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의 대학입시전형 간소화방안 등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2013. 8.28.) 대입시 전형 ‘대폭’ 단순화에 대한 대통령의 공약 의지는 어디 갔습니까?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입시전형 간소화방안 등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건 “수시는 학생부 중심, 정시는 수능 중심으로 대입 전형 대폭 간소화” 공약과 상당한 거리감 있어.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학입시전형 간소화 방안(시안)이 8월 27일 발표되었습니다. 그동안 △3000개 이상의 복잡한 대입 전형 이름, △논술고사, 구술면접, 적성평가 같은 대학별 고사에, △공인어학 성적 같은 스펙 요구, △학생부를 통해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을 취지로 한 수시에서 수능 점수로 학생들을 걸러내는 관행 등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과 부모들이 고통을 받아왔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입시로 인한 고통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만, 현재의 입시제도는 역사상 가장 잔인한 대학입시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시절 이 점을 알고 국민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수시에는 학생부 중심으로 정시에는 수능 중심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등, “대학입시전형을 ‘대폭’ 단순화하겠다”고 공약(근거 :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 국민행복캠프 공약 보도자료)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새 정부가 들어서자 국민들은 정부가 대학이나 이해 당사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약에서 밝힌 것과 같이, 속시원한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대선 공약에서 밝힌 대학입시전형의 대폭 단순화는 실종되어.
그러나 어제 교육부가 대통령의 공약 지시 사항을 수용해서 발표한 대입전형단순화 방안(시안)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번 대책은 한마디로, 대학입시제도를 단순화하고자 하는 의지, 학생들과 학부모 등 국민들의 입시 고통을 해소하고자 하는 결의가 사라진 실망스러운 안이었습니다. 혹평을 하자면, 새로 정권을 획득한 신생 정부의 힘있는 안이 아니라, 정권 말기의 힘없는 정부가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만든 형식적인 정책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대학입시 전형을 대폭 단순화한다’는 공약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였으니까요.
구체적으로 내용을 보더라도, 이번 방안은 대학입시전형의 실질적인 단순화를 기대하기가 어렵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입시 전형 단순화에서 핵심은 무엇입니까? 복잡한 전형을 단순화하는 것이요, 전형 요소(논술고사, 수능, 내신 등)의 가짓수를 줄여야하는 것입니다. 물론 △각 대학에서 제시할 대입 전형을 총 6개(수시 4개, 정시 2개) 제한하고, △그 전형 속에서 요구하는 전형 방법을 단일화시키고 용어를 명확히 한 것, △학생부 전형에서 공인어학성적, 교과관련 외부 수상실적 제출 등 금지 △우선 선발의 지양, △대입 정책 3년 예고제 및 지원 종합 시스템 구축 등은 의미 있는 대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전형 종류가 얼마나 단순화됩니까? 3,000개에서 고작 1,290개로 줄어드는 것입니다. 전형 요소 또한 줄어들지 않습니다. 논술고사가 살아있고 적성평가가 살아있고 수능과 내신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스펙은 여전히 특기자 전형에서 유지되고 있고, 수능 최저등급 적용도 복수안으로 제시하여 교육부 자체의 결정을 유보한 상태에 있습니다. 무엇이 얼마만큼 단순화되었는지요? ‘대폭 간소화시키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이 이 정도였는지요.
우리는 교육부의 문제의식 정책 방향을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의식과 정책 방향은 많은 부분 옳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그 올바른 문제의식이 구체적인 정책 속에 들어가 정책을 장악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현실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안이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올바른 대책 방향이다 싶은 항목이 있어서 반색하고 살펴보면 들여다보면, 여지없이 도처에서 “대학 자율, 대학에 권장, 자율적 지양, 복수안” 등의 표현을 써서 변화의 기대를 슬며시 외면해 버렸습니다.(일례로, 수능 최저 등급을 걸어서 수시 전형에서 우수 학생을 뽑는 대학의 태도는 교육적 타당성이나 제도 도입의 취지를 완전히 무색케 하는 잘못된 관행입니다만, 그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일 조차 대학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것입니다.) 권장과 지양, 자율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이행할 대학들이라면, 지난 5년간 대교협을 중심으로 대학들이 그렇게 국민들의 고통에 침묵했을 리 없습니다. 물론 정부는 이번에는 대학에 대한 지원금으로 이행 여부를 관리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행 여부를 물을 기준 자체도 이미 국민의 기대와 동떨어져 있고, 또 얼마 안 되는 재정과 연계한다고 해서 긴장할 대학들도 아닙니다.
▲수능 개편안 : 학생들의 입시 사교육 고통을 경감하는 개편안이라 볼 수 없어.
이번 방안에서 주목할 점은, 수능 제도에 대해서도 개편안을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강조하려고 했기에 수능 개편안을 새삼 내놓았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변화의 흐름이 크게 감지될 수 없는 방안이 많았습니다. 한국사를 사회탐구에서 분리해서 필수과정으로 분리한다는 것이 제일 눈에 띄지만 이것은 그리 좋은 결정이 아닙니다. 사회적인 필요가 있을 때마다 수능 과목 필수화로 귀결시킬 수는 없는 일이며, 사교육의 경감 차원에서는 오히려 역행하는 조치일 뿐입니다.
