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여덟 번의 강의 중 일곱 번째 강의입니다. 13년간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하시고, 퇴직 이후 5년간 좋은교사 운동의 대표로, 그리고 이제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공동대표로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운동의 최선봉에서 그 전문성과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고 계시는 송인수 선생님의 “낡은 진학 지도 가라, 이젠 새로운 진로 지도 시대다!”는 제목의 진로지도 강의인데요. 송대표님의 개인적 경험과 주장이 아니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수십회의 토론회와 강연, 조사사업을 통해 정리한 진로교육관련 정보를 나눠주셨다니 더욱 신뢰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우리나라의 입시고통으로 죽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는 세상, 입시사교육과 관련하여 사교육비를 1만원도 지출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로 2008년 6월 출범했습니다. 그 이후 많은 활동과 더불어 오랜 조사와 연구를 통해 불필요한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를 통해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사교육 정보의 진실은 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을 모두 받고 계실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사교육시장 내의 문제만이 아니라,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좋은 일자리를 얻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한국사회 전반에 만연한 학벌중심의 취업구조와 대학서열화 등에서 그 원인이 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사교육은 자녀의 진로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시키는 것이라 볼 수 있고, 진로에 대한 걱정을 바른 관점으로 정리하고 해소해야지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하겠습니다.
진로, 일자리 관련 5가지 오해
오해 1 : 내 자녀에게 사교육을 많이 시키면 소위‘좋은 일자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에서 보통 좋은 일자리라고 하면 안정적이면서 임금이 높은 대기업 또는 공기업을 들 수 있는데요. 그런 일자리는 한 해 2만개 정도가 나온다고 합니다. 매년 대학 졸업생이 54만명, 고졸 취업자까지 60만명 정도가 된다 하니 5%미만의 취업자만이 그 좋은 일자리에 취직할 수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95% 이상의 사람들이 좋은 일자리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회와 자신으로부터 실패자, 루저(looser)의 낙인을 달고 살 수 밖에 없는 구조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학교마저 이러한 기준 속에서 학생들을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런 폭력적인 기준에 순응하며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오해 2 : 현재 유망한 일자리는 앞으로도 그 지위를 유지한다?
전세계적으로 기업의 평균수명이 20년 미만으로 낮아졌습니다. 과거를 돌아보아도 쉽게 알 수 있듯이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현재의 좋은 일자리가 20년 후에도 좋은 일자리일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지금의 기준에서 좋은 일자리에 들어가기 위한 스펙을 쌓는 일들에 열을 올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래의 유망직종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진로지도를 해야 할까요?
오해 3 : 미래 사회에 필요한 능력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좋은 일자리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미래 사회에 각광받고 요구될 능력은 지금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체제는 미래사회에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관계 맺는 기술과 공감의 능력이 강조될 것이라는 제러미 러프킨의 분산 자본주의 또는 사회적 책임이 강조될 것이라는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가 현재의 자본주의를 대체해 갈 것이라고 합니다. OECD에 따르면 미래사회의 필요한 능력은 지식을 암기하는 능력이 아닌 활용하는 능력, 이질적인 문화 속에서 소통하는 능력 그리고 자립하는 능력이라고 하는데요. 학원이나 부모에 의존적인 아이를 키우는 것은 그 아이를 미래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해 4 : 설령 미래에 유망한 직업을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직업을 선택하면 우리 아이가 행복할까?
평생 직업으로서의 적절성과 직업별 정신적 스트레스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로 각광 받고 있는 직업들이 사실은 행복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스로의 행복과 보람, 자존심과 감수성을 거세하면서까지 조금이나마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보수가 많은 직업을 택하며 살아야 할까요? 아니, 정말 그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가 맞긴 하는 것일까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파격적인 연봉을 받는 것보다(4.4%) 스스로 일이 즐겁게 느껴지기 때문에(49.9%) 직장생활의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돈 때문이 아닌 행복을 위해 자신의 직장을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오해 5 :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학벌은 진로에서 여전히 중요한 최고의 가치이다?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우리를 끔찍한 경쟁의 지옥으로 내몰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학벌중심의 사회풍조를 꼽았는데요. 사회가 변하고, 학벌이 사람의 능력이 아닌 사교육 의존도를 반증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업에서도 학벌보다는 능력을 중심으로 직원을 채용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 공공기관이라든지 대기업에서는 이미 출신 대학을 가리고 면접을 보는 블라인드 면접이라든지 1차, 2차, 3차를 거치면서 백지상태에서 다시 면접을 치르는 허들형 채용과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학벌만으로 사람의 능력은 물론 그 미래까지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은 이제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위 다섯 가지 오해들을 살펴본 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1. 일자리에 대한 새 기준이 필요하다.
2. 미래 사회는 전혀 다른 일자리가 펼쳐질 것이다. 학벌이 아닌, 그에 필요한 실제 능력을 지금 심어 주어야 한다.
3. 진로를 선택할 때, 일하는 보람과 기쁨이 중요 기준이 되어야 한다.
4. 학원 의존적 자세는 미래에 필요한 능력 구비에 걸림돌이다.
대안을 탐색한다.
