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자녀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공립학교생활을 소개하는 작은 모임이 있었습니다. 제가 선배학부모(?)로서 짧게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써서 나누었는데, 여기에 어울릴 것 같아 용기 내어 올립니다....
교육이 행복이 되는 세상을 위하여...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시작하는 부모님들께
학교는 세상가치로 가득한 곳입니다. 아직은 어리고 작게만 보이는 우리 아이를 학교에 보내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아마 좋은 담임선생님 만나면 좋겠고, 공부가 너무 쳐지지 않으면 잘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실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랬구요. 그러나 ‘막연한 희망’만 가지고 아이를 보내기에는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의 학교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곳입니다. 출세와 성공의 패러다임으로 얼룩진 명문대 강박증으로 병든 곳이 학교입니다. 학교는 오로지 인문점수(국어, 수학 같은)만으로 줄서기를 시키는 곳입니다. 친구를 협동과 연대의 대상이 아닌 경쟁의 대상으로 보게 하는 곳입니다. 우월감 아니면 열등감으로 양분하는 곳입니다. 다양함은 인정되지 않고 획일성으로 가두는 곳입니다. 저급한 문화로 물들기 쉬운 곳입니다. 학교가 어떤 곳인지 바로 인지하고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출발하세요.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자녀교육을 잘 하려면 옆집 아줌마를 조심하라는 얘기 들어보셨죠? 정말 조심하십시오. 각종 선행학습을 시키라는 압력이 많이 들어옵니다. 그러나 과일도 제철과일을 먹어야 맛있고 영양도 풍부하듯이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아시겠지만 지금은 거의 1년을 앞선 선행학습을 시킵니다. 그러나 조급증을 버리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자녀마다 그 아이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속도가 있습니다. 물론 학교도 그 선행학습을 전제로 해서 교육하는게 현실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마세요. 1등을 욕심으로 지나친 선행학습을 시키는 부모님 때문에 그렇지 않은, 그럴 수 없는 부모와 아이들이 상처받고 더 힘들어집니다. 지금의 학교는 소수의 승자가 곧 다수의 패자를 배경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내 아이가 ‘지나치게’ 잘함으로 다른 아이를 심한 좌절감에 빠지게 할 수 있음을 조심하세요. 그리고 학교공부를 잘하게 하는 것만이 아이에게 행복한 길이 아니라는 것도 직시하세요. 우리 아이를 입시경쟁주의로 내몰려는 파도를 맞아도 흔들리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매순간 하셔야 합니다.
자녀를 학교에서 평가하는 잣대로 바라보지 마세요. 학교에서 인정받는 아이는 선생님이 많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글쓰기와 셈하기를 척척 하는 아이입니다. 학교의 규칙을 특별한 부작용 없이 잘 따라주는 아이입니다. 학교에서 바라보는 모습을 다 부인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에 너무 매이지 마세요. 받아쓰기 점수와 자녀를 동일시하려는 유혹을 저버리십시오. 잘하던 못하던 선생님이 보시는 아이의 모습은 아이의 단편일 뿐입니다. 선생님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관점으로 아이를 ‘총체적으로’ 보도록 노력하세요. 학교생활을 통해서 하나님이 이 아이에게 주신 것이 무엇인지, 어떤 아이가 되라고 하시는지를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잘 못하더라도 다른 아이와 비교해서 야단치는 일은 삼가세요.
자녀에게 자율과 책임을 훈련할 기회를 만드세요. 스스로 가방을 챙기게 하세요. 준비물 빠트리고 갔다고 학교에 쪼르르 들고 가서 전해주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이가 당황스러울까, 야단맞을까 걱정되어서 얼른 갖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라도 좀 참으세요. 그래야 아이가 스스로 할 줄 아는 힘이 자랍니다. 덜렁거리고 잘 못 챙겨와 불편함을 격어봐야 그걸 체득합니다. 등하교길도 적응기간이 끝나면 데리러 다니지 마세요. 책상도 스스로 정리하게 기회를 주십시오. 좀 마음에 안들더라도, 실수하더라도 곧 바로 도와주지 마시기 바랍니다. 숙제도 스스로 할 수 있게 좀 놔 두시고요. 맘에 쏙 들지 않더라도요. 이 부분이 정말 쉽지 않은 부분이지만 지금부터 그렇게 해야 자신의 삶에 대한 내면적인 자율성과 책임성이 자란다고 봅니다.
내 자녀를 넘어서 학교와 교육을 위한 중보자가 되세요. 기도 많이 하세요. 그러나 내 아이를 위해서만 기도하지 마세요. 오늘날 학교는 정말 중보기도가 필요합니다. 학교의 옳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절로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내 아이의 적응과 성공을 위해서만 기도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자세라고 봅니다. 교실 전체에서 평등과 협동의 분위기가 넘쳐나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선생님이 한 아이 한 아이를 한결같이 사랑하는 넓은 품을 가지시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학교가 진정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구조가 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우수한 아이들에게 집중되기 보다는 경제적 지적 신체적으로 부족한 아이들을 더 배려하는 학교와 교육풍토가 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자신을 영적 학부모 대표라고 생각하세요.
촌지에 대한 유혹을 버리세요.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촌지에 대한 입장이 다른 것 같습니다. 학군이 속한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위치에 따라서도 매우 차이가 나고요. 학년 초에 촌지를 일절 받지 않겠다는 선생님도 계시고, 상품권이나 현금은 거절하시지만 선물은 받으시는 분도 계시고, 순수한 감사의 표시가 촌지로 오해 받을까 두려운 학부모도 계시고..... 특히 여건이 안되서 학교에 자주 들락거리기 힘든 어머니일수록 혹 아이를 위해 촌지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분위기에 있던지 원칙을 가지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촌지야말로 내 아이만 혜택을 받겠다는 이기적인 심리의 표현인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혹 촌지를 거부해서 아이가 차별을 받는다면..... 정말 어렵겠지만 그래도 촌지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견디어 보고 정 안되겠으면 차라리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게 낫겠지요. 저도 학교에서 매일 보충학습을 받고 오는 아이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뭐라도 해야하나하는 마음이 솔직히 들었습니다만 비오는 날 한번 부침개와 화채를 만들어 보내고, 학년이 끝나는 마지막 날 마음을 담은 책 한권 선물하는 것으로 대신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렇게 함으로써 내 마음이 좀 편해 지기위해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이 땅, 이 시대 교육의 사명자가 되어 주세요. 잘못된 교육의 거센 파도를 제일 앞에서 온 몸으로 맞서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공교육 학부모라고 생각합니다. 공교육 안에서 잘못된 교육의 대안을 찾기를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이 나라 교육정책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일 수도 있고, 더 적극적으로 학부모 활동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 외 더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여건에 맞게 하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목사님께서 설교 중 하신 말씀이 자주 생각납니다. 하나님은 각자 인생에서 걸리는 그 부분에 사명을 주어 위로하신다고 하셨죠. 저 또한 학교에 부적응하는 아이 덕분에 눈물로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이 시대의 교육의 현장을 얼마나 안타까워 하시는지 알게 됩니다. 모두들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고 순응하는 가치를 거스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 방향이 옳지 않다고 말하고 동조하지 않을 사람이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들 뒤에 서서 아이를 향해 덮쳐오는 파도를 함께 맞서줄 사명이 우리 학부모에게 있다고 봅니다. 그냥 때가 되었기 때문에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를 넘어 이 시대 교육을 향한 하나님의 시선을 함께 보는 사명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 다음카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현주 회원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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