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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등대지기학교

[3강 강의스케치] "'지금' 행복하세요?"

7기 등대지기학교의 세 번째 강의를 열어주신 분은 소아정신과 의사이시며, 행복한아이연구소를 운영하고 계신 서천석 선생님이십니다. 서천석 선생님은 이번 등대지기학교 강의를 통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처음 방문해 인연을 맺게 되셨는데요. 그만큼 더 큰 기대와 관심으로 빛나는 현장 수강생들의 눈빛 속에서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서천석 선생님의 부모, 아이와 함께 행복해 지기강의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행복하십니까?

서천석 선생님은 먼저 20조원이 넘는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자식의 교육에 대한 과도한 부모의 욕망이 팽배한 이 사회의 분위기를 꼬집으셨습니다. 실제 자식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를 꼽아보자면 핀란드와 이스라엘 그리고 우리나라를 꼽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기본적으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핀란드와, 규율을 중시하지만 민주주의적인 의식을 갖고 아이들의 의견을 들으려 하는 이스라엘과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불안과 권위주의적인 태도로 자녀를 훈육하려는 방식이 특징적이라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아이가 말대꾸하는 것을 용납 못하고 오직 부모의 말에 순종하기만을 바라는 태도는 교육의 주체로 서야 하는 아이에게 자신감과 흥미를 떨어뜨리는 일일 수 있겠습니다.

실제 UN의 경제적 조건을 근거로 조사한 우리나라의 삶의 질은 15위였지만, OECD 34개 회원국 중 행복지수는 34개국 중 26, UNISEF의 어린이 행복지수는 매년 큰 점수 차이로 꼴찌를 기록하고 있답니다. 노인자살률도 1위라고 하는군요. 앞서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에서 보았듯이 자녀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 교육에 과도하리만치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현실은 어른들도 행복하지 않고 아이들은 더 행복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부모만의 문제인가?

이 모든 것들은 자녀를 자기 자존감의 도구로 삼으려거나 자녀와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부모들만의 문제일까요? 서천석 선생님은 자녀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부모의 본능이고, 아이가 잘 하도록 밀어붙이고 싶은 마음의 출발은 아이에 대한 사랑에서 오는 것이기에 그런 바람과 의도는 비난 받을 것이 아니지만 다만, 본능이 과연 내가 원하는 결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안타까운 우리사회의 이런 교육현실은 사회적 불안의 만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공동체가 해체됨에 따라 개인에 대한 책임이 과중된 까닭이기도 합니다. 그런 불안 속에서 뚜렷한 목적이 없어도 일단은 무조건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고, 거기서 오는 힐링, 회복도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요즘에 와서 행복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현상은 그만큼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반증이겠지요.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우리나라 교육 문제 중 가장 큰 대중적 관심사는 입시정책입니다. 대학 입시야말로 우리사회의 욕망이 가장 집중된 지점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어떠한 입시정책, 사교육 억제 정책도 본능적인 욕망을 이해하는 것 없이 억제하려고만 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교육문제는 결국 노동문제로 귀결되는데, 비정규직 문제라든지 사회적 안정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교육에 대한 욕망이 줄어들 수 없는 사회구조이기도 하구요. 결국 부모의 욕망만이 문제가 아니고 교육정책의 문제만도 아닌 그 모든 것들의 총합이 문제인 복잡한 상황인 것입니다.

부모들은 이미 본능적으로 자녀에 대한 압박욕구를 느끼는 경쟁과 불안의 왕국 속에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려운 초등학교 교과서를 볼 때, 그리고 미디어에 난무하는 상업적 정보들을 접할 때, 주변 부모들과의 교류 속에서 더욱 그 중심이 무너지기 쉬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특목고라든지 대학의 비교육적인 정책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을 말할 것도 없겠지요.

진실은 무엇인가?

한 시간을 공부해도 많이 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낄 때가 있고, 몇날 며칠을 붙잡고 읽은 책이지만 무엇을 읽었는지 도무지 모를 때가 있는 것처럼 공부는 양보다는 질적인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양적으로만 시키니 질적으로 하는 공부가 망가지는 것이지요. 허송세월처럼 쓸모없어 보이는 자유롭고 여유로운 시간에 오히려 아이들의 인지와 사고체계가 발달한다고 합니다. 인류사에 업적을 남김 사람들이 어렸을 때 과도한 학습노동에 시달리지 않았다는 사실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노력, 학업적 성취, 세속적 의미에서의 성공, 주관적인 행복감. 부모들은 이 네 가지가 일직선상으로 분명히 이어질 거라 믿는다. 그러나 연구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 매우 약한 인과성만 가질 뿐. 앞의 것이 뒤의 것에 미치는 영향은 20% 미만이다.”

