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라
밝힌 핵심 원인에 대해서
교과부는 왜 침묵합니까?
△2월 27일 통계청 사교육비 통계에 대한 교과부의 대책은 국민 기대에 미흡 △국민이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로 제시한 핵심 2원인에 대해 정책적 대답은 없어 △사교육비는 어려운 국민 경제 형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증가...
교육과학기술부가 2월 27일 통계청 2008년 사교육 통계 자료에 근거해서 사교육비를 줄일 여러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교과부의 이번 대책은 사교육 문제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나름 대답을 시도했다는 그 자체는 점수를 주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다행인 것은, 이번 대책에 지난 해 10월 정부가 내놓은 임시 처방과는 달리, ‘사교육 증가요인’을 대안으로 내놓는 식의 엉뚱한 발상은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때 학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사교육 경쟁을 유발할 정책을 잔뜩 사교육 경감대책으로 내놓았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유발 정책을 ‘감소 정책’으로 둔갑시킨 것이 다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내놓은 대안에 빠졌어도 정부는 사교육 증가 300 프로젝트(즉, 자율형 사립고 100개 등)는 여전히 추진하고, 이에 자사고 학교 신설, 국제중 신설 등 중학교와 초등학교 입시 팽창을 앞당기는 정책은 더욱 힘 있게 추진하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교육을 잡는 척한다고 누가 비판해도 할 말이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특목고 입시 과열 대책 : 대학의 특목고 부당 우대 대책이 빠져 효과 기대 어려워...
이번 대책을 찬찬히 뜯어보니, 사교육에 대한 원인에 대해 내놓은 해법이 실효가 없거나, 있더라도 거의 미미한 영역에 이번 발표가 집중되었습니다. 일단 그래도 이번 발표에는 특목고 입시 과열 억제 방안이 다소 담겨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목고 입시가 선행 학습, 내신 대비 사교육 등에 의존하지 않고 선발할 수 있도록 전형 방식 개선을 유도한다든지, △과고의 경우 경시대회 반영비율을 축소한다든지, △입학전형에서 중학교 교육과정 내 출제를 법제화시킨다든지 하는 부분이 그런 내용들입니다. 물론 이런 정책은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러나 기대효과는 그리 높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미 특목고가 대입을 위한 입시 명문고가 되었고, 대학이 이들에 대한 부당 우대를 이번 고대 입시 전형의 경우처럼 서슴지 않는 상황에서, 특목고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 경쟁은 멈출 수 없는 폭주 기관차이니까요. 차라리 특목고에 대한 대학의 부당 특혜만 줄여도 사교육 부담은 확 줄 것입니다.
방과 후 학교를 활성화시킨다든지, 영어 공교육을 내실화시키는 것, 직업기술교육을 강화시키는 각종 조치 등은 그것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처방이 아닙니다. 사교육 문제가 아니더라도 국민 복지를 생각하는 국가라면 응당했어야 하는 조치이거나(직업기술교육강화), 혹은 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저소득층 학력 증진지원확대 등), 이미 시장을 따라가기는 역부족이거나 혹은 사교육 유발 가능 정책(영어공교육 강화)이 대부분입니다. 그것에 관해서는 맨 아래 표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국민이 지목한 사교육 핵심 2원인에 교과부는 정책적으로 침묵...
그런데 우리가 정부의 이번 대책에서 가장 크게 문제 삼는 것은, 다른 데 있습니다. 문제는 국민들이 그것 때문에 사교육을 받는다, 라고 말한 증가원인에 대해서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하나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사교육 의식조사에서 국민들은 사교육을 증가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기업체 채용 등에 있어 출신대학 중시, △심각한 대학 서열화를 꼽았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점에 대해 감소 효과 있는 정책으로 △학벌보다는 능력중심의 기업 채용 방식 확산 △대학 서열화 구조 완화, 수능 점수 외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는 대학입시 전형’ 등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지적에 대해 정부는 사회 문화풍토를 개선하겠다, 성적 외 다양한 요소 반영 대입전형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적 대답만을 내놓았습니다. 대학서열화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나마의 대답도 없었지요.
한마디로 국민과의 소통이 단절된 『원인≠처방』불일치 처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국민이 생각하는 원인이 꼭 옳은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대학서열화와 학벌 차별 풍토는 실제 사교육 유발 원인이 아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국민과 소통해야지요. 그런데 반대로 국민들의 지적이 맞다면, 자신들이 사교육비를 쓰는 가장 절박한 이유에 대해 준비가 안 되었으면 안되었다, 문제는 이렇게 풀어가겠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한 자세입니다. 국민은 사교육 감소 효과가 있는 ‘정책’을 몇 가지 제시했는데, 정작 ‘정책’을 수립해 추진할 정부는 ‘정책’을 이야기하지 않고, ‘문화 풍토’를 개선해야한다고 대답하고 있으니,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요하지만 어려운 문제라 손을 대지 못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전 정부도 이 부분에서는 침묵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와 관련 유력한 대안(보수/진보 망라하여)이 사회적으로 여럿 제출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검토 조차 하지 않는 것은 정책적 부담 때문에 국민적 바램을 비켜간 것이라 지적받을 수 있습니다.
△사교육없는학교를 진정 원한다면, 사교육 붙지 않는 선진국형 내신체제 도입해야
정부는『사교육없는학교』를 발굴해서 2억원 가량 지원한다고 합니다. 우려하기는 그 2억원의 지원금은 사실상 보충 수업과 심화 수업비로 사용되고, 지원금으로 인한 학교 간 양극화도 우려됩니다. 사교육을 유발하는 정책적 요인들은 다 그대로 두고 학교를 학원화시켜버리는 것으로 사교육이 없어진다고 본다면, 참 안이한 대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교육없는학교는 근본적으로 수능 시험의 비중을 낮추면서 새로운 형태의 창조적 내신 평가를 대학이 중시하는 선진국형 입시 선발 체제를 통해서 풀려질 문제이지, 이런 방식으로 풀려질 일은 아닙니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서 '사교육에 대한 의식 전환 캠페인 전개' '교원평가제 도입 추진' '수준별 이동 수업 활성화' '학교정보공시제' 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러한 내용들은 핵심 원인에 대한 대답이 아닐 뿐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거나 이미 진행되고 있는 내용을 반복한 것에 불과해 보입니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서 제시된 내용이 정부 스스로 정말로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현재의 교육 양극화 문제, 평가 중심의 교육 체제, 입시에 종속된 교육 등에 관한 문제의식을 과연 현 정부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과 검토가 시급합니다. 내년도 조사는 사교육비가 감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내년도 자료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현 정부가 ‘사교육비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원인 처방이 잘못된 분석이라는 것을 모를 국민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교육 유발 원인의 일반적 틀에 비추어 본 2.28. 정부 대책 총괄 평가
※사교육 관련, 정부 대책에 대한 세부 평가
2009.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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