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어깨에서 내려다본 코끼리...
- 객원기자 '3남매 아빠' 님의 현장스케치
28개월 된 손주를 업고 다니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하신 김민남 교수님께서는 수많은 교육 위인들이 말했던 이론과 실천했던 행동들을 마치 등에 업힌 손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듯 친절하고 정감 있게 말씀하시기 시작하셨다. 그러나 곧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교육학 책속의 화석 같은 이론들은 부드러운 타이름으로 나의 둔감과 무지를 꾸짖으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거인(김민남 교수)의 어깨에서 내려다본 코끼리(산적한 교육 문제)는 온순해 보였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선각자들의 이론들은 간결하고 실행적인 메시지로 다가왔다. 마치 브루너나 페스탈로찌 같은 교육 위인들이 내 수업을 참관하고 내 교직 생활을 지켜보는 것 같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교사들에게 오늘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인식하고, 용기 있게 소명을 실천하며 살라는 메시지를 주신 교수님의 강의는 참으로 큰 울림을 주었다. 선생님께서는 의식을 가지고 깨어있는 교사가 되어 아이들의 삶(행)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해 줄 것을 우리에게 강하게 주문하셨다. 율곡이나 소크라테스 같은 선각자들의 가르침을 지식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적 가르침으로 이해한 다음, 자신의 태도를 바꾸고 기능을 익혀 교육 현장에서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진정한 보람을 느껴보라고 차분하고 강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단순히 시험 점수를 통해 아이들을 평가했다고 착각하는 많은 교사들에게 지식(앎)을 관리하는 말단 관료로 살지 말 것을 나직히 경고하셨으며, 학교가 단순히 보육이나 인력양성기관이 아니라 인간성을 고양시키는 시공간으로 거듭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 자신부터 시대의 고난과 부조리함에 분노하는 지성인의 한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분명히 말씀하신 것이다.
또 김민남 선생님께서는 교사는 현실과 타협하는 소시민이 아닌, 이상주의적 열정과 기개를 가진 사람이어야 하며, 동시에 교육의 결과에 대해서 냉정하게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일갈하셨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걱정으로 위축되지 말고 오늘을 사는 사람, 직업적인 교사가 아닌,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살아야겠다. 바로 오늘 지금이 옳은 것을 위해 아이들을 대신해 코끼리와 싸워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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