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가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과 밤길을 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운동의 미래에 대한 번민과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그분은 나에게 "선생님, 우리가 이 운동이 언제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제가 하는 일도 지금 엄청 잘 되지만, 그러나 무너질 때도 있고 그래서 저는 퇴로도 생각해야한다고 봅니다."
그의 이야기는 옳은 이야기였다. 특히 무엇인가 이것 아니면 안된다는 집착으로 생의 과제를 붙잡으며 불면의 시간을 보내는 인생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이야기는 그릇되다. 그의 이야기는 자신이 목숨처럼 생각하며 그것에 자기 인생 전체를 쏟아붙는 그 아픔의 시간, 땀흘리는 수고의 시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생의 과제를 온 존재를 다해 부둥켜 안는 격정의 세월을 면제해주는 이야기로 이해할 때는 그릇된 말이다. 그 이야기가 적용될 마땅한 대상은, 하나님이 주신 인생의 과제를 끌어안고 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사람이다. 고난과 고민, 자신의 생에 맡겨진 과제를 가지고 씨름을 멈추지 않는 사람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축복의 말씀이다.
성경에서 그리스도는 지금 고통받느나 기쁨이 찾아올 것을 말씀하셨다. 지금 잉태할 여인이 고통을 겪지만 출산한 아이로 인해 기쁨이 찾아올 것을 말씀하시며, 제자들의 고통이 기쁨이 될 날을 말씀하셨다.
잉태한 아이가 있는 여인만이 고통을 겪는다. 사랑할 사람이 있는 사람만이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온 밤을 지새운다. 사랑하는 아들이 있는 자만이, 그 아이들의 병으로 인해 울며 괴로와하며, 하늘을 향해 무릎을 꿇는다. 마찬가지로 이룰 꿈이 있는 사람만이 그 꿈 때문에 아파한다. 꿈이 없는 인생은 아파할 이유가 없고 절망할 이유가 없고, 온 밤을 지새오며 기도할 이유도 없고, 그것을 얻기 위해 생을 드리겠다는 위험한 선언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 인생의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고, 나 아니면 안된다는 집착 때문에 마음 속에 찾아오는 불면과 고통은 경계해야하지만, 꿈이 있는 인생에게 '고난과 고통', 그리고 '가시처럼 자신에게 파고드는 생의 괴로움'은 피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땅에서 편안하게 살며 비난받지 않고 오해 받지 않고, 배반당하지 않고 살고자 하는 인생은 그렇게 살라. 그에게는 대가를 치루며 얻어야할 꿈이 없는 인생이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으련다.
얻어야할 것, 꿈 속에서, 오랜 내 젊음의 그 뒤안길에서, 내 생의 밑바닥에서 꿈으로 찾아오신 그분이 내게 주신 그 귀한 것을 붙들고 살아온 십수년의 시간, 아파하고 괴로와하고 여러날 허비한 불면의 시간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가시처럼 내게 찍혀온 아픔이 그꿈을 얻는 댓가라면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그토록 꿈꾸던 세상이 오지 않을 때 그것을 어쩔 수없는 일이라 선선히 응락하며 털고 일어날 자신이 없다. 어떻게 꿈꾸던 것인데, 내 미래와 내 가족과 생의 모든 것을 던져서 얻고자 한 것인데, 그것이 정말 가치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을 얻는 것이 내게 진정 진실이었다면, 나는 그러마, 그렇게 하시라고 말씀드리지 않으리라. 외치리라. 당신이 준다고 하지 않았냐고... 당신이 생을 걸라고 하지 않았냐고... 내 실수와 잘못과 연약함을 당신은 모르고 나를 선택했냐고... 여기서 끝내서는 안된다고 부르짖으며 달라고 요구하겠다...
그러나 그 모든 부르짖음의 끝자락에서, 새벽처럼 찾아오는 음성, 내 사랑하는 분, 내 영광이요 자랑이신 그분이 찾아오셔서, 내 어깨에 매인 짐을 가볍게 하시며, "이젠 됐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제서야, 이 모든 집착과 모든 괴로움과 모든 꿈을 접고, 나는 새로운 길을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2005.3.19)
'사교육걱정없는세상 > 회원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인수] 6월 12일 나눔 : 세상의 모순에 자신을 던진 사람 그가 곧 길이다 (0) | 2008.07.07 |
---|---|
[송인수] 낯선 편지 : 선생님, 저를 꾸짖어 주십시오 (0) | 2008.07.07 |
[송인수] 내 인생의 훈장 : 교원평가를 지지하다 (0) | 2008.07.07 |
[송인수] 내가 좋아하는 내 시 : 위험한 일 (0) | 2008.07.07 |
[송인수] 아내로부터 받은 그 한장의 편지... (0) | 2008.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