이번 수능 체제 개편에서 교육부가 시험체제 개편안을 3개 안으로 제시한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수능개편안을 내놓은 취지가 고교단계에서의 문·이과 분리 교육으로 인한 융·복합적 인재 양성의 부적합성과 대부분의 학생을 ‘수포자(수학 포기자)’로 만드는 이공계 수능 수학범위의 문제에서 출발했다면, 이런 문제의식을 담는 방안으로 좁혀야 합니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따지고 들어가 보면,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현행안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한다는 단서를 달고 내놓고 있습니다. 정부가 결연한 입장을 갖고 있어도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에 떠밀려 나중에는 왕왕 절충안이 나오는 것이 현실인데, 정부가 처음부터 기존의 나쁜 안을 고수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니, 이것을 돌려 세우기 위해 도대체 국민들이 얼마나 많이 외쳐야한다는 말입니까? 아니, 그럴 것이라면 도대체 이번 수능 개편안은 왜 내놓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제도 개편안을 정부가 책임지고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할 각오를 갖고 혁신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대학입시전형 단순화 정책이나 수능 제도 개편안에서나, 이번 개편안은 대통령의 공약 의지가 담겨있는 안이라고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대통령의 뜻과 일치한다면,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대입시 전형을 ‘대폭’ 단순화하는데 그리 큰 의지가 없는 셈입니다. 어느 쪽이 맞습니까? 아니, 대통령의 공약과 연결 짓지 않더라도, 이번 개편안은 정부의 정책 개편의 의지가 실종된 채, 힘 있는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만 반영했고 앞으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정도의 안은, 정권 말기에 심약하고 힘없는 정부가 다음 정부에 부담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서 내놓는 수준의 정책과 같습니다. 도저히 출범 한지 6개월이 된 신생 정부의 안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정권 초기에 내놓는 교육정책은 어떠해야하겠습니까? 아이들의 고통을 걱정하는 ‘준비된 정부’라면, 나라 교육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힘없는 다수 국민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의지가 가득한 내용,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그들의 탐욕을 꾸짖으며 다수 국민의 공통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결기로 충천한 내용을 만들고 지켜가야 할 것입니다. 여론의 향배에 정책의 결정을 떠넘기지 않고 자기가 결정할 것은 결정하는 그런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번 대입전형제도 대책 안에는 그런 의지와 결의와 문제의식이 보이질 않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민이 권력을 주게 된 그 근본 이유를 생각하며, 근본에서부터 대책을 다시 세우기 바랍니다. 임기 말 정부처럼 개혁에 대한 의지를 내려놓지 말고 신생 정부답게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밀고 갈 것은 밀고 가십시오. 여러 가지 복수안을 내놓고 그 속에서 비판을 피할 생각하지 말고, 필요한 부분은 올바른 단일 대책으로 중심을 세우고, 잘못된 교육 관행은 엄히 꾸짖고 이해당사자들의 탐욕이 빌붙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 보이십시오. 그렇지 않을 경우 앞으로 계속 아이들의 입시고통과 부담은 가중되고, 그것이 악화된 여론으로 폭발해서 나중에 정권의 힘이 미약해질 때 더 큰 부담으로 찾아올 테니까요. 우리의 주장 1.박근혜 정부는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시 전형제도 간소화를 전면 재검토하고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수시는 학생부 중심, 정시는 수능 중심으로 대입시 제도를 대폭 간소화하겠다”는 공약 정신으로 돌아가십시오. 이번 개편안은 국민들의 입시 고통을 해소하는 의지가 담긴 신생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정권 말기의 정부가 내놓는 힘없는 대책과 같습니다. 국민이 권력을 맡긴 뜻을 헤아려 이해당사자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고 책임을 지기 바랍니다. 2.핵심적인 대입 대책에서 정책의 방향을 알면서도 구체적인 해법에서는 “대학에 권장, 자율, 지양” 등의 표현을 쓰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대학입시제도를 대학에 맡기고 권장한 결과가 지금의 입시고통이었습니다. 대학에 입시를 맡긴 결과로 역사상 가장 잔인한 대학입시정책을 가져온 것입니다. 그런데 다시 이를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그것을 재정 지원 사업으로 바로잡겠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대학의 자율성이 대학 입시 제도 개편의 최고의 가치는 아닙니다. 3.이번 대입제도 단순화 전형 간소화 방안에서 △논술고사 및 적성평가는 폐지하고, △학생부 전형은 물론이요 특기자 전형 등에서도 스펙 등은 엄격하게 금지하며, △수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요구 등 수능을 중시하는 잘못된 전형은 폐지해야할 것입니다. 정부가 상식선에서 판단할 일조차 여론에 의지할 필요는 없는 일입니다. 4.수능개편안을 내놓은 취지가 고교단계에서의 문·이과 분리 교육으로 인한 융·복합적 인재 양성의 부적합성과 대부분의 학생을 ‘수포자(수학 포기자)’로 만드는 이공계 수능 수학 범위의 문제에서 출발했다면, 이런 문제의식을 담는 방안으로 좁혀야 합니다.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현행안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한다는 단서를 달고 내놓을 것이라면 개편안을 내놓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미래를 준비하는 제도 개편안을 정부가 책임지고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할 각오를 갖고 혁신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입 전형 단순화 및 수능 개편 교육부 방안 종합 평가
2013. 8. 28.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입시 정부 대책 간소화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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