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를 쓰는 삶과는 먼 세월을 보냈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 시써서 상을 받았지만, 그때는 정말 시다운 시를 쓸 사람이 우리 학급내에 거의 전무했고, 그냥 유민숙이라는 국어 선생님, 그분이 저를 귀엽게 봐주셔서, '차하'라는 이름도 생소한 상을 주신 기억만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 다닐 때, 가끔씩 그러다가 선생으로 아이들을 만나서 살아가면서 문득 나를 스치고 가는 어떤 상념이 있을 때 메모식으로 쓰는 시가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시를 쓰게 된 것은, 사실 우리 '좋은교사'라는 잡지의 캠페인을 읽힐 글로 만들어야하겠다는 마음으로, 시라는 형태를 빌려야겠다 결심하기 시작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아래 시도 그런 차원에서 씌여졌습니다.
아래 시... 시라기 보다는 사실 저의 마음의 표현입니다. 지난 13년 교사운동을 위해 한걸음으로 달려오면서, 숱한 고비를 넘겼지만, 돌아보면 기도의 능력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씨름할 때 도무지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벽을 만날 때, 내 속에 더이상 아이들을 사랑할 뜨거움이 사라졌을 때, 무릎을 꿇고 당신의 마음을 부어달라고 기도하고, 또 아이들을 품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이 시대를 향한 주님의 마음을 품을 수 없는 이 식어버린 마음을 돌아볼 때마다 괴롭던 그 시절... 기도의 힘으로 그 길고 험한 세월을 건너왔습니다.
지금... 지금은 아침의 기도를 합니다. 그러나 정든 교회를 이제 떠나, 올해부터는 그때 무릎을 꿇었던 그 정든 제 젊은 시절의 교회 예배당을 다시 갈 수 없는 지금, 아침마다 일어나 아이들 공부방으로 들어가서 기도합니다. 조용한 공간에서 기도가 더 잘될 것 같은데도, 이제는 졸음과 싸워야하고, 말씀의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없고, 그 한 말씀 때문에 기도가운데 큰 힘을 얻던 그런 통찰력과 에너지를 경험하기가 매우 더딘 하루 하루 입니다.
일은 되어가지만, 마음 한켠으로 나를 에워싸는 수많은 벽들, 나도 어찌할 수 없는 가정적인 문제들,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픔과 단절감, 일을 하다가 부딪히는 만남의 아픔... 그런 것으로 밤잠을 자지 못하며 깨이는 그런 세월 속에서, 내 젊은 시절 학교 교정에서 출근하지 않고 만나던 내 주님, 교정을 돌면서 묵상하다가 내 속에 찾아오는 소리없는 깨달음에 행복하던 그 시절의 감격이 이젠 발버둥쳐야 겨우 주어지는 이 단절감은 참으로 괴롭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그 첫마음이 식어져 버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겸손함을 상실하고, 무엇이라도 된 것과 같이 더이상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기 속의 신념을 따라 움직이는 그런 교만이, 저의 내면 속에도 찾아올까 그것이 너무도 두렵습니다. 무엇인지 몰라서 늘 과제 앞에 두려워하며 자신의 연약함을 인해 힘겨워하며 무릎을 꿇는 그 마음이 사실 희망이고 가능성이라는 것을, 늘 잊지 않았으면 하고 바랍니다...
위험한 일
생애 전체를 던져도 아깝지 않은
빛나는 사명이 내게 임함으로 인한 감격을,
알량한 경험과 값싼 기법으로 바꾸는 일.
아이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가르침에 대한 풍부한 경력으로
대신하려는 어리석음.
새벽에 몸의 관성을 뿌리치고 일어나 무릎을 꿇고,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고 울며
세상을 고쳐달라고 기도할 때의
그 안타까움과 절박함의 세월을,
공허한 경륜과 경험으로 맞바꾸는 일.
울며 씨를 뿌리는 사람들의 발버둥침을 보아도
감흥이 없고,
가난한 세월의 누추함을 돌보지 않은 채
아직도 오직 그 사명만 붙들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이
오늘따라 불편하게 느껴지는 마음.
그러므로, 세월이 갈 때 경계할 일은
능력과 경험의 없음이나,
자금(資金)과 돕는 사람의 없음이나,
영향력의 왜소함이 아니라,
울어야할 것에 대한 눈물의 메마름과
아파할 것에 대한 상심한 마음의 결여와
새벽을 깨우기에는 너무
식어져 버린 변심한 마음, 마음이다.
2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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