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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등대지기학교

[2강 강의스케치] 말하기 싫은 Tom과 Jane...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주와는 다르게 화창한 날이 저무는 저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강의실에서 둘째 주 등대지기학교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에 대한 바른 관점과 대안을 소개해주시기 위해 자리해주신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 어도선 교수님의 "자유와 감동을 주는 영어교육을 노래하다" 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영어가 아닌 영어를 배우는 학생이 중심인 영어교육

어도선 교수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영어교육과는 다른 "Humanistic Approaches", 곧 인본주의적 영어교육을 소개해주셨는데요. 바로 영어가 중심이 아닌, 영어를 배우는 학생이 중심인 영어교육법이라고 합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언어 자체에 대한 배움도 있어야 하지만 그 언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많은 유익들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영어의 어휘와 문법, 독해능력을 위한 구조적이고 전략적인 학습도 필요하지만, 다른 언어가 아닌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영어로 쓰인 텍스트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를 접함으로써 학생들의 인지, 정서, 문화, 심리적으로 보다 성숙하게 하는 전인적 교육으로 나아가야함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한국사회에서 이루어진 영어교육은 실로 참담하리만치 왜곡되어왔음을 개탄해하셨는데요. 영어를 잘 해야만 살아남는 것처럼 너무 과포장 되어있는 우리사회의 풍조가 우리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까지 과도하게 괴롭히는 실정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비인간화 되어있는 영어교육의 현실 속에서, 그리고 대학 입시라는 피하기 힘든 영어교육의 부담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영어교육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주신 어도선 교수님의 강의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

대부분의 아이들은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배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공부 앞에서 어떤 원인으로 인해 내면의 저항과 좌절감, 열등감을 느끼게 되고,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하여, 아무리 좋은 교재와 강의가 있더라도 소용없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것이 아이들의 능력이 아닌 아이들의 마음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이들을 어떻게든 공부시켜야 하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주체자로서 자라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인본주의적 영어교육, 영어가 중심이 아닌 학생이 중심인 영어교육법의 내용입니다.

영어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서만 영어공부를 하다보니 학생들은 영어로 쓰인 텍스트에 비평적이고 정서적인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노예와 같이 수동적으로 영어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일상적인 삶의 용례를 벗어나 있는 것에 학생들을 끼워 맞추는 꼴이 된 것이지요. 그렇게 문법적인 이해능력과 얼마나 어휘를 숙지하고 있느냐 하는 것으로만 평가되는 체제 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제단되고 튕겨져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우리 영어교육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시험기술 중심의 영어능력은 의사소통방식으로서의 영어 능력을 포함해 아주 기초적인 능력도 길러주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영어에 대한 바른 이해부터

영어는 왜 공부하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의 영어공부는 단지 영어시험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외국어 공부는 국제화 사회에 걸맞는 국제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어야 하는데 채점과 평가를 위한 정형화된 영어시험을 위한 영어공부는 이와는 아무 관계없는 공부가 되고 있습니다. 오직 입시만을 위한 영어공부는 사실 문제유형별로 정리되어있는 문제집을 많이 푸는 학생이 유리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을 많이 하는 학원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많은 함정이 있습니다. 얕은 수준의 잔기술과도 같은 문제풀이법도 지문 수준이 조금만 높게 나오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그렇게 공부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고통스럽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물론 입시라는 환경과 맞물려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합니다. 하나의 필요한 훈련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아이의 내적 환경을 생각해야합니다. 내용은 모르면서 답을 맞히는 것은 시험 외에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이후 대학이나 다른 생활에서는 써먹지도 못하고 오직 한순간의 시험만을 위해서 매일 수 시간씩 7, 8년을 그렇게만 사용한다는 것은 너무도 비효율적인 뿐더러 아이들의 내적세계를 황폐화시키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영어능력을 기르는 것뿐만이 아니라, 영어를 통해 아이가 어떻게, 얼마나 성장하느냐는 것입니다. 일부 유별한 아이를 제외하고는 내적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대상에 대해 적극적인 학습동기를 갖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야단치고, 시험성적으로 줄 세워 심리적인 타격을 주는 방식으로는 더욱 어려운 일이지요.

