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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회원의 이야기

[송인수] 낯선 편지 : 선생님, 저를 꾸짖어 주십시오

되는 일이 없어서 마음을 짖누를 때, 회원들에게 쓴 편지... 2005. 3.8.이다. 아, 그때 한참 어려운 시기였었지...특히 일은 많아 간사를 구할 수 없었던 시절, 이 간절한 편지를 읽고, 남아공에서 몸이 아파 겨우 귀국한 서완실 간사님이 내게 메일을 보내서, 함께 일하고 싶다고, 선생님이 이 짐을 내려놓을 3년간 이 일을 돕고 싶다고 그렇게 해서 우리 사무실에 오게 된 계기의 편지이다. 그리고 그분이 오셔서 얻어진 3년은 참 축복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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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수 편지] 선생님, 저를 꾸짖어 주십시오.

선생님. 오늘은 햇볕이 화사해 참 화창한 봄날입니다. 이제 곧 이곳 봉천 고개로 흐드러지게 필 3월의 개나리꽃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선생님, 그러나 봄날답지 않게 오늘은 좀 제 마음 속에 있는 근심을 선생님과 나누고 싶어서 망설이다가 편지를 씁니다.

퇴직한지 이제 2년째 접어들고 있네요. 3년만 있으면 이곳 사무실에서 제가 총무로 일하는 기간도 끝나고, 새로운 부르심의 일터로 나서야할 것입니다. 95년부터 연합 사역을 시작했고 이제 10년째 접어드니, 참 오랫동안 일을 해온 셈입니다. 요즘은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지는 흰머리 때문에 염색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희어져도 절대 염색하지 않고 늘어가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얼마 전 모습을 떠올리며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생각의 견고함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잠자는 것이 그렇게 쉽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기독교사운동의 현재와 장래에 대해 제 속의 아픔과 절망,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언뜻 언뜻 제 마음을 아프게 눌러 밤을 지새울 때가 있습니다. 98년 기독교사대회. 그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주님이 주시는 꿈이 내 영혼을 붙잡아 행복한 시절이었습니다. 주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 그때도 "네가 붙잡은 그 꿈이 이루어지겠느냐"는 주변의 냉소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그때 새벽마다 주님이 주시는 위로로 견디며 살았습니다.

수년이 지났네요. 이젠 많은 분들이 이 운동에 관여하시고 운동이 교육계 안팎으로 어느 궤도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시기로 보면 좋은교사운동이 이제 가장 활발하게 사역을 할 때인데, 정작 저는 많이 쇠약해져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연합케 하신 축복을 담아낼 수 없는 제 한계 때문에 괴로웠던 지난 1-2년의 기억이 아직도 제 마음을 누르고 있고, 기독교사운동이 안고 있는 수많은 숙제들이 주는 중압감을 가슴 속 한 켠에 안고 살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이 짐을 내려놓고 싶은 심정...

지난 주일 오후에 교회 부부들과 성경공부를 하면서 제 가슴 속 아픔과 절망을 털어놓았습니다. 운명과의 싸움에서 굴복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저라고 자부하지만, 그 자부심이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 기독교사운동을 향해 도전하는 영적 어둠, 패배주의는 열심히 일함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열심히 일할수록 심화되는 모순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 날, 함께 울며 기도하다가 문득 제 마음 속에 "나의 기도 제목을 선생님과 나누지 않고 무엇 하는가"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여기에 요즘 사무실에 홍진아 간사 후임을 찾는 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분 후임 자리에 벌써 수많은 분들이 지원했지만 적임자가 없고, 적임자로 확정된 분들은 이상하게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출근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하는 기이한 현상을 접하면서, 제 마음 속으로 뭔가 영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지나갔습니다. 더 무엇인가를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하나님의 도우심이 빠지고 일만 요란하게 돌아가는 공허함... 그래서 저는 밤새 고기잡이 헛수고하고 빈 그물로 돌아와 주님 앞에 선 베드로의 심정입니다.
몸이 약해져 교회 새벽기도를 자주 빠지고 이제 집에서 하는 아침기도로 저의 영적 건강을 겨우 겨우 유지하는 요즘, 돌아보니 10여년 전 매달 한번씩 밤이 맞도록 기독교사운동을 위해 철야 기도하던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어려운 영적 과제를 끌어안고 함께 기도함으로 돌파하던 시절의 감격, 기도 가운데 찾아오는 믿음과 용기, 그리고 새날에 대한 흥분... 그러나 이제 그 능력은 쇠약해지고 휴화산처럼 멈춘 기도의 자리를 수많은 영적 도전이 장악하려함을 느낍니다.

기독교사운동을 나의 운동으로 품고 새벽을 깨우는 이들이 어디 있는지 확인이 안되고, 제 약한 믿음으로는 도무지 감당하지 못할 영적 싸움 때문에 지쳐 있는 지금,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경험했던 주님의 은총을 다시 새롭게 체험해야겠다 싶습니다.

언뜻 언뜻 "이 운동에 주인의식을 갖는 기독교사들"이 적다는 생각에 외로움을 느낍니다. 사실은 외롭지 않은데, 늘 따듯이 격려해주고 함께 기도하는 분들이 있는데, 제 속에 찾아오는 이 고독감, 절망감, 그리고 분노라는 어색한 감정이 저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투명하게 마음을 터놓고 함께 고민하며, 온 밤을 새우며 함께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처럼 느껴지고, 마치 운동은 저와 몇 사람이 알아서 하는 것처럼 되고, 우리가 함께 붙들고 씨름할 실천과 사역이 남의 일로 느껴지는 것 같은 거리감... 기독교사운동의 미래에 찾아올 힘겨운 싸움을 이겨낼 영적 자산의 빈약함을 생각하며 자주 걱정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기독교사운동을 위해 그리고 쇠약해진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그게 아니라고, 그것은 당신이 믿음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내가 얼마나 기독교사운동을 위해 기도하는지, 당신의 부족한 믿음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제한하지 말라고 저를 꾸짖어 주십시오. 갈 길이 먼데 여기서 약해지면 안된다고,  함께 기도하자고, 언제 우리가 우리 힘을 믿고 일해왔냐고 그렇게 말하며, 이제 선생님이 이 운동의 주인의 자리에 서서, 앞서서 일한다 생각하는 이들의 부족함을 메꾸어 주십시오. 선생님. 사랑합니다. 또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2005. 3. 8. 좋은교사운동 상임총무 송인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