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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대안연구소/[기타]보도자료

[성명서] EBS-수능 70% 연계: 적게 얻고 많이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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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강의-수능 70% 연계’ : 

얻는 것은 적고 잃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사교육비 절감 효과 크지 않으면서 수험생 혼란과 학습 부담 가중 우려...

사교육비 감소 효과 : 온라인 사교육 시장과 참고서 시장 일시적 타격 뿐

EBS 문제 풀이 중심 교육 : 자기주도적 인재 발굴 대입 입학사정관제와 충돌...

EBS 수능 강의 : 사교육 원인 근원 처방 전 해열제 기능. 그 이상의 역할 기대를 전제로 한 정책 추진은 곤란

 

 

지난 10일 교과부는 사교육 경감과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EBS 강의와 수능시험의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사교육비 절감 원년’이라는 정책목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주요한 사안으로 삼겠다는 교과부의 의욕과는 달리 사교육비 절감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정책목표에 집착해서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에는 학교 교육과 수험생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다시 검토해야합니다.

 

 

□ 70% 연계 : 간접 연계 시 출제 반영 체감 낮고, 직접 연계시 교육 파행...

 

수능 연계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안병만 장관은 지금까지의 연계 비율이 30% 내외였다면 금년 수능에서는 70% 정도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공언하였습니다.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비슷하다고 억지로 우기는 ‘간접 연계 비율’이 아니라 문항 자체가 유사하거나 숫자 등만을 일부 변형한 ‘직접 연계 비율’이 70%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많은 논란을 낳았고, 이에 당황한 교과부는 지난 25일 ‘70% 연계 방안’의 의미를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별도로 발표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계 비율과 관련된 혼란은 진정되지 않았고 오히려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능성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70% 연계를 공언했지만 이전의 EBS 강의와 수능의 연계 비율이 그랬던 것처럼 수험생들이 느끼는 체감 연계 비율과는 상당한 정도의 괴리를 보이면서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교과부가 연계 방안의 예로 제시한 네 가지 유형은 지금까지와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둘째는, 70% 연계라는 공언을 지키고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상당한 정도로 EBS 강의에서 그대로 혹은 약간만 변형된 형태의 문제를 출제하는 경우입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용두사미로 끝난다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벗기 어려울 것이고, 말 그대로 ‘직접’ 연계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면 약속은 지키게 되는 것이고 어느 정도의 사교육 억제 효과도 있겠지만 국가가 나서서 단순 암기와 문제풀이 수업을 시키면서 수능과 학교 교육을 파행으로 이끌고 간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교과부 장관만이 아니라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언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두 번째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어쨌든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통해 50%, 그리고 60%로 연계 비율을 높여간다고 발표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는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교과부는 현재의 혼란과 파행을 자초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 사교육비 감소 효과 : 온라인 사교육 시장과 참고서 시장 일시적 타격 뿐

 

