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은 고3입니다.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중 고등학교 시절 내내 학원 다니고 과외 받았던 것 중 ‘참 유익했다.’ 고 생각되는 것이 거의 없네요. 모두 헛되고 헛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시간과 그 돈으로 꽤나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들이 중학교 졸업했을 때 3년 동안 학교에서, 교회에서, 사교육에서 무엇을 배웠나 정리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학교나 교회는 담임선생님 성함 밖에 적을 것이 별로 없었고, 사교육은 별로 안 시키려고 했는데도 꽤 정리할 것이 많았던 기억이 나네요. 한 번 구경이나 해보시겠어요?
◎ 중학교 1학년(2003년)
1. 과외 : 영어 / 2월 - 8월 / 월 25만원 /
서울대 다니는 똑똑한 사촌누나가 가르쳤는데 아들이 잘 따라가지 못해서 엄청 구박받았어요. 이때부터 우리 아들의 수난이 시작되고 자신감을 잃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보고 있지요. 물론 저의 ‘가슴답답증’도 이때부터 발병되었지요.^^ 선생님이 똑똑하다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고요......
2. ㅈ학원 : 영어, 수학, 국어 / 2월 - 8월 / 월 16만원 /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원으로 대형 학원은 아니었지만 그리 작지도 않은 학원이었는데 효과는 그저 학원을 다닌다는 마음의 평안을 얻었던 정도였던 것 같아요. 두루 학원을 섭렵한 뒤 우리 아들이 “최악의 학원”으로 이 학원을 꼽았으니까요. 학원 선생님들이 실력도 없고 성의도 없었다나요. 학원 선정하는 것도 엄청 어려워요.--;;
3. ㄱ학습지 : 국어, 일본어 / 2월 - 2004년 5월 / 월 2.7000원 /
이거야말로 우리 아들처럼 스스로 하지 못하는 스타일에는 “꽝”이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서 10분 정도 점검해주시는데 선생님 오시기 전에 후다닥 페이지를 채우곤 했지요.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 끊으려고 했더니 선생님이 사실은 자신이 일본어가 전공인데 2학년 되면 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우니 미리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일본어로 바꾸어서 배웠는데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직장 다니느라 엄마가 봐주지 못한 게 죄지, 어찌 학습지 선생님을 탓하겠어요....... 흑흑
4. 운동 : 테니스 / 6월 - 2004년 1월 / 월 12만원 /
아들이 테니스 배우고 싶다고 해서 모처럼 공부가 아닌 것을 가르친다는 뿌듯함으로 등록을 하기 했는데 한편으로는 공부가 아닌 것을 위해 한 달에 12만원을 쓴다는 것도 참 부담스러웠어요. 가끔씩 아파트 옆 코트에 구경가 보면 멍하니 앉아서 다른 사람들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공 줍고 있더라고요. 막상 배우는 시간은 정말 짧게 느껴지더라고요. 힘들다고 혹은 가기 싫다고 안 갈 때는 가슴이 너무 아팠지요. 지금 테니스 잘 치냐고요? 절대 안치지요. 고등학생이 언제 테니스 치고 있겠어요. 그 때 산 라켓만 가뜩이나 좁은 베란다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5. ㅋ어학원 : 영어 회화 및 문법 / 9월 -12월 / 월 10만원 /
어학원 치고는 저렴하며 너무 좋다는 직장동료의 추천을 받고 마음이 현혹되어 알아보니 마침 우리 동네에 그 분원이 있어서 너무도 감사한 마음으로 등록했지요. 2번에서 말한 학원을 과감하게 끊고 다녔어요. 직장동료의 딸은 아주 의욕적이고 한편 소심해서(!) 테스트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늦게까지 붙들어 놓고 공부시키는 스파르타식 교육 방법이 효과 만점이었다는데....... 대범한(!) 우리 아들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의 언제나 늦게까지 남는 편을 선택했기 때문에 어학원차가 끊긴 밤에 데리러 가야하는 불편함만 감수해야 했지요. 게다가 마침내 사회성 많고 리더십있는 우리 아들은 반 아이들을 설득하여 힘을 모으고 지혜를 합쳐서 시험을 보고 모두가 통과되는 방법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지요. 학원 선생님의 은근한 미움을 받다가 결국 4달 만에 그만 두었어요. 휴우....
중학교 3년 동안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나 중학교 일 년을 정리하다보니 지치네요.^^
2,3학년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고....... 아무튼 이렇게 하다 보니 매달 30만원에서 60만원이라는 피 같은(!) 돈이 들어가고 아들은 아들대로 힘들고 저는 저대로 얼마나 속상하고 화났는지요. 참으로 헛되고 헛된 것이었는데요....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님께서 카페에 올려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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