부모가 노력한다고 중학교 이후의 성적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공부 잘하면 조금 안정적일 가능성은 높겠지만 세속적 성공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성공했다고 그가 행복하다 느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꼭 그럴 것만 같아 모두가 이 허약한 가설에 매달린다.” (서천석 선생님의 트윗 중에서)

그렇다면 어떻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천석 선생님은 3가지 차원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그중 첫 번째는 사회적 변화를 위한 노력입니다. 개인에게 맡겨진 자녀교육, 노력해도 실패하기 쉬운 교육 정책과 풍조를 바꾸려는 노력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회의를 통한 진실의 탐색으로, 본능적 욕구와 사회적인 압박은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을 내게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진실에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나의 마음과 생각을 정돈하여 그저 소비자 역할에 머물게 되지 않도록 하는 나의 변화에 대한 집중입니다.

그리고 불안을 끊기 위한 방법으로는 일단 불안의 꼬리를 무는 생각을 멈추고, 걱정해야 할 것만 걱정하도록 나눠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 하고, 인생엔 굴곡이 있듯이 변화될 것을 믿고, 멀리 내다보며 장기적인 목표에 집중할 것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다시 행복으로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기를 원합니다. 행복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야기 하는 것은 지금 행복한 사람이 나중에도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로 대변되는 미래를 위한 희생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이어지겠지만, 비극적이게도 우리나라가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 살펴보았던 우리나라의 어린이 행복지수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 고생하신 우리나라 노인들의 행복지수도 세계 꼴찌이고 노인의 자살률이 세계 1위인 것 말입니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다니엘 길버트의 행복의 조건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들은 첫째,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고 둘째, 목표를 향해 스스로를 조절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합니다. 현실 가능한 적절한 목표를 갖고 그로인해 자기 조절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매우 행복한 일이지만, 잘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느 부모 누구에게나 양육은 처음 해보는 일이고 현실적인 제약도 많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겠지요. 완전성을 추구하고 그런 결과를 쉽게 얻고 싶어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 있지만, 한계를 인정하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정말 행복은 성적순일까요? 우리는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또 그렇게 많이 변하는 것 같지 않기도 합니다. 인간사에서 성공한 사람들, 행복한 사람들을 통해 오랫동안 공통적으로 중요했던 가치를 보면 성실한 태도, 좋은 대인관계,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정리될 수 있다고 하시네요. 이런 것들은 사교육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지요. 나 자신이 변해야하는 어려운 일입니다. 겸손히 완벽하게 하려하지 말고, 나의 수준을 인정하면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아이 키우기의 비밀

마지막으로 서천석 선생님은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을 두 가지로 정리해 주셨습니다. 바로 부모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과 아이가 부모를 좋아하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품과 그 한계 속에서 자랍니다. 사춘기와 20대의 모색기를 거치면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을 수 있지만 그 이전에는 부모의 그릇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아쉽게도 뒤에 못다한 이야기들이 남아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여기서 강의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강의 시작 전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님이 강사님을 소개하시면서 나눠주신 감명 깊게 읽고 즐겨 인용하신다는 서천석 선생님의 연재글 중 일부를 나누는 것으로 강의스케치를 마치겠습니다.

우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이를 바꿀 수 있는 정도는 제한적이다. 결심은 장대할지 모르나 부모가 바쁜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미약하기만 하다. 이런 현실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자는 것은 아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사람은 작은 짐만 덜어서 들어줘도 훨씬 발걸음이 가벼운 법이다. 세상과 부딪쳐 힘들게 살아갈 아이를 자신의 능력과 여건 속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노력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는 최선이며 억겁의 인연으로 만난 아이에게 아무 대가 없이 주는 선물이다. 너무 큰 꿈은 오히려 나를 괴롭히고 아이를 괴롭힌다. 내가 지금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노력하고 있다면 자신을 격려하자. 그래, 나는 오늘 우리 아이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있다고.”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수줍은(?) 신입간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