사실 이러한 영어교육에 대한 철학, 윤리학은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영어라는 외국어를 통해서 어떤 내용을 가르치고, 학생의 정서, 인지, 문화, 사고의 깊이를 확장하고 성숙한 인격으로 자라도록 하려는 노력은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영어 교육을 어떤 내용으로 왜, 어떻게 가르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지에 대해 먼저 고민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진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학생들로 하여금 무의미하고, 고통을 받은며, 좌절감을 느끼는데다, 내적 연관성 없이 공부한 아이들이 자라서 다시 누군가를 가르쳐야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면 결국은 악순환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언어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험점수가 아닙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영어교육에 있어서는 교육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저 훈련일 뿐이지요. 그것도 아주 가혹한.

훈련이 아닌 참된 교육으로

남의 나라 말을 배우는 것은 분명 어렵고 불편한 일입니다. 거기에 과도한 학습을 강요받기까지 한다면 아이들은 계속해서 영어 학습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거부감이 생기는 등의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교수님은 아이들이 말하고 싶어하지 않을 때는 억지로 말하게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것은 회화연습이 아니고 오히려 언어사용에 역행하는 행위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말도 편안한 상태에서, 믿을 수 있는 상대에게, 존중받는다는 신뢰 안에서 하게 되는 것인데 외국어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지요. 말을 하고 싶고, 필요를 느낀다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회화책을 암기하는 것이 말하기 교육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도 말씀하셨습니다. 언어를 갖고 놀 수 있도록, 말하고 싶게 해야 하는데, 특정한 상황에서의 일정한 정보를 목적으로 하는 말만 앵무새처럼 암기시키는 것을 말하기 교육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주관적 창의성을 길러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원이나 원어민 교사가 아니라 아이에 대해 깊은 애정과 관심, 책임감을 갖고 있는 선생님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부모는 가장 훌륭한 영어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어떻게 배워야 할까

영어로 쓰인 텍스트는 일반적으로 정보 중심의 비문학과 의미 중심의 문학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모두 필요하지만 우선은 아이의 성향에 맞고 즐거워하는 텍스트를 갖고 읽히되 너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읽은 텍스트에 대해서 요약해보고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는 것을 추천해주셨습니다. 텍스트에 대해 자기 스스로 요약해보고 정리해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학습법이 없다고 합니다. 처음엔 힘들지 모르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꾸준히 반복하다보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요.

또한 읽기 활동뿐만 아니라 질문이 중요하다고 하셨지요.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하느냐 하는 것은 아이의 인지사용능력의 방향과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의성과 논리적인 사고, 단순계산 능력까지도 모두 필요한 자질이기에, 균형 있게 아이의 사고를 자극하고 개발할 수 있는 단순하고 낮은 수준의 질문부터, 높은 수준의 질문까지 적절하게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방적이고 고착화된 질문만을 하고 있는 교육기관에 대해서도 개선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학습자로 자라게 하기 위해서 영어에 대해 가급적 쉽게 접근하게 하고, 지속적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칭찬을 많이 해줄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정서적 문맹 상태에서는 어떤 학습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고, 아이가 더 안정된 상태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성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잠재적인 능력을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대감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을 성적 등으로 구분 짓고 차별하려 하기 보다는, 언어의 목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더불어 사는 가치가 정착될 수 있도록 바른 가치관과 인격을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정독 vs. 다독

어도선 교수님께서는 계속해서 강조하시고 말씀하신 대안은 다독 프로그램입니다. 정독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나의 필요한 훈련이지요. 정독은 전략과 전술을 알려주고 정확성과 속도를 길러줍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의사소통능력과 쓰기, 말하기 능력을 길러주고 읽기 태도를 형성시키면선 전반적인 인지능력의 확장을 위해서는 다독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교수님께서 강조하시는 다독의 장점은 이 뿐만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시험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독은 읽기 자체가 목적이요 보상이기 때문에 자발적이고 즐겁게 하는 중에 읽기에 대한 자세가 개선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텍스트의 캐릭터들을 통해 많은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고, 영어만을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교과에서도 다독을 통해 얻은 인지능력과 사고력, 기억력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 성숙한 학생이 되고, 왜 학습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게 되고 흥미를 갖게 되어 더 탁월한 학습자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어준다고 합니다.

기왕에 해야 하는 영어공부를 이렇게 더 효과적이고 큰 유익을 얻을 수 있도록 즐겁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의 영어교육 현실과 학생들을 향한 사랑과 진정이 묻어나는 어도선 교수님의 부드럽고 온화한 강의가 가슴 속에 불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도 15년 전에 접었던 영어공부를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수줍은 신입 간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