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2년 9월-10월 두달동안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선행교육금지법 제정을 위한 성찰과 고백의 광장, 시민 문화제>에서 낭독된 글입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딸과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아빠입니다. 결혼한지 18년이 되었고, 도봉구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2012년10월5일 금요일 저녁, 서울 종로의 광화문 사거리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관하는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목적으로 준비한 시민문화제에 참석하였습니다.


저의 소원은 여느 부모처럼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일찍 보고 싶었나 봅니다. 첫째는 임신 9개월에 태어났고, 둘째는 임신 7개월에 1.77kg으로 태어났습니다. 둘째가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받고 있을 때 건강하기를 온 가족이 기도했습니다. 어느 정도 건강이 회복되는가 싶더니 돌이 지나면서 아토피가 심하게 생겼습니다. 오랜 기간 가족 모두가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이때는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 우리 부부의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여러 노력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되자, 공부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첫째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독서지도, 영어, 예체능을 가르쳤고 나름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둘째는 한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했습니다. 공부하라고 하면 나중에 필요할 때 한다면서 오히려 큰 소리 치는 아이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할거라는 믿음은 작아지고 불안감은 조금씩 커갔습니다.


저는 지방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습니다. 전공에 대한 만족감은 있었지만,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보이지 않는 마음 한구석에 독버섯처럼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저는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어깨가 으쓱하고, 반대가 되면 왠지 자신감이 떨어지는 아빠였습니다. 방학이 되면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전단지를 보고 학원설명회에 찾아가기도 했고, 분당에 있는 대안학교 설명회에 가족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공부에 대해 불안감이 커가고 있을때 후배가 건네준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이후 ‘등대지기학교’를 부부가 함께 수료하면서 선행학습이 아닌 복습중심의 공부에 대한 확신을 얻었습니다. 저는 자녀들과 함께 우리집만의 사교육걱정없는 자기주도 공부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집중하는 것입니다. 아이들 말로는 재미있는 선생님보다 졸린 선생님이 많다고 합니다. 저는 아이들의 특별한 노력을 격려해 주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공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공부하고 높은 성적 나오길 바랍니다.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것과 성적은 상관없어 보이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표시한 것에서 시험문제가 나오는 것을 경험하였고 복습중심으로 반복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좋은 점수를 받는 방법임을 깨달았습니다. 학원에 가면 단기간에 성적이 올라가는 이유가 기출문제풀이라는 특별한 방법인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 부부의 과제는 공부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되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힘없고 나약했던 나에게 등대였습니다. 지난 2년간 등대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제도와 사회구조를 변화시키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부모와 자녀 모두가 선행학습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추진하였고 부모들을 등대와 같은 존재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우리가 남겨주어야 할 유산은 내 자녀인 주혜와 진우를 포함한 우리의 자녀들이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우리가 모인 목적입니다. 자녀에게 부모는 등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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