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루소 자신을 의미하기도 했던 선생은 선생의 바람직한 모습을, 학생들을 자연 앞으로 인도해 주는 안내자의 역할에 한정하려 했지 사물의 이치를 훤히 꿰뚫는 능력자로 비추어져서는 안된다고 여겼다. 자연의 심오한 뜻을 스스로 깨달으면서 인간으로 성숙해간다는 그의 자연주의철학은 근대의 교육철학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고, 교육학을 공부해야 하는 자들에게 `에밀`은 필독서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현장을 보면 교사들이 .. 더보기
[이공훈] 입시는 세시풍속 한때 유행했던 실존주의는 인간을 좌절과 방황 속에서도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존재로 파악하고 그런 삶의 조건을 `이유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으로 규정하고 그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존재에 대하여 따스한 시선을 보낼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런 요구를 필자는 우리 교육현실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곤 한다.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전쟁을 연상할 만큼 치열한 시험 경쟁이 벌어지고 승자와 패자로 갈리며 희비 쌍곡선이 그려진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자들의 환호와 그렇지 못한 자들의 낙담이 어우러지는 우리나라에서만 보이는 세시풍속은 이미 꽤나 오래되었다. 전쟁으로 비유되는 입시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그 포연은 넓고 깊게 퍼져나가고 그 영향권 안에 갇힌 자들의 삶은 각박하기가 그지없다.. 더보기
[이공훈] 연어교육 연어새끼가 강물에서 4~5㎝ 정도 자라면 마침내 바다로 나가게 된다. 강물 속에 사는 많은 물고기들이 넓은 바다로 나가 사는 걸 두려워하며 어린 연어에게 바다는 위험한 곳이라고 일러주지만, 어린 연어가 보기에 그들은 좁은 울타리 속 삶에 만족할 뿐 넓은 바다에서 마음껏 뜻을 펼치며 살기를 포기한 자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린 연어가 쉽게 바다로 나가지는 못한다. 그들 앞에는 거대한 장벽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바다로 나갔다가는 되돌아오기를 하루 이틀 사흘 거듭하면서 짠물에 몸을 적응시킨다. 이 과정에서 혹독한 시련과 희생이 따른다. 피부색도 바뀌고 몸 속의 살색도 바뀌며 영혼마저도 무쇠처럼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저 멀리 그들이 한 평생 살아갈 북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자연은 .. 더보기
[이공훈] 만산홍엽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칼럼란까지 배려해주어 더욱 고맙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선 옛글 한편 올립니다. 6년전 이글을 보고 충실한 추종자를 얻었던 경험이 새로와 맛보기(?)로 올립니다. 지금은 그 추종자가 대립각을 세우니 조금 뜻밖이기는 합니다만 그것도 교육운동 전선의 한 추억이 되겠지요. 모두들 건강하시고 많은 성과를 거두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사계가 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지만 나에게는 특히 가을이 아름다 운 것 같다. 왜 그런지 가을은 이 여린 가슴마저 한 줌의 재가 되도록 태우는 것 만 같다. 낙엽이 물드는 소리에 이끌리어 놀란 듯이 화들짝 설악행 버스에 올랐다. 목적지는 오색. 나.. 더보기
[송인수] 답 없는 길을 가야할 이유로 내게 쥐어진 '증거' 인생을 살아가면서 종종 가슴 벅찬 희열과 감격을 느낄 때가 있다. 행복이라는 것은 굳이 몸이 편안함을 의미하지 않고, 수고와 땀의 고생을 통해 가슴 깊은 곳에서 치미는 삶의 보람을 의미한다. 행복을, 논리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규정할 때, 내게 있어서 행복은, 내 생애에 지워진 십자가를 지고 갈 때 그 길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 내가 믿은 하나님이 내게 찾아오시는 경험이며, 갈 길을 몰라 방황할 때 그게 죽으러 가는 길일지라도 그 길이 너에게 주어진 길이라는 것을 말씀하시는 내 주의 그 한 말씀이 들릴 때이다. 그 한 말씀이면 새벽을 가를 수도 있고, 그 한 말씀이면 고난의 쓴잔도 마실 수 있다. 그 한말씀이 아니면, 행복이 행복이 아니며, 그 한 말씀이 아니면 잘되는 일이라고 말할 수 .. 더보기
죽을 때까지 학원 가라는 나라 어느 학부모의 고백 죽을 때까지 학원 가라는 나라 안 병 화(중학교 교사이자 학부모) 지난 5,6년간 저는 학교와 가정에서 참으로 힘들게 생활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하면 제 고통과 아픔은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와 사교육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듯합니다. 저는 공립중학교에서 23년간 근무한 평범한 교사입니다. 학교 교사로 생활하면서 항상 아이들의 문제에 대한 고민은 있게 마련이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 양상은 달라진 것 같습니다. 학업에 전혀 무관심한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더 공부를 시킬까 고민하며 학교에 남겨 공부를 시켜 보기도 하고 학부모님께 아이들의 학업에 신경을 좀 써 주십사 부탁드리기도 했었는데, 요 몇 년 동안에는 그런 고민보다는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와 무.. 더보기
