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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등대지기학교

[등대학교 뉴스레터 ②] 강의스케치 - 대한민국 부모,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등대학교 뉴스레터 ] 강의스케치


'대한민국 부모,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 닉네임 'not for self' 님


 

외국의 학생들과 우리나라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다른 생각들을 다룬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외국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학생들의 가장 특이한 점을 물었다. 그들이 이야기 한 한국학생들의 특징 중 가장 신기한(?) 것은 자기소개를 할 때 한국학생들은 모두 부모, 형제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오롯이 ‘나’에 대한 시간에 모든 한국 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채우고 있는 가족을 이야기 한다. 학부모 모임에는 ‘나’는 전혀 존재 하지 않는다. 현재와 미래의 ‘나’를 대신할 자녀의 이야기만 무성할 뿐이다. 과연 개인으로 우리의 삶은 있는 것일까?


한번쯤은 부모와 학부모 사이를 고민했던 사람들이라면 들어보고 읽어 봤을 <대한민국 부모>의 저자 이승욱 선생님을 강의를 시작하면서 세월호 친구들을 위한 묵념과 함께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일지 물으셨다. 그리고 과연 개인으로서 삶을 살아 본 적이 있는지도 물으셨다. 강의 시작부터 강의를 듣을 준비만 되어 있었던 우리에게 겸허하고 심오한 질문들을 던지셨다. 편안히 멍~하게 들을수 없는 강의가 또다시 시작되었다.


 아이들에게 ‘너의 꿈은 무엇이니’라는 질문 속에는 사실 원하는 직업을 물어보는 우리의 세속적인 욕망이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실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진로교육을 통해서도 세계관이나 직업관을 가르치지 않고 있다. 또다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사회 안에서 순응하는 사람들로 만들어 낼 뿐 이다. 

 아이들이 점점 더 세속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교육의 문제가 아닌 노동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노동이 인정받고 노동자가 일하는 도중에 책을 읽고 자유롭게 휴식하는 것이 낯설지 않고 노동자의 연봉이 더 가치 있게 평가되지 않으면 교육의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럼 지금 우리 부모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사실 이제는 아이의 장래보다는 부모의 미래가 걱정이다. 이제는 많은 상담과 교육으로 인해서 많은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들이 오염되어 있다. 자기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자녀와의 대화가 단절되어 버린 부모들이 너무나 많다. 그저 아이들의 성장으로 부모의 성장을 대신하려는 부모들이 너무나 많다.


아버지들은 남성이 가져야 하는 야성을 잃어버렸고 더 이상 자녀에게 해 줄 것이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아버지들은 사적인 공간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자신이 힘겹게 순응하면서 살아 온 자신의 인생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한다. 부모가 자신의 삶의 연속성을 자녀에게 더 이상 이어줄 수 없는 아버지들의 빈자리는 이제 너무나 익숙한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이승욱 선생님은 조심스럽지만 힘 있는 제안을 하셨다. 이제는 다시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이 살아나야 한다. 자녀들과 더 많은 경험들을 만들어야 하고 학교 학부모 모임에도 나서 당당히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하셨다. 갈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10대의 아이들을 아버지가 감당해야 하고 여성성이 가득한 현실 안에서만 교육되고 양육되고 있는 현재의 아이들에게 남성의 야생성을 다시금 보여 주고 찾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너무나 자녀에게 몰입 되어 있는 어머니들은 좀 더 한발 뒤로 물러나서 다시금 생명과 관련된 일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금 이 땅의 아이들이 살아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

 

이승욱 선생님의 꿈은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사는 것이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근본은 섬세하게 타인을 돌보는 것이고 하셨다. 역지사지의 정신을 가지고 타인에게 공감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존중하는 것은 친절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존중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깨달음을 주셨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정서적, 사회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연대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 하셨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질문에 대한 진짜 답은 많은 시간을 두고 질문자 스스로 고민하고 성찰해야 답이 나온다는 선생님의 대답이 어쩌면 가장 옳고 현명한 답일 것이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오늘을 사는 이 시대의 부모들을 격려해 주신다. “대한민국 부모들이여 우리 개인으로 잘살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