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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등대지기학교

[5강강의스케치] '도련님, 공주님형' 인재 키우기...?

추석 연휴 한 주 쉬었기 때문일까요? 등대지기학교 다섯 번째 강의가 더욱 큰 기다림 속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다섯 번째 강의는 현재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으로 계시면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평생회원으로, 특히 등대지기학교와 깊은 인연으로 함께 해오셨고, 그 밖에도 교육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해오신 이범 선생님께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이범 선생님은 익히 알다시피 잘 나가는 강남의 인기 학원강사 출신이셨지요.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우리사회의 교육 문제를 분석 평가해주신 것 같습니다. 강의 자체를 잘 하시는 것은 물론이고요. 그러면 이범 선생님의 “우리 교육을 살릴 학교, 입시정책을 그린다(좌-우 대립을 넘어선 한국 교육문제 이해)” 강의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미래 교육을 위한 지표
현대사회는 최근 스마트폰의 활용을 포함한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로 지식의 소유여부보다는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단순 암기, 독해력을 넘어 추론능력, 더 나아가 논증능력 같은 능력, 곧 아느냐의 문제가 아닌 할 수 있느냐와 같은 역량을 이 사회가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에 발맞춰 대학에서도 객관식 유형의 수능보다 논술 또는 입학사정관제 등을 통해 학생들의 보다 폭넓은 역량의 수준을 검증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에서는 과거 외국기업을 모방 추격하던 시대를 벗어나 세계 기술을 이끌고 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기 위해 창의성을 중시하고 인재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정답을 빨리 찾아내기보다는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요구하는 것이지요.

사실 민주시민교육과 기업인재양성은 상이한 것 같지만 상당부분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일례로 개인 간의 경쟁이 조직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조직 내 협동능력이 그 조직을 성장시키는 힘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교육이 등수와 상대평가로 개개인의 경쟁을 부추겨 한 반의 친구들조차 경쟁자로밖에 인식할 수 없도록 만드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서구 문화에서는 개인주의가 팽배하지만 팀워크와 리더십에서는 동양의 그것에 비해 뛰어나다고 평가 받고 있는 것이 그 사실을 증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입시위주 사교육의 문제는 도덕적 문제보다 우리 학생들을 도련님-공주님형 인재로 길러내고 있는 기능적인 문제가 더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자기만 알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이나 창의성 없이 남을 의존하고 주어진 것에만 대응할 줄 아는 인재는 대학에서도 기업에서도 모두 기피하는 유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과거의 이범 선생님과 같은 학원가의 스타강사들의 강의를 수년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수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능을 대비한 대한민국의 내노라하는 인터넷 스타강사들의 강의에 대한 접근성이 이렇게 높아졌지만 학교는 오히려 학교의 다른 주요한 기능들을 소홀히 하고 학원과 경쟁하려고만 하는 것 같습니다. 입시교육의 전문성이 학교보다 학원으로 전도된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라면 그 현실을 어느정도 인정하면서 학원이 해줄 수 없는 인성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학교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주입식교육을 벗어나 체험과 탐구, 의사소통을 중심으로 하는 학생 참여형 교육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국 교육의 3대 과제
이범 선생님은 보통 우리 교육에 대해 사람들이 쉽게 비판하는 일제고사, 평준화 등에 대해서도 싸잡아 비판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정확히 판단하고 고쳐 나가야함을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좌-우 대립을 넘어선 한국 교육문제 이해”라는 강의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남다른 시각으로 우리 교육의 현실을 평가해 주셨는데요. 그 중에서도 한국교육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할 세 가지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획일성을 극복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정치권은 진보뿐만 아니라 보수에서도 이 다양성을 통한 자유주의적 과제를 개선하지 못했습니다. 개인 평가, 학급 평가가 아닌 학년 전체를 동일한 방식과 문항으로 평가해야 함으로 교사들의 수업과 평가방식이 획일화되고, 교육내용 또한 통제되고 그 분량까지 과다하기 때문에 진도 빼기식, 주마간산식의 교육이 조장됩니다.

 

 유 럽

 미 국  한 국
 고교에서의 평가

 논술형+수행평가

 논술형+수행평가

 객관식+수행평가

 대학입시  논술형

 객관식(SAT)

 객관식(수능)
 일제고사 유무

일부 국가에 있음

 일부 주에 있음

 전국적으로 시행


이러한 교사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통제도 심각합니다. 사회적 불평등으로 실업계를 기피하고 인문계로 집중되는 현상이라든지, 선택과목은 협소하고, 국영수 위주로만 설계된 교육과정과 수능으로 인해 영문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도 수학 100점을 받으려 애쓰는 것처럼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없습니다. 이렇게 획일화된 수업과 평가제도 안에서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기 쉬운 것은 물론 개개인의 다양성과 잠재력이 무시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또한 사회주의적 과제라 볼 수 있는 경쟁의 경감에 대한 과제가 있겠습니다. 서구 선진국의 학교에서 학생들은 서로에 대해 경쟁이 아닌 협력을 배운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고, 학벌주의과 만연하며, 학력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까지 갖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뿐만 아니라 내신까지도 상대평가로, 등급과 등수가 매겨지니 우리 학생들은 끝도 없는 경쟁의 지옥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나에 대한 평가가 남들이 얼만큼 했는지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것입니까? 그리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닌 등수를 높이가 위한 과목을 선택하고, 체감 경쟁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더욱 사교육을 의존하려 하게 되는 이러한 상황은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희기하고 비극적인 상황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학교의 기본적인 역량을 높이는 과제가 되겠습니다. 학교는 교육기관이라기보다 행정기관으로 전락하고, 교사는 교육자라기보다 교직원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학교 그리고 학교 내에서도 관료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우리나라의 끔찍한 교육현실을 개선하기에 역부족인 것은 이러한 학교의 현실적인 한계가 작용하기 때문이겠지요. 게다가 아직도 OECD 국가중 학급당 학생수가 하위권인 것과 대입과 관련한 학교의 역할이 적절하게 정립되어있지 못한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인문계/실업계
구분
 내신-대학입시
연관성
 대학입시 유형  내신 반영 여부
 미 국  미구분  낮 음  객관식
 
 반 영
 독 일  구 분  높 음  객관식  반 영
 프랑스  구 분  높 음  논술형  미반영

 영국

 구 분  높 음  내신-입시 일체형(논술형+수행평가)

  내신-입시 일체형(논술형+수행평가)

 한국(현재)
 구 분  애매함
 객관식  반 영

우리의 과제
이범 선생님은 스스로 교육운동가가 아닌 교육평론가로 자신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남다른 시각과 날카로운 비판으로 전문적인 평론가로써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우리 교육을 변화시키는 운동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같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에게 맡기고자 하신 것 같습니다.

강의가 진행되면서 우리교육 현실의 심각한 문제와 그 원인들이 드러날 때마다 들리던 현장 수강생분들의 깊은 한숨 소리가 아직 귓가에 생생합니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유리 교육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최근에는 교사와 학교 혁신의 긍정적인 사례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이 있다는 뜻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현실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이루어졌다면, 이제 우리 학생들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계속해서 변화를 꿈꾸며 하나씩 바꿔가야 하는 것은 우리들이 스스로 함께 감당해 가야할 과제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