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고향은 충북에 있는 소도시입니다.(충북에 도시가 3개고 그 중 소도시는 2개 ^^) 태어나서 대학 진학 이전까지는 그곳에서 자랐지요. 지금도 제 고향은 비평준화 지역입니다. 물론 제가 고등학교 진학할 당시인 90년대 초반과는 다르게 요즘은 내신만으로 고등학교를 간다고 하더군요. 저는 200점 만점 고입을 거쳐(지필고사 만점은 180이었던 것으로 기억)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운좋게 동네에서는 나름 괜찮다는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중간보다 조금 못한 등수로 학교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중학교 3학년 때 야간자율학습(이른바 '야자')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 아이들보다 행복했던 건 당시에는 '학원-학교-집'의 쳇바퀴 같은 생활은 아니었지요.(독서실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은 많았지만...) 공부라고는 학교 수업과 진정한 의미의 자습을 제외하고 없던 시절이라... 나름 자기주도적 학습법을 터득한 아이들도 꽤 있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 까지 '듣보잡'(반 평균 이하)이었던 친구가 초6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더니 계속 상승곡선을 그려 연대 의대에 간 아이도 있고... 할머니와 둘이 살면서(아버지는 일용직으로 전국을 떠돌고 어머니는 친구가 어렸을 때 도망갔다고 하더군요.) 당당히 서울대 문과대학에 간 아이도 있었고... 인구 10만 안밖의 중소도시였음에도 독특한 케이스가 꽤 있었어요. 물론 비평준화 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러웠던 것 만은 아닙니다. 저처럼 성적이 평균적인 수준의 아이들에게 우리학교의 기억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거든요. 그래도 어린 마음에 좋은 학교 다닌다는 자부심은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 동네에서는 하다 못해 동장을 해먹거나 파출소장을 해먹으려해도 제가 다녔던 학교 출신이어야 했거든요. 아무튼 제 고등학교 친구들 가운데는 공부잘했던 애들이 꽤 있었습니다. 뭐 쉽게 이해시켜 드리자면 문과 4등급에 서울대 사대를 간 친구도 있고 이과 4등급에 지방 국립대 의대를 간 친구도 있고 문과 5등급에 연/고대 정경대를 간 친구도 있으니까요.(제가 고등학교 다닐 당시 내신은 15등급제였어요.) 물론 당시에는 본고사가 있어서 가능했는지도 모릅니다.(상대적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지요.) 그래서 재미있던 현상이 제 고교 동창 가운데 SKY, 서성한, 중경외에 간 친구들은 있는데 건대나 동대를 간 친구는 거의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내신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 본고사 있는 학교에만 갈 수 있었지요. 아~ 이야기가 옆으로 샜습니다. 어쨋거나 저도 그렇고 제 친구들도 그렇고 당시에는 학원이니 과외니 이런 것들이 동네에 없었기 때문에... 공부는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지요. 그냥 한마디로 제가 드리고 말씀 드리고 싶은 핵심은 제 친구들(많은 알파맘들이 '성공'이라 생각하는 아이들의 케이스)은 대부분 자기주도적 학습법을 통해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뭐... 그 친구들보다 저는 제가 더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만... 하하하!) 당시 그 지역의 구조가 그랬어요. 부모가 의사든 일용직 노동자든 사교육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았지요.(찾아보면 어딘가 있기는 했겠지만...) 속된 말로 '개천의 용'이 좀 있었지요. 당시 제가 살던 지역만 그랬던게 아니고... 비슷한 비평준화 중소도시 지역의 이른바 명문고에서 명문대학으로 입학하는 케이스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전남 S고, 강원 K고, 울산 H고 등등...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개천의 용'이 정말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아니 인구도 그대로고 그간 환경이 엄청나게 나빠져서 중/고딩들이 중금속이 함유된 수돗물을 마시는 것도 아닌데.. 왜 지금은 안될까?? 제가 직관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지금은 전국 방방 곡곡의 학생들이 모두 학원을 다닙니다. 자기주도적인 학습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사라졌지요. 학생들은 학원의 살인적인 커리큘럼을 따라 문제푸는 기계로 전락했습니다. 문제푸는 기계들간의 경쟁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 더 좋은 환경을 제공받은, 더 비싼 학원을 다닌 기계들이 경쟁에서 승리하게 되겠지요. 그게 시장의 원리, 자본의 원리 아니겠어요? 요즘은 개천의 용이 자신을 능력을 발할 시간적인 여유 자체를 주지 않습니다.(학원 선생이 아닌 부모도 기다리지 못하죠.) 개천의 용이 가진 잠재 능력이 채 싹을 틔우기도 전에 용을 문제푸는 기계도 만들어버리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하여 개천의 용은 사라지고 사회/경제적으로 여건이 좋은 집 아이들... 더 쉽게 말하면 아빠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요즘은 아빠 경제력 만으로는 안되니 할아버지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도 나옵니다...)이 괜찮은 아이들이 이른바 '성공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진짜 그런지 검증을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하겠지요. 중소도시 학생들의 몰락... 저는 이것이야 말로 서울을(이른바 강남을) 그들이 따라하면서 시작된게 아닌가 합니다. 제 친구들은 초/중/고 12년 내내 학원 다니지 않고도 서울대 잘만 갔는데 말이죠.(방학 때 정석/성문 들으러 잠깐씩은 다녔겠지만...) 뱀다리 : 저는 평준화 정책을 절대적으로 지지합니다. ^^ 그리고 지방학생들의 몰락(?)을 그들 개인과 부모의 선택의 문제로만 몰아가는 것에도 반대합니다.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까이서 찾으신다면?? "바로 저! 고야!"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고야 회원님의 글입니다.
*원문: http://blog.naver.com/jay2659/60060756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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