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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등대지기학교

[등대5강 강의스케치] 충격과 공포의 사교육 종말 예언! (우석훈)


본 내용은 2010년 제5기 등대지기 학교 강의 중 제5강 우석훈 박사님의 ‘88만원세대 - 경제로 풀어본 사교육 문제’강의스케치입니다.


11월 2일에 열린 등대지기 학교 제5강 우석훈 박사의 ‘88만원세대 - 경제로 풀어본 사교육 문제’강연은 지난 4강까지와는 달리 강의가 끝나고 수강생들의 질의 응답시간이 이어졌고, 송인수 대표가 직접 나서서 질문을 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강의가 끝나고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충격과 놀라움으로 ‘디버블링’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석훈 박사는 교육문제가 풀려서 사교육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을 받을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경제 위기가 닥쳐 내년부터는 사교육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연 말미에 예언을 한 것이다. 분명히 그는 강의를 시작할 때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싫어하고, 오늘 강의도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야말로 반전이다. 이 반전은 강의 시작부터 예고 된 것이었다.

우석훈 박사는 올해 4월에 열린 진로학교1에서 강의 내용도 좋고, 수강생들의 반응도 좋아 등대지기 학교에도 강사로 초빙했다. 진로학교1때는 강의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혹시나 이번에도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번 등대지기 때는 기타를 둘러매고 30분 전에 사무실에 등장해 수강생들에게「88만원 세대」책에 저자 사인도 해주었다. 강연은 우석훈 박사의 기타반주와 노래로 막을 열었다. 그는 노래는 잘 못하지만, 심각한 얘기를 싫어하기에 노래를 부르고 시작하겠다고 했다. 밝은 분위기의 노래를 예상했는데, 김광석의 ‘일어나’였다. 곡의 분위기는 무겁긴 했지만, 우석훈 박사는 힘차게 노래를 불렀고, 노래가 끝나자 열화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수강생들이 ‘한곡 더’를 외치기도 전에 옛날 노래라고 소개한 ‘뭉게구름’을 이어서 부른 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흔이 넘어가면 뻔뻔해집니다’라는 멘트로 강의를 시작했다.

 



우석훈 박사는 사교육을 포디즘에 빗대어 설명했다. 컨베이어벨트로 대량생산을 하는 포디즘 체제에서 노동자들은 같은 속도로 똑같이 움직이며 일해야 하고, 너무 똑똑해도 안 된다. 이와 유사하게 사교육은 배우는 내용의 맥락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단지 암기를 강요할 뿐이다. 포디즘 시절에는 단지 요약해서 암기하는 식의 공부였다면, 포스트포디즘 시대에는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여전히 포디즘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능력을 보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수학능력시험도 아이큐테스트처럼 암기해서 준비하는 실정이다. 논술도 패턴을 모조리 암기하는 방식으로 대비하고, 앞으로 입학사정관제도 컨설턴트가 등장해 패턴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한다. 이런 방식의 공부를 통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대학 수업에서 외울 것을 주지 않으면 당황해하고, 창의성을 키우지 못할 것이다.

경제전문가답게 우석훈 박사는 사교육을 국민경제의 틀로 분석해낸다. 한국에서는 급식 문화가 일반적인데 반해, 육만 달러 이상인 나라는 집 근처에 있는 직장을 다니고, 일도 적당히 하고, 점심도 집에 가서 먹고 오는 문화가 보편적이라고 한다. 반면, 한국에서 연봉 1억 이상 받는 사람들은 일을 매우 많이 하고, 집에 와도 집에 온 것이 아닌 느낌으로 일중독에 빠져 산다는 것이다. 일중독, 공부중독인 한국사회와 대비되는 나라들로 일인당 GDP가 6만 달러 이상인 북유럽 국가의 학교에서는 월,화,목,금 주4일 학교에 가고, 수,토,일은 등교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4일도 오후 2시에 수업을 끝내주고, 방과 후에는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문화화동을 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학생들이 학원에서 밤10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유럽사회처럼 2시에 집에 간다고 하면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우석훈 박사의 농담에 웃음이 나왔지만, 한편으로 한국사회의 비참한 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우석훈 박사는 창의성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6개월간 놀기만 하면 뭔가 하고 싶어지는 일이 생긴다. 3일 내내 자고 일어나면 몸이 근질근질해 뭔가를 하려고 한다. 술도 진창 마시다 술에 깨면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앗 하고 떠오르며 하게 되는 것이 창의력’이라는 것이다. 바로 생각의 전환인 것이다. 개미와 배짱이의 우화에서 개미의 시대는 지고, 앞으로는 배짱이의 시대가 올 것이라 전망했다. 기업부터 바뀌고 있다고 한다. 우석훈 박사는 지난 6개월 동안 기업의 취업 인사 담당자를 많이 만났는데, 어떻게 하면 ‘또라이’를 뽑을 수 있는지 고민이라 한다. 토익점수와 학점이 좋은 사람은 일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고, 과장이나 부장이 일 못한다고 꾸짖으면, 엄마가 찾아오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한 명도 사고를 안치면 그 기업은 망한다. 똑똑한데 특이한 방향으로 독특하고, 기발한 사고를 쳐야 그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우석훈 박사는 사교육비에 월평균 100만원이 든다고 하면, 그 100만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할 것이 아니라, 10만원은 책을 사게 하고, 10만원은 여행, 극장 등의 문화생활로 쓰게 하고, 나머지 80만원은 대학 갈 때 그냥 통장으로 주는 것이 편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했다. 학원의 강사가 약 20만 명, 공교육 교사도 약 20만 명인데, 학원 강사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 호주모델을 고민해 봐야한다는 것이다. 호주는 장애인 교육이 잘 발달했는데, 한 학생에 담당교사가 두 명이 배정된다. 반면 한국은 분리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교사수를 줄이고, 학교도 줄이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학생들은 학원으로 몰려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우석훈 박사는 스위스와 한국이 보수적인 사회라는 공통점을 지적하며, 스위스는 고향, 공동체가 살아있고, 정치적으로 직접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공동체 문화를 복원해야 하며, 앞으로 지역 문화가 살아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엘리트 40대 여성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과장, 부장 등 고위직급에 있는 사람들은 인생에 낙이 없다고 한다. 돈은 많이 벌지만, 삶이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엄마들은 자식에게 사교육비를 들여 투자한대로 등수가 나오는 것에 재미를 느낄 것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 역량을 키워, 다양한 공동체 문화가 살아나고, 그 공동체 활동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는 방향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년을 기점으로 극심한 경제침체가 온다고 예견한 우석훈 박사는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가정이 많아져 자연스럽게 사교육이 줄 것이라 예상했다. 이 대목에서 수강생들은 충격과 놀라움, 당혹감을 느꼈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경제 침체에 의해 비극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사회·경제·문화·교육제도 전반의 변화를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와야 한다. 그 길에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꿈꾸며, 깊은 성찰과 뜨거운 열정으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즐겁게 활동하는 김재민 정책 간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