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빗줄기를 뚫고 온 40명에 가까운 오프라인 수강생들이 강의실을 가득 채웠습니다. 바로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2012년 등대지기학교의 첫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서이지요. 생방송과 녹화방송으로 수강하시는 온라인 수강생들까지 합하면 300명이 넘는 시민 여러분들이 8주간 “우린 태산이다”라는 이름으로 등대지기학교에 입학하여 함께하시게 되었습니다. 사교육 걱정으로 고통 받는 우리 사회의 걱정과 불안을 넘어 희망을 만들어 가기 위해 각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여덟 분의 선생님들을 모시고 함께 그 희망을 이루어 가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설 노워리상담넷 소장 및 비상교육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박재원 소장님으로부터 “아깝다 학원비! : 사교육의 진실을 캐다” 강의를 들었습니다.
태산에 올라가 세상을 다시 보자
“이 강의가 끝나는 순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이미 왔다라고 외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선언으로 강의를 시작하신 박재원 소장님은 먼저 우리 사회에서 교육비 때문에 가난해지는 사람, 소위 “에듀 푸어”가 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빚을 내서까지 자녀 교육에 투자를 하고 있는, 그런 절박함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상을 지적한 것인데요. 그 절박함이 어떤 문제점들을 야기하는지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는 간단명료하게 잘못된 사교육 정보들을 분석하고 그 진실을 정리했지만, “이거 맞어? 이렇게 하면 정말 되?” 하는 기존의 생각들과 사회 분위기가 진실을 의심하게 만들고 아무 소용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재원 소장님은 잠시 멈추고 태산에 올라가 볼 것을 권하십니다. 태산에 올라가 세상을 바로 보면 그동안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세상이 보이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부모의 자격
의사, 변호사와 같이 시험을 치러야 얻을 수 있는 자격과 그렇지 않은 부모와 같은 두 종류의 자격이 있는데,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고 해서 부모의 자격이 가치 절하될 수는 없겠죠? 박 소장님은 부모의 가치관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와 정신”,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고, 선생님과 학생, 학생과 학생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핀란드의 품격교육과, “경쟁대신 배려를 배우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나또한 존중 받는 것”과 “여유를 가지는 법, 조급해하지 않는 법, 함께 하는 것, 배려하는 것, 포용하는 것, 자연을 느끼고 소중히 하는 법, 그리고 즐겁게 지내는 것, 이런 것들을 배우는 것”에 우선을 두고 교육하는 남한산초등학교의 교육 철학 사례를 들어주셨습니다. “정직하면 손해!”, “남 도와주면 피해!”, “학생운동하면 자해!”와 같은 가치관들을 은근히 갖고 있을지 모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올바른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도 우리 부모님들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를 말씀하신 것이지요.
그리고 “아이의 마음보다 1등 엄마의 정보가 궁금하다”거나,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면 입맛이 없어지고 우울하다”면, 그리고 “부모력의 핵심은 경제력과 정보력이라고 생각”하느냐의 기준으로 부모의 레벨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수강생 여러분들은 적어도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는 분들이기에 높은 레벨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쟁에 대하여
OECD 30개국 중 주요국가 PISA 점수 및 학습효율화지수를 보면 성적은 핀란드가 1등 한국이 2등입니다. 하지만 학습효율화지수는 핀란드가 1등 한국이 꼴등인 상반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핀란드는 “경쟁을 위해서 하는 시험공부는 낭비”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핀란드와 달리 경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를 걸러내는 한국 두 나라의 전혀 다른 교육문화를 보면서 우리는 (핀란드의) 지원과 (한국의) 경쟁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명제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박재원 소장님은 먼저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그 이후에 경쟁을 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핀란드에서 교육정책관련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 학교는 “모든 학생들의 학습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다양한 교육방법과 접근법을 개발해야” 하고, “학교가 학생의 발달을 지속적으로 장기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교사의 반응이 어떻게 시작될지는 학생의 요구가 결정할 것”이라고 합니다. 맞춤형 교육의 중요성을 잘 실천하고 있는 사례입니다. 박 소장님은 초등학교 때는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도록 돕고 고등학교 때 가서 입시를 위한 공부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자기주도 학습
박 소장님은 자기주도학습은 결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성보다 감성이 중요하다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믿음과 가정에서의 스트레스가 가정의 경제력이나 정보력보다 중요한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마음대로 잘 되는 않는 것이 인생인데, 아이들에 대한 것은 자기 마음대로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아이를 압박하기만 할 것이라는 거죠. 그렇기에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이 중요한데, 자기주도학습이라고는 하지만 엄마가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은 시행착오를 겪고, 처음엔 느릴 수밖에 없는 것인데 부모의 조급함이 아이의 자기주도가 아닌 엄마주도학습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지요.
