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미래 직업의 희망을 찾는다.
11월 25일, 어느덧 진로학교 강의도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만큼 우리 진로학교 수강생들의 열의와 진지함도 무르익어가고 있는 듯하다. 우리 아이들의 진로를 위해 수강했지만, 매번 강의를 통해서 우리 수강생들이 먼저 자신의 삶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고민해보는 시간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시간은 사회적 기업 이장의 임경수 대표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 사회적 기업에 대한 논의와 관심이 많아지면서 그 수도 늘어가는 추세이다, 특별히 농업을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의 이야기를 풀어가셨는데 그 이야기가 제법 흥미로웠으며 대표님의 전달능력은 참으로 훌륭했다.
“E-마트에서 물건을 사시면 즐거우세요?” 라는 질문과 함께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셨는데, E-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 동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나의 구매 행위가 나에게, 우리 이웃에게 나아가 우리 지역에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강의가 진행되면서도 계속적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물음이었다. 마찬가지로 좋은 직업이란 나를 즐겁게 하고 성장시키며, 이웃에도 도움이 되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대표님의 여정을 들어보면 매 시기마다 환경 또는 농업과의 끈이 닿아 있었다. 중학교 소풍 때 쓰레기를 치우며 분해되는 비닐을 만들겠다고 생각했고, 80년대 초반 대학생활 중에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없었던 환경에 관심이 있었고, 공군장교 시절을 보낸 부대는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공간이었는데 그러면서 농민운동가 분들과도 알게 되었다. 또한 석사·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계속해서 환경 및 농업에 대해 고민하는 삶을 살았다.
“사람의 행위 중 사람과 환경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은 농업뿐이다.”
대표님이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거치며 환경과 유기농 관련 공부와 연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연구와 현실과의 괴리였다. 아무리 연구를 해도 농민이 쓰질 않으면 의미가 없고, 오히려 농민들이 개발을 하는 것이 더 알맞은 일이었다. 사람의 행위 중 사람과 환경에게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은 농업뿐인데, 환경과 인간 사이에는 농업이 있고 그렇기에 농업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표님은 관련된 일들을 찾아갔다. 함께 공부했던 귀농한 동기들을 찾아가기도 하고, 지금 이장의 시초가 된 홈페이지 관련 사업도 시작했다. 또 농촌의 농산물을 이용한 식당을 만들어 도시락 배달 사업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 농업·농촌 문제의 현실은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판매되고 유통되는 과정은 좋은 정보의 제공만으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많은 고민을 했는데 스스로 내린 결론은 농촌의 최소단위인 마을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바람직한 모습은 농업이 유기농으로 전환되고, 도시인들과 교류하며, 환경과 생태계가 잘 보존되면서 마을사람들이 오순도순 사는 것인데 이는 생태 마을을 말하는 것이었다.
호주의 퍼머컬쳐(Permaculture)에서 대안을 찾다!
생태마을의 좋은 예를 경험하기 위해 대표님은 퍼머컬쳐를 하고 있는 호주의 태즈매니아 지방을 찾아갔다. 퍼머컬쳐란 쉽게 말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의미하는데 사실 우리나라는 좁은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한 곳에서 오랜 기간 농사를 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연간 2만명 정도가 방문한다는 호주의 크리스탈 워터스(Crystal Waters)라는 곳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대표님은 그 곳에서 2주간의 정규과정을 받고 또 2주를 더 머물며 생활했는데 그 때의 영감과 아이디어로 한국에서 지금껏 일을 하신다고 말할 정도로 좋은 본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UN에서 환경주거상을 받은바 있는 이곳의 환경과 생활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도 한 번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최초 우리나라는 녹색연합이라는 단체에서 시작했는데 많은 마을들이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몇몇 마을은 점차 성과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지방정부에서 자본을 지원받게 되었고 그 자본을 지렛대 삼아서 대표님같은 전문가들이 주민들을 교육하고 계획을 세우며 사업을 이끌어 갔다. 좋은 아이디어와 가치를 가진 사업들이 농민들에 호응을 얻고 그 농산물의 판매가 잘 이루어지면서 국내에도 여러 창의적이고 바람직한 사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도시 사람들이 농촌에 관심이 있음을 확실히 느끼면서 더 나아가 도시에서 귀농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해 농촌에 계획된 생태마을을 조성하기도 했다.
몇몇 생태마을은 성공사례로 언론에도 보도되고 좋은 평을 듣기도 하면서 많은 일들은 했지만, 계속 되는 고민이 있었다. 이러한 성공으로 몇몇 마을들은 잘 살게 됐지만 전체적으로 또는 보편적으로 농촌의 생활수준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으로 좋은 사례를 만들어낸 농촌의 지도자가 돈을 벌게 되니 승용차를 고급 세단으로 바꾸고, 도시의 아파트를 사는 것이다. 결국 농촌의 돈이 그대로 도시로 흘러갔고, 지역은 지속적인 발전이 어려웠다. 농촌발전의 성과와 효과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것이 기존 지역개발의 한계였다.
“지역이 잘 살 수 있는 지역공동체 만들기”
지역개발이 잘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지역개발이 잘되면 지역의 인구가 늘어야 한다. 그 지역이 편하고 살기 좋을 때 사람들이 늘어나고 지속해서 발전하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최근 50년간 수많은 지자체중 인구가 증가한 곳은 연기군 말고는 없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부산과 이탈리아 볼로냐를 비교하며 잘 분석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약 2년 전에 방영됐다고 한다. 볼로냐에서는 주부들이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원산지를 꼼꼼히 확인하면서 구매한다. 볼로냐는 생협이 우리나라 이마트와 같은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은 제품들이 생산자에 따라 분리되어 진열된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조합원이기 때문에 일반 기업의 제품보다는 협동조합의 것을 위주로 선택하고, 그러한 돈은 지역의 학교시설을 보충하고 공원을 만들고 일자리를 늘리는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 내에서 자본과 노동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면서 그것이 그대로 지역발전에 이바지 하는 구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홍성 풀무학교, 남원 산내면 같은 경우는 이와 같은 사례들이 있다고 한다. 지역사회가 그물망, 즉 공동체적 안전망이 되어서 사회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일자리는 주민 스스로 만든다. 대표님은 이외에도 많은 사례들을 얘기하시면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우리가 눈을 우리의 지역사회로 돌리고 다시 볼 때 실제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참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협동조합의 인식과 활동이 살아나야 사회가 건강해지고 지역의 기반이 튼튼해지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 가치에 기반을 둔 사회적 기업이 많은 이들에게서 이야기되고 실제로 생겨나고 있다. 그런 사회적 기업가의 필요한 자질에 대해 대표님은 다른 무엇보다 자기가 생각하는 삶과 의지하고 있는 마을(지역)이 자기의 가치관 하나로 다 꿰고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즉,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자신의 지역사회의 흐름과 현상들을 비쳐보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걸 위해선 인문학과 여행 두 가지를 추천해 주셨다. 이른바 대학에서는 취업과 거리가 멀다고 무시당하고, 서점에는 각종 처세술과 자기계발서에 밀려 구석으로 자리를 옮긴 인문학의 가치가 새삼 소중하고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직은 무엇이든 새롭게 도전할 용기와 실패할 각오도 가진,
아는 것보다 배울 것이 더 많은, 경험한 것보다 경험할 것이 더 많은, 꿈 많은 젊은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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