그러면 이제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다시 정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송 대표님은 좋은 일자리의 새롭고 선진적인 기준으로 ▲자기 재능과 적성 활용하여 ▲직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함으로 절대적 만족감을 경험하며, ▲가정을 떠나 경제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업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것은 ILO(국제노동기구)의 좋은 일자리 기준인 “자유, 공평, 인간의 존엄성이란 조건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사회적 기준에 맞는 생산적 노동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일자리”와도 일맥상통한다 하겠습니다. 이제 송 대표님이 제시하신 좋은 일자리의 세 가지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제 1기준. 자신의 재능과 적성에 맞음
故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노동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거대한 시간 속에서 우리가 진정한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위대한 일을 한다고 자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그 일이 사랑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자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일이라는 것이 적성이 있어도 재능은 없을 수 있고, 재능은 있지만 적성에는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또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딜레마 속에 있다면 누군가는 적성보다는 재능을, 또 누군가는 재능보다는 적성을 택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송 대표님은 개인적으로 재능보다는 먼저 적성을 우선으로 선택해볼 것을 권하셨습니다. 마음속으로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도전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그런 몰입을 통해 막연했던 자신의 적성과 재능에 대한 의식이 분명해져서 그 이후의 삶을 설계하고 살아가는데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 2기준. 사회에 기여함으로 절대적인 만족을 경험
상대적인 만족을 얻기 위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어느 누구, 어떤 기업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고자 한다면 그 만족을 오래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서로 관계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사회 속에서는 비영리단체 뿐 아니라, 영리단체도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익은 부수적인 요소입니다. 사회와 공동체에 필요한 일을 한다면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이렇게 영리를 추구하는 데서 가치를 추구하는 삶으로 옮겨 살아가게 된다면, 의식적으로 성공에 집착하려 하기보다 자신의 이해를 넘는 더 큰 목표에 헌신한다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성공을 부산물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가치 있는 일을 이루기 위해 최대한도로 스스로의 마음과 육체를 바쳐 자발적으로 전력투구하는 몰입의 기쁨을 더 우선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3기준 경제적 독립의 삶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귀한 일들을 한다고 하면서 경제적으로 부모를 떠나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생계수단으로서의 일자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 경제적 독립의 기준이 낮아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이윤과 성공은 뒤따라오는 것이기에 더 멀리 본다면 채워질 수 있는 영역입니다.
구체적인 진로지도
자녀의 양육, 진로문제와 관련하여 유형에 따라 부모의 역할과 경계를 구분한다면 두 가지 상반된 태도가 있습니다. 아예 울타리를 치지 않고 방임하거나, 울타리 안에 가두고 간섭하며 자녀와 싸우는 부모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태도는 관찰하되 간섭하지 않는 유형의 부모라고 하는데요. 자녀가 어릴 때는 상대적으로 간섭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자라면서는 간섭보다는 자율의 영역을 키워주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특히 부모로써 자녀의 문제에 결정적으로 개입해야할 순간이 찾아올 텐데 그럴 때 적절하게 개입하고 자녀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소통의 끈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좋은 직업을 위한 핵심능력으로 ‘자율성’과 ‘사랑’이라는 토양과 ‘사회적 가치’라는 꽃을 강조해주셨는데요. 사회적 가치는 어떻게 심어줄 수 있을까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부모 또는 부모가 아니더라도 남다른 사랑을 받고 자랐음을 고백합니다. 자신 안의 사랑이 넘쳐 다른 이들을 사랑하고, 그 사랑의 동력으로 기쁘게 주어진 삶과 일을 감당해 나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자녀를 부모의 방식으로 사랑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사랑이 많은 아이로 자라갈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녀에게만 그러한 삶을 살아가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와 부모가 관계적으로 매여 있고, 세상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부모라는 세계에서 아이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의 그림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가 먼저 자신 안에 있는 문제들, 가치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먼저 풀려야 아이의 문제와 삶에 대한 태도가 풀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도 연약한 사람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부모 밑의 아이도 완벽한 사람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자녀가 전혀 문제없고 완벽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은 욕심인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헌신하는 것을 기뻐하고 나머지 영역은 아이의 다른 관계와 이 사회에 맡겨야 할 일입니다. 강물이 흘러가다 장애물을 만나면 휘감아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최종 목표인 바다로 흘러가듯이 반듯하기만 한 직선으로 흐르는 인생은 없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풍부한 물의 양과 흘러내려가고자 하는 힘입니다.
남은 고민
실패하면 추락하는 경쟁의 정글 같은 우리사회에서 아이들에게 적성을 따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도록 하는 내적인 힘을 부모는 어떻게 갖추고 유지해갈 수 있을까요? 혼자서는 힘들 것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지역등대모임 같이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과 모이면 덜 불안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불안을 부추기는 환경이 없어지면 한결 더 나아지겠지요. 잘못된 대학서열체제를 바꾸고, 취업환경을 개선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들 말입니다. 또한 이런 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해 피해 당사자인 우리 스스로가 나서야 합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는 바른 진로 정보를 공유하고, 학벌을 부추기는 환경과 대학체제를 개선하는 운동 그리고 학벌차별금지 등 취업 공정법 제정 운동을 추진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일, 자녀의 참된 진로를 열어주는 일에 동참하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수줍은 신입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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