실천의 문제
박 소장님은 한국식 교육의 특징으로 지식과 가치가 통합이 되지 않은 행태를 비판하시면서 아는 것은 많은데 실천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진정으로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이를 위해 지식-마음-행동의 합일을 강조한 퇴계 이황의 가르침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진지하게 공부하면 오히려 손해다!”, “잘 몰라도 아는 체 해야 유리하다!”, “유효기간은 시험종료 직전까지다!”라는 잘못된 방식의 공부 특징을 부모공부에서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겠습니다.
또한 “아깝다 학원비!” 뿐만 아니라 “억울하다 학습효과!”, “원통하다 부작용!” 이런 말들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를 성경 보듯이 읽어야 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성경 보듯이 읽으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학부모 문화와 사교육 논리를 날려버리고 분명한 정보와 분석에 근거한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나무의 성장을 위해 나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햇빛과 물, 땅, 그 속의 미생물의 역할을 보아야 하는 것처럼, 아이 개인을 보지 말고 그를 둘러싼 생태계, 상호 영향을 주는 환경 전체를 고려하면서, 읽어야 겠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은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아이에게 맞는 것이기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보고 찾아내야 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험-성찰-가설-실험”으로 귀결되는 학습 싸이클 이론에 따르면, 싸이클을 돌리는 것은 강사가 아닌 자기 자신밖에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주도적으로,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여유를 갖고 있어야 싸이클이 잘 돌아가고, 싸이클이 잘 돌아가면 아이가 똑똑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학생의 지능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 사이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지요.
선택의 갈림길
이제 우리에겐 선택의 갈림길이 놓여있습니다. 사교육과 공교육, 학원과 자기주도학습 아니면 엄마표학습과 같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더 근복적인 선택을 해야 합니다. 바로 경쟁을 시킬 것인가, 아이의 성장을 도울 것인가에 대한 선택입니다. 만약 아이의 성장을 먼저 돕기로 선택했다면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는 아주 훌륭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건축에서는 기초공사와 골조공사, 마감공사, 축구에서는 기초체력과 기본기, 개인기의 단계가 있듯이 공부에서는 학습능력과 공부습관과 문제해결의 단계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는 호기심을 길러주고, 중학교 때는 학교수업에 집중하게 해주고, 고등학교 때 가서 자기 진로를 위해 경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도 않는 목표를 보지 말고 눈앞의 과제와 단계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밟아 간다면, “두뇌의 도주본능을 자극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신감과 성취감을 갖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다음 공부습관을 갖추는 것이 순서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기에 부모는 “아이의 관심-사교육 경쟁”, “아이의 진로-경쟁 압박감”, “아이의 마음-부모의 욕망” 중에서 어느 편에 서 있는지 돌아보고, 마음대로 될 수 없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아이 편이 될 수 없음을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 욕구로 갈 수 있다는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설”에 빗대어, 처벌과 보상이 아닌 스스로 노력해서 남에게 보탬이 되고픈 사람의 본성을 자극하는 것이 아이가 더 높은 단계의 욕구, 자아실현과 사회 기여를 위한 꿈을 키우게 된다는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사교육 중독 치료제 '아깝다 학원비!'
잘못된 믿음을 바꾸기 위한 문제는 경험입니다. 오염되어있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더욱 “아깝다 학원비!”의 내용을 숙지하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그렇게 하다보면 우리는 이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살고 있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 큰 위로였습니다.
“경험의 한계를 깨닫고 학습을 통해 새로운 이론(해석과 실천의 도구)을 배워 새로운 시도를 해본 결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박재원 소장님의 자기고백이 우리 사회 부모들로부터도 고백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기존의 생각과 지식과 습관을 갖고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새로운 세상이 가려고 할 때 보이고, 가기 위해 노력하면 더 잘 보이고, 그 이후엔 비로소 생활이 된다는 박재원 소장님의 말씀을 따라, 남은 7번의 등대지기학교 강의 역시 머릿속의 기존 신념들과 생각들을 비우고 정성껏 청취해보려 합니다. 여러분도 지치지 말고 함께 가요.^^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수줍은 신입 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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