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모임 후기를 이제야 쓰네요.. 휴~^^;
지난 등대모임에서는 '좋은 사교육, 나쁜 사교육 그 경계를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모였습니다.
모두가 사교육의 폐해를 말하지만 막상 일상에서 마주치는 선택의 순간에서 좋은 사교육과
나쁜 사교육을 가르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좋은 사교육과 나쁜 사교육의 경계는 이론적으로 혹은 어떤 매뉴얼이 있어서 모든 상황에
정확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이나 교육철학 등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고민 끝에 판단하는 선택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곳 '사교육 걱정 희망 나눔터'를 통해서 각자가 고민 끝에 선택했던 혹은 지금
선택하고 있거나 고민하고 있는 사교육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어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각의 선택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좋은 사교육과 나쁜 사교육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너무 경직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등대모임에서 많은 사교육 중에 절대 시키지 말아야할 것으로
거론된 것 중에 대표적인 경우가 초/중등의 내신대비 사교육이었습니다.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망치고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력이 성장하는 것도 막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는 질문은 만약 초등학교 시기에 아이가 학교공부 등에서 뒤쳐질 경우
자신감이나 흥미 자체를 잃고 공부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염려하여 공부방이나 보습학원을
보내려 한다면 그것을 꼭 나쁘다고 말할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부모가 돌봐줄 수 있다면 좋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부모가 챙겨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곳에 보내면 확실히 학교 성적은 어느 정도 올라가고 유지가 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기에 비교에 의해서 아이가 너무 쉽게 꺽이는 것을
염려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요?
저희 집 이야기를 좀 드리겠습니다. 저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 엄마나 저 모두 교육관도 교육관이지만 좀 게으른 편이어서 그런지 사교육에 그렇게 흔들리거나
뭘 좀 더 시켜야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좀 더 솔직히 제 속을 들여다보면
아이가 웬만큼 학교공부 등을 쫓아가니까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아이가 하고 있는 사교육은 피아노를 다니는 것이 전부입니다. 사교육은 그것이 전부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 초등학교 교사 경험이 있으신 저희 어머니께서 학교 공부를 돌봐주십니다.
1학년 1학기를 마친 후에 받은 성적표를 보고 우리 부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할머니 입장에서는 좀 충격을 받으셨던 모양입니다. 제가 기억할 때 대충 중상 정도의 성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저희 어머니가 일주일에 한 번 공부를 봐주시는데 아이가 재미있어 하지는 않지만
할머니가 워낙 잘 챙겨주시고 가면 맛있는 것도 먹고 사촌동생이랑 놀기도 하고 오니까 군소리하지 않고
잘 다닙니다. 여기에 더해서 엄마가 학교 과제나 받아쓰기 시험 등을 조금 챙겨주고 하니까
늘 백점을 맞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처음보다는 좋아졌습니다. 저희에게나 아이한테는 행운이지요..
저희 아이에게 행운이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저희 애의 이모가 영어를 잘하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도 좀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역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영어를 가르쳐줍니다.
처음에는 또래의 동네 친구도 한 명 같이 했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생겨서 혼자만 하고 있습니다.
한 일 년 정도 되었지요. 이모가 영어를 워낙 재미있게 잘 가르쳐서 (아빠도 영어선생님인데..^^;)
할머니와 공부하는 것보다도 더 재미있어 하면서 잘 쫓아가고 있습니다. 이모는 저희 애가 영어를
이제 조금 읽을 줄도 알고 하니까 집에서 영어비디오도 좀 보여주고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을
시켜주라는데 아직 뭘 더 시키는 것은 없습니다.
지난 번 등대모임 때 이 말씀을 드렸더니 다들 참 좋은 조건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인정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부부가 아이 사교육에 대해 교양(?)을 지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할머니와 이모를 통해서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계속 중간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것 때문에 아이가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나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여유를 누릴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저희 부부도 사교육에
좀 보내볼까 하는 생각을 했을 것 같고 그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지 쉽게 자신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영어로 오게 되면 더욱 곤란해집니다. 만약 우리 아이의 이모가 영어를
돌봐주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편안하게 있을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영어선생님이고
이전 글에서 [영어사교육 포럼]에 대해서 열변(?)을 토해냈지만 제 아이 교육문제 앞에서
그렇게 의연하거나 쉽게 지조(?)를 지키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학습지, 학원, 엄마표영어 등에
귀를 기울이면서 막상 부지런하게 잘 쫓아가지는 못하고 (극성스러운 정도야 아니겠지만)
꽤 불안해하면서 고민을 했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고민하게 되는 학교공부 대비 학원과 영어에 대해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승현 회원님의 글입니다
원문: http://cafe.daum.net/no-worry/3dru/325
- 3차 등대모임 관련글 -
생활단상 - 어느 특수학급교사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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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단상 - 위대한 유산
[등대지기 수다] 좋은/나쁜 사교육의 경계(3) : "걔들은 놔둬도 성공해요..."
[등대지기 수다] 좋은/나쁜 사교육의 경계(2) : "차라리 5공 때처럼..확!^^"
[등대지기 수다] 좋은/나쁜 사교육의 경계(1) : "난 잘 모르니까..."
[등대모임 3차 후기] 좋은 사교육과 나쁜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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