교과부는 EBS 강의와 수능의 연계 강화가 ‘사교육비 절감 원년’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정책 수단으로서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판단입니다. 실제로 상당한 수준의 연계가 되더라도 그것의 효과는 수험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사교육 시장의 일부를 흡수하는 수준에 그칠 것입니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70% 연계가 된다고 할지라도 나머지 30%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교과부는 25일 발표를 통해서 나머지 30%의 경우에는 연계 문항의 난이도를 고려하여 다양한 난이도와 변별력을 갖도록 출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EBS 강의와 별도의 대비가 필요한 것이고 이는 사교육 수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교과부의 발표에 의하면 연계 대상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감수한 115종의 교재라고 합니다. 이 경우 문/이과와 개별 선택과목을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개인이 감당해야할 교재는 30여 권 안팎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혼자서 공부하기 어려운 양입니다. 게다가 여기에 수준별, 영역별로 제공되는 인터넷 강의까지 더해지면 그 수는 훨씬 증가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EBS 교재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해주는 사교육 수요가 새로이 생겨날 가능성마저 있고 결과적으로 온라인 사교육 시장을 잠식하는 효과조차도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동안 EBS 강의가 사교육 수요 일부를 대체해온 효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연계를 지금보다 강화한다고 해서 기대하는 것만큼의 효과를 갖기는 어렵고 오히려 새로운 사교육 수요를 만들어낼 우려마저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04년 이후 수능 연계가 꾸준히 시행되었지만 온라인 사교육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했으며 이번 발표 이후에도 온라인 사교육 업체의 주가는 잠시 주춤했을 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한편, 수험생들이 느끼게 되는 학습 부담 증가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지적한 것처럼 EBS 강의에서 100% 나오는 것이 아니고, 수험생들이 다루어야할 EBS 교재의 수는 이전보다 훨씬 증가했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느끼는 학습 부담은 지금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선택 영역과 각 영역에 대한 학업성취도를 고려하여 한정된 시간 속에서 맞춤형 계획을 세워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자신의 학습 계획과 무관하지만 반드시 공부해야할 교재를 몇 십 권씩 안겨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EBS 문제 풀이 중심 교육 : 자기주도적 인재 발굴 대입 입학사정관제와 충돌...

 

교과부는 EBS 강의와 수능 연계 강화가 사교육비 경감뿐만 아니라 공교육 내실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여기서 공교육 내실화가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의 내실화를 의미한다면 이는 완전한 오해입니다.

 

2004년 이후 EBS 강의와 수능이 연계 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고3 교실을 중심으로 EBS 교재가 일반 참고서뿐만 아니라 교과서마저 대체하는 현상이 이미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EBS 교재가 반영되는 비율과 교재의 수가 더욱 늘어난다면 EBS 교재를 활용한 단순 문제풀이 방식의 파행적인 수업 운영은 학교 현장에서 더욱 보편화될 것이며 이는 고3 교실에만 한정되지 않고 고1, 2 교실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면 사교육비 절감 효과에 일정 정도 기여하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교육 정상화라는 방향에는 완전히 역행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문제 풀이 방식의 수업이 보편화되는 것은 사고력과 종합적인 이해능력 등을 측정하는 수능 시험의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고, 이런 학교 수업의 획일화 현상은 단순한 지식 교육보다는 학생의 창의성과 잠재적 역량 등을 평가하려는 입학사정관제도의 도입 취지와도 역행합니다.

 

 

□ EBS 수능 강의 : 사교육 원인 근원 처방 전 해열제 기능. 그 이상의 역할 기대를 전제로 한 정책 추진은 혼란 가중...  

 

EBS 강의와 수능의 연계 방안이 2004년 도입된 이후로 실효성에 대한 논란과 다양한 각도에서 비판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정한 정도의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있었다는 것과 특히 저소득층과 농어촌 지역 등을 중심으로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한 성과는 분명히 인정됩니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해법은 크게 사교육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는 방식과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되기 전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교육의 수요를 공적인 영역으로 대체하여 국민들의 사교육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EBS 강의의 역할은 후자에 속합니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지역 간, 계층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역할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EBS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준수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유하면 EBS는 심각한 상태에 있는 환자에게 투여하는 ‘진통제’ 또는 ‘해열제’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사교육비를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줄이겠다는 정치적 목표 때문에 EBS가 해야 할 역할을 뛰어넘는 무리한 효과를 요구하면서 생기는 지금과 같은 혼란과 부작용입니다.

 

따라서 교과부는 앞으로 시행될 6월, 9월 모의평가와 수능에서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70% 연계라는 약속과 ‘사교육비 절감 원년’이라는 정치적 목표에 집착하여 무리한 정책을 고집하지 말고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EBS 수능 강의와 연계 방식을 유지하면서 EBS 강의를 내실화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순리입니다.

 

※ 문의 : 김승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 016-258-5707, 797-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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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