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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등대지기학교

[등대학교 뉴스레터 1] 감동소감문 - '아직 다치지도 않았는데도 혹 다칠까봐 미리 약 바르고 밴드 붙여놓기!'

[8기 등대학교 뉴스레터 첫번째 - 감동소감문]

'아직 다치지도 않았는데도 혹 다칠까봐 미리 약 바르고 밴드 붙여놓기!'

- 닉네임 'happypen' 님 

 

수업을 듣고도 모자라거나 뒤처지는 부분이 생기면 그때 가서 그 부분만 중점적으로 한시적으로 보충해주면 되는데, 지금 우리가 염려하고 걱정하고 투자하는 사교육은 “상처치료 연고나 바르고 밴드만 붙여도 될 것을, 중환자실에 입원시켜 링거 꽂고 꼼짝 못하게 누워만 있게 하기! 아직 다치지도 않았는데도 혹 다칠까봐 미리 약 바르고 밴드 붙여놓기!” 랑 흡사하다. 달리기 출발선에서 아직 출발신호도 안 떨어졌는데 혹시 뒤처질까봐 미리 저 앞에 가 있기와도 흡사하다. 법적으로 이런 주자는 퇴장인데 말이다.

사랑과 관심이라는 이름이지만 사실은 내 아이에 대한 지나친 욕심과 기대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진단하고 풀어나가는 방법을 차단하고 과잉 선행학습을 시킨다. 하지만 아이들은 언제까지나 시키면 시키는 대로 아무 생각없이 하고 있는 기계가 아니다. 물론 기계도 너무 쓰면 한계가 있다. 초등학교시기까지는 깊고 풍부한 애정, 좋은 습관을 길러주거나 가치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줘야 하며, 자기를 사랑하고 긍정하는 마음, 그리하여 내 주변의 타인에게도 긍정적으로 말 걸기를 배워야 할 시기라는데, 무리하게 선행사교육을 시키니, 그 결과는 뻔! 하다.

지금 교실은 한마디로 슬프다.  교실에 들어가면 시험기간이라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많아 배도 아프고 머리도 아픈 애들은 그 애들대로, 시험이 코앞이어도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고 그저 쉬는 시간에만 반짝이는 그 애들은 그 애들대로, 애들은 즐겁지 않다. 하긴 어느 누구도 시험이나 공부가 즐거웠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어릴 때부터 전집류의 책을 궁금하기도 전부터 읽어야만 했으니 어떻게 학교를 가기 전 교과서에 대한 설렘과 기대를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초등학교때부터 질리도록 공부를 해야만 하는 현실이니, 기계도 아닌 아이들이 어떻게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하는 중3이 되기 전에 질리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공부를 잘 하든 못 하든 갖고 있는 막중한 스트레스때문에, 아이들의 감정은 수시로 폭발하고 날이 갈수록 상대를 가리지도 않는다.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어느 나라 가정교육을 이야기 하며, '자녀가 0-5세까지는 왕처럼, 6-10세까지는 종처럼, 11세 이후에는 손님처럼 대한다.' 고 한다. 어릴 때는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자아존중감도 갖고 사랑을 받은 자가 베풀 수 있으니 왕처럼 대해준다는 뜻이겠고, 6세부터는  아마 겸손함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는 시기같다. 그리고 자녀가 11세가 넘으면 자녀의 인생에 너무 끼어들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말고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시기리라. 

그러나 우리 교육은 지나치게 왕으로 대접하는 기간만 길다가, 초등학교만 입학하면 늦어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학업지상주의로, 아이들의 인성교육조차 이제 가정에서 담당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대접 받은 아이들이 서른다섯명이나 교실에 앉아 있으니 어떻게 자기 목소리를 낮출 수 있고 어떻게 타인을 배려할 수 있으랴. 어떻게 너그럽게 용서따위를 하겠는가...

지난 1학기에 교사  등대학교 강의를 들으면서 그동안의 내 고민에 대한 조언을 너무 많이 들을 수 있었고,  게시판에 올라오는 후기 속에서 고민과 결심과 대안들을 나누며 외롭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이 땅의 많은 등대같은 교사를 떠올리며 그들을 위한 기도를 하였고,  큰 목소리를 내어 교육운동을 하지는 못하지만 옆에 있는 선생님들게 조곤조곤 내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이번의 등대학교도 참 기대가 크다.

나는 엄마이고 내 아이를 '즐겁고 행복하게' 지켜내야 할 책임은 누구보다도 내게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