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고토회복)님
지역 공개강좌를 기획한 의도
2009년 6월부터 약 4년 동안 등대모임을 해오면서 많은 회원들이 들고났습니다. 한 번 또는 두세 번 모임에 참여하다가 그 다음 모임부터는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모임에 대해 문의를 해오시거나, 여러 경로를 통해서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 의사를 전달하신 분들도 많았지만 실제로 모임에 오시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등대학교를 졸업하시고 모임에 참여하시는 비율도 극히 저조하여 매 졸업 기수마다 1~2명만이 모임에 합류하는 정도였습니다.
자연스레 등대장인 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왜 모임에 안 나오실까?’ 또 ‘왜 모임에 나왔다 안 나오실까?’ 하는 고민 끝에 제가 얻은 결론은 그들에게 급부를 제공하지 못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임을 통해서 그 분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나 배우고 싶은 교육방식 등의 급부를 제공받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연스레 등대모임이 활성화 되리라 생각 했습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꾸준히 모임에 참여하는 열성 회원들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것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강좌를 통해 외연 확대도 꾀하고, 내부 구성원에게도 급부를 제공하고자 기획했습니다.
3월과 4월의 지역강좌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운 점
일반적인 어려움보다는 제가 처한 특수한 환경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저와 공동 등대장을 맡고 있는 이정필 선생님께서는 목회활동을 하시는 분인데, 워낙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시느라 강사 섭외라든가 기타 다른 준비를 도와주실 여건이 안 되었고, 저도 회사원이라 평일 낮에는 업무를 보느라 준비 시간을 확보하는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그 달의 강좌를 맡아서 운영해보기로 했습니다. 등대장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무척 미안한 노릇이죠. 회원들에게 무책임하고 또 무임승차하려는 듯이 보일까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한편 이런 준비과정의 경험을 나누다 보면 회원들의 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제안 했는데, 다행이도 회원들이 기꺼이 도와주시기로 해서 준비해야 할 부담을 많이 덜었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등대장으로서 회원들에 대해 부채의식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회원들에게 그저 고맙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4월 지역공개강좌 - 박재원 소장의 '복잡한 입시! 맥을 잡으면 훤히 보인다'>
준비 과정에서는 홍보용 전단지 제작에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이런 걸 만들어본 경험이 전혀 없어 당연히 어려웠지만, 사무실 간사님들이 도와주셔서 다행히 예쁜 전단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도와주신 사무실 간사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전단지의 원고 작성이 녹록치 않았는데, 강사 분께서 1차로 넘겨주신 강의 개요를 제가 함부로 재단한다는 오해를 살까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단지 시안이 나오면 강사분께 검토를 부탁드려 동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전단지 제작 견적을 받는 일도 생각 외로 어려웠습니다. 인쇄를 처음 해보는 것이라, 견적 받은 가격이 적정한 것인지 아니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인지를 알 수 없어서 결정을 내리는데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제 전단지를 만들었으니 홍보를 해야겠죠. 진짜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누구에게 어떻게 전단지를 돌리나... 회원들에게 적당한(?) 부수를 할당하고, 나름대로 지역의 인맥을 총동원했습니다. 모든 회원들의 공통된 어려움은 주위 사람들에게 강좌 홍보를 하는 것입니다. 일일이 배경과 취지를 설명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수반되는데 반하여, 참석하겠다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실망하기도 하고 또 심신이 많이 지쳤을 것입니다. 더욱이 역공(?)을 받아 반대로 학원의 필요성과 절대성에 대해서 설득을 당하는 상황이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회원의 제안으로 거금(?)을 들여 4월에는 신문 간지광고로 3,600부를 돌렸지만 문의 전화가 단 한 통도 오지 않는 결과를 받아보고 참담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외연 확대를 목표로 지역 공개강좌를 준비했는데, 지역민들에게 홍보가 거의 되지 않아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지역회원간의 역할 분배나 서로 도와주며 쌓은 연대감, 노하우, 보람된 점
위에서 말씀드린 홍보가 제일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결속을 다지고 회원 스스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은 큰 수확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강좌를 홍보하려면 기본적으로 단체의 성격이나 강의 계획과 내용들을 설명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공부도 되고 느끼는 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의 담임선생님께 장문의 편지를 써서 전단지를 아이들 손에 들려 보냈는데, 편지를 쓰면서 또 아이들에게 편지와 전단지 전달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제 생각도 정리되고 아이들에게 이런 의도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상당히 만족스럽고 보람됐습니다.
<4월 지역공개강좌후 식사 및 평가회의>
특히 3월 강연회 때는 멀리 울산에서 서미경 선생님께서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시는데 보답하고자, 회원들이 한 가지씩 음식을 준비해서 다 같이 함께 먹었는데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선약이 있어 같이 식사를 하지 못하면서도 음식을 준비해주시는 분들의 정성과, 몸이 불편하여 병원에 가야하는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음식을 준비해주신 책임감과, 지출을 아끼지 않는 나눔을 통해 회원들의 정이 매우 돈독해진 것 같습니다.
이제 두 번 강좌를 열었을 뿐이기 때문에 아직 노하우를 말한 만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강사로부터 강의안을 미리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고, 사전에 질문을 받아서 강사에게 전달하여 강의 중에 더 자세한 설명을 듣거나 질문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는 등의 강의 내용과 시간 안배를 하면 보다 알찬 강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보람된 점은, 회원들이 강좌를 통해서 궁금한 것을 해결하고, 실천해볼 구체적 방안을 나름대로 찾은 점입니다. 덤으로 결국 이런 지역모임 덕분에 이런 강의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강좌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강좌를 통한 지역민의 변화나 반응
가장 큰 변화라면 우리가 하나가 되어 이런 강좌를 열었다는데 대해서 자부심과 자신감이 생겼다는 점을 꼽을 수 있으며, 모임 구성원간의 연대감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 모임은 깨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강좌를 위해 회원들 스스로 필요한 경비를 모금하고, 전단지를 홍보하는 과정과 경험은 그 자체로 회원들의 삶의 변화이자 실천이며 아이들에게는 산교육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강의라 하더라도 수동적으로 참석해서 강의를 듣는 것 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받아들이는 자세와 실천의 의지가 바로 이런 강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배어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을 겪은 분들은 과정 자체가 실천이고 삶이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인지부조화’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강의 내용 이상의 것을 스스로 체득하고 경험하고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평범한 엄마, 아빠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이런 경험을 쌓는 것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시간이며, 그 노력의 결과는 비상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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