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행했던 실존주의는 인간을 좌절과 방황 속에서도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존재로 파악하고 그런 삶의 조건을 `이유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으로 규정하고 그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존재에 대하여 따스한 시선을 보낼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런 요구를 필자는 우리 교육현실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곤 한다.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전쟁을 연상할 만큼 치열한 시험 경쟁이 벌어지고 승자와 패자로 갈리며 희비 쌍곡선이 그려진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자들의 환호와 그렇지 못한 자들의 낙담이 어우러지는 우리나라에서만 보이는 세시풍속은 이미 꽤나 오래되었다.
전쟁으로 비유되는 입시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그 포연은 넓고 깊게 퍼져나가고 그 영향권 안에 갇힌 자들의 삶은 각박하기가 그지없다. 어떻게 하면 전쟁에서 살아남을까 하고 전전긍긍하던 20 세기 전반기의 시대적 상황과 유사하다고 하면 지나친 비유일까.
어쨋거나 둘 사이의 공통점은 헤어나오기 힘든 `불안`이라고 하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있다는 점이다. 입시를 지켜보는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나 교사들의 생활을 보면 이런 불안으로부터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들 모두의 삶을 규정하는 `입시`라는 먹구름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없을까. 이들의 불안을 해소하거나 완화시키겠다는 건 교육개혁의 또 하나의 중요한 목표이다.
그렇지만 웬지 공허하게만 들린다. 어린 학생들이 과외에 내몰리고 밤잠을 줄여 꿈꿀 시간도 모자라고 학부모들도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허덕이고 교사들도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이런 암울한 시대적 상황은 걷힐 줄을 모른다.<2001.12.4조선일보 19면 일사일언에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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