[고춘식] 경쟁이 아니라 치유가 먼저다 새 학년이 시작된 지 한 달 반, 학교 안이나 학교 밖에서 만나는 선생님들마다 아이들과의 관계 문제로 비명을 지르고 싶다고 한다. 선생님들은 새 학년이 되면서 가졌던 기대와 희망을 좀 더 오래 가져가려고 무진 애를 쓰지만, 아이들은 이미 일상으로 돌아가 선생님과 격전을 치를 준비를 해놓고 있다고도 했다. 간절한 소망이 없는 미래의 꿈 지각을 자주 하는 한 학생 때문에 몹시 힘들어하는 담임 선생님이 있어 그 아이를 내가 맡아 집중적으로 대화를 해주고 있는데, 며칠이 지나도 그 아이의 등교 시각은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꾸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경험으로 알듯이 이 아이도 언젠가는 변할 것이다. 그 시기가 문제인데 그것이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모를 일이다. 때에 따라서는 고등학교에 가서야.. 더보기
[고춘식] 10년 정성을 헛되이 말라 내가 북녘 사람들을 아주 가까이서 만난 것은 2005년 여름 금강산에서였다. 금강산에 도착해서도 자꾸 실감이 가지 않아 하늘과 산을 보고 또 봤다. 줄기차게 내리는 빗속을 걸어 상팔담까지 가면서 서른 살이 좀 넘은 듯한 안내원과 짧은 대화를 했는데 그는 우리들의 질문에 당당하고 분명하게 대답하였다. 기독교와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주 비판적이고도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남과 북의 아주 특별한 관계 저녁에 식당에서 만난 여성 종업원들에게서 느낀 것도 역시 당당함과 자신감이었다. 그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상대방을 주시하였고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 눈빛들은 낯이 설면서도 신선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 그 때 묻지 않은 눈빛은 남쪽이 가지지 못한 ‘순수한 힘’으로 다가왔다. 농담을 걸면 제법 .. 더보기
[고춘식] 교육감 선거, 학생들에게도 선거권을 3월 25일(화) 자 동아일보의 A14면을 보고 참으로 ‘동아’답다는 처량한 생각이 들었다. - 학력 키운 중 교장 인사 우대 - 서울지역 영재교육원 합격자 분석해 보니·신용산초등학교 31명 최다 - 한국말 NO! 영어 몰입 수학 교육(사진과 설명) - ‘떠들지 마라’ 유치원생 입 테이프로··· - 서울시 교육위원도 “의정비 올려받아야” 등의 기사로 채웠는데 놀라운 것은 그 기사 아래 전단으로 어느 사교육업자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특목고·자사고·국제중 입시 전략 설명회’ 광고가 주먹만한 글씨로 대문짝만하게 나 있었다. 그 ‘입시 전략 설명회’는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에서 이어진다고 했다. 아, 이렇게 얼굴이 두꺼워도 되는가. A14면은 이 광고를.. 더보기
[고춘식] 김형근 선생님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라 내가 김형근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2007년 1월 중순, 원주 상지대학교에서였다. 전교조 참교육실천대회에서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만났는데, 그의 첫인상은 투사라기보다 어떤 간절한 소망을 지닌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 진지함이 묻어나는 나직한 말씨는 다른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검찰은 자존심도 없나 그는 자신의 몸을 부수어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는 그런 선생님이었다. 가출한 아이들을 찾으려고 임실에서 전주까지 가고, 때로는 부산까지 갔다. 단돈 3천원에 자신의 자존심을 파는 것을 목격하고 함께 통곡도 했다. 다방 업자들이 학교 선생님보다 더 잘해 준다는 아이들의 말에 가슴이 오죽 쓰라렸을까. 그 아이들을 선생님 집으로 데려와 먹이고 재우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병원 치료.. 더보기
[고춘식] 어른을 가르치는 아이들 새 학년 교무실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몇 명 아이들이 우르르 교무실로 찾아와서 새로운 반편성에 대해 불만을 토하는 게 아닌가. 우리 학교는 4년 전부터 수학과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는데, 학년이 바뀌어 새로운 반을 발표하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눈높이 수업’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2개 학급 70명의 학생을 창의반(상) 20명, 탐구반(중) 35명, 원리반(하) 15명 정도로 3개 학급으로 편성해 운영하고 있는데, 원리반(하)에서 탐구반(중)으로 올라간 아이들이 그냥 원리반에 있게 해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었다. 성적이 향상됐으니 원리반에서 탐구반으로 올라간 것을 당연히 기뻐해야 할 아이들이 오히려 원리반에 그대로 남겠다니 뜻밖인 것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년을 1년 앞둔 원리반 담당 선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