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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회원의 이야기

헛되고 헛된 우리 아이의 사교육 (3)

지금 고3인 우리 아들의 중학교 3학년때 사교육 모습입니다. 필리핀으로 어학 연수를 보낸 것을 빼면 어찌 보면 1,2학년 때보다 단순해졌더라고요. 아마 그만큼 사교육에 익숙해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 따라서 보낸 어학연수도 역시 헛되다는 생각입니다.........  기억을 되새길수록 마음이 복잡해지네요......
 

◎중학교 3학년(2005년)


1. 어학연수 : 필리핀 / 2004. 12월 28일 - 2005년 2월 23일 / 약  220만원 /

   또다시 겨울 방학이 오고 있을 때 직장 동료가 초등학교 아들을 방학 동안 잘 아는 선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어학연수 코스에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귀 얇은 제가 들어보니 꽤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 중요한(!) 영어도 (비록 필리핀인이지만) 원어민 교사에게 배우고 새로운 체험도 하고 무엇보다도 선교사님이 새벽기도도 인도하고 영어 예배도 드린다니 믿음 성장에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맞벌이이긴 하지만 내 집도 없이 전세에 살고 있는 형편이었으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공부도 못하는데 영어 하나만이라도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싶고 이 시기를 놓치면 어려울 것 같아 큰 마음먹고 보냈습니다. 학교에 찾아가서 체험학습 처리하고....... 짐 싸고........ 공항에 가고........ 국제 전화로 통화하고....... 연수기관 홈페이지 들여다보며 확인하곤 했지요.

 결과는....... 이것 역시 헛되고 헛되다는 것입니다. 새롭게 경험의 폭을 넓혔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모르겠지만 영어 실력의 향상은 정말 ‘아니올시다.’였습니다. 두 달 만에 돌아왔을 때 가져온 그동안의 자료와 수료증, 성적표 대신 담당 교사의 멘트가 적힌 엽서는 정말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사진으로는 필리핀 선생님이 아이들 수준에 따라 1,2명씩 따로 가르치기에 꽤 효과가 있겠다 싶었는데........ 시험지를 보니 얼마나 초급 영어이던지 아마 요즘은 유치원생들이 배우는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그걸 배우려고 그 돈 주고 필리핀까지 보냈나 싶어 억울했습니다. 초등학교 아들을 보낸 직장동료도 실망스러워하면서 제게 미안해하더라고요.

 이렇게 하여 우리 아들의 필리핀 어학연수 역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2. ㅅ학원 : 영어, 수학 / 4월 -  2006년 4월  / 28만 → 35만 /

  어학연수의 실패로 잠시 주춤하면서 3월 한 달을 쉬었는데 집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빈둥대는 모습의 아들을 계속 봐야하는 것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이후에 아들은 자거나 컴퓨터 게임하거나 TV 보거나 셋 중에 하나 밖에 할 일이 없어 보였어요. 스스로 공부하기는커녕 제대로 놀지도 못하더라고요. 그동안 학원에 길들여져 있어서 이미 스스로 공부하거나, 스스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것 같아요. 결국 아들이나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학원을 선택해야했습니다. 특히 저는 아들이 컴퓨터에 앉아있는 뒷모습만 봐도 가슴이 부글거리면서 불같이 뜨거워지는 증세(!)가 심각하게 나타났습니다. 병원 다니며 치료비 드는 것보다는 그냥 학원에 보내는 것이 나을 것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학원 중 무난한 이 대형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4월부터 12월까지 꾸준히 이 학원만 다녔으니 겉으로 보기에는 이른바 안정기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그것은 우리 아들의 능력이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많이 “내려놓음”(!)으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학원에서도 과고 반이나 외고 반에 관심을 가졌지, 우리 아들이 다니는 일반고반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듯했습니다. 심지어 ‘학원에서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는 흉흉한 소문(!^^)도 들렸습니다. 하위권 아이가 성적 올랐다는 소문이 나면 온 강북의 하위권 아이들이 몰려와서 완전 ‘하위권 학원’이 된다나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정말 천대받는 시대입니다.........

 이 학원을 다니면서도 사소한 사건은 있었지만 어쨌든 일주일에 세 번을 6시 반부터 10시 반까지(시험 기간에는 11시 반) 보내니까 빈둥대는 아들의 모습을 덜 볼 수 있어서 한결 마음 편했음을 고백합니다. 여름방학 때에도 계속 이 학원을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점심 도시락을 싸오라고 해서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식대를 받고 학원에서 해결해주더라고요. 이렇게 한 3년을 이런저런 학원을 다녀보고....... 그리고 중계동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학원을 다니는 것을 보면서....... 이제 저나 아들이나 학원과 관련된 여러 상황에 갈등하기보다는 ‘그러려니’ 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일 년 가까이 다니게 된 것 같습니다.


3. 취미 : 기타 / 7월 -8월 / 월 12만원 /

    아들이 여름방학 교회 수련회 때 기타치는 대학생 형들이 부러웠는지 기타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했습니다. 우리 때는 뭐든지 어깨 너머로 배웠던 것 같은데 요즘은 다 돈 주고 학원 가서 배워야하나 생각이 들긴 했지만 배워두어도 좋겠다 싶어서 등록했습니다. 취미로 배우는 것은 수강료도 만만치 않지만 학원생 관리가 철저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처음부터 멋지게 치고 싶은 아들의 바람과는 달리 진도가 천천히 나가자 점차 흥미를 잃고 땡땡이를 치게 되었는데 연락이 없어서 저는 잘 다니는 줄 알고 있었거든요. 두 달 째는 몇 번 가지도 않았나봐요. 별 유익없이 학원에 버리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요...... 결국 교회 형들에게 배우고 독학으로 익혀 고등부에 가서는 베이스 기타 치더니 나중엔 찬양팀 리더가 된 것을 보면 유익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정말 중요하다는(왜 이렇게 중요한 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중3 겨울방학이 다가왔습니다. 아들의 성적은 거의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고(가끔 밑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고등학교 가면 더욱 격차가 벌어져서 도저히 대학을 못 갈 것 같은 불안감이 몰려오고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하니 옆의 직장동료가 수학 한 과목이라도 확실하게 해야 한다면서 정말 실력 좋고 성실한 수학 과외 선생님을 소개해주었습니다. 과외비가 너무 ‘쎈’ 것 같아 난감해하는 저에게 아들이 하겠다고만 하면 감사히 생각하라면서 말썽부리는 아들들의 실례를 들면서 과외 시키는 것이 ‘싸게 드는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수학 과외 선생님을 찾아 가 상담을 받고 (우리 아들 사교육 역사상 가장 갈등이 되었던 )과외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2005년이 끝났습니다. 휴우.........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님께서 카페에 올려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