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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보도자료]우덜소식

[성명서] 절대평가 도입의 전제조건 두가지...


교과부의 절대평가 도입 계획 발표에 대한 입장(2011. 12. 14)

 

절대평가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두 가지 조건을 우선 갖추어야 합니다.

 

 

교과부가 어제 발표한 절대평가 도입은 교육적으로 분명히 필요한 정책이지만, 현재의 제도적 환경에서는 틀림없이 부작용만 양산하고 좌초할 것임.

    ▲ 절대평가 도입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제도적 환경으로서 첫째, 점수 위주로 서열화 된 고교 체제를 재정비하는 것과,

    ▲ 둘째, 절대평가 도입 취지에 반하는 대학의 자의적 선발권 행사에 대해 사회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가 선행되어야 함.

    ▲ 이러한 제도적 환경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아무리 교육적 가치를 명분으로 내세운다고 해도 일부 자사고와 특목고, 대학의 이해만 만족시키는 데 그칠 것임.

 

 

어제(12/13, 화요일) 교과부는 고교에서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교과부가 도입 취지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현행 석차 9등급제(상대평가)는 교육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우리 교육이 당연히 나아가야 할 개혁의 방향입니다. 하지만 절대평가 도입을 위한 제도적 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정책 취지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하고 결국에는 좌초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따라서 교과부가 정말 절대평가 도입과 정착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이를 위한 핵심적인 제도적 환경을 먼저 갖추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점수 위주로 서열화 된 고교체제를 재정비(수직적 다양성 확대 수평적 다양성 확대)

 

절대평가 도입과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제도적인 전제조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절대평가 도입의 핵심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고교교육의 실질적 다양성 확대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채, 획일화 된 입시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자사고와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한 고교 다양화 정책은 사실상 교육의 내용은 입시교육으로 획일화 되고, 점수에 따라 갈 수 있는 학교의 유형만 다양화(서열화)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런 고교 체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하지 않고 절대평가를 도입하게 되면, 교육내용이 다양화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나마 내신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던 일반고의 지위는 더욱 약화되고 고교의 서열화만 가속화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교과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을 하였지만, 이런 설명이 별다른 설득력이 없다는 것은 절대평가 도입 발표에 따른 특목고와 자사고, 그리고 일반고의 반응을 비교해보면 너무나 명백해집니다. 외고와 자사고가 절대평가 도입을 환영하고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명문고를 제외한 절대 다수의 일반고가 우려를 쏟아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외고와 자사고는 절대평가 도입을 기회로 비로소 교육의 다양성을 확대하면서 그동안 상대평가제에서 억눌렸던 교육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고, 일반고는 이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은 분명히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교과부가 정말로 절대평가제도의 성공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가 있다면, 자사고의 입학기준을 폐지하여 모든 학생들에게 개방을 하고, 외고의 경우에도 선발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특성화고로 전환하면서 최소한의 자격조건(예를 들어, 국어와 영어 내신 50% 또는 절대평가 C등급 이상)을 갖춘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 선발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는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학교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월성 교육은 교과부가 일반고에서도 이제 기초 및 심화과정 등을 통해 맞춤형수준별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것처럼, 굳이 성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학교의 유형을 다양화(서열화)하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표현하자면, 현 정부에서 추진한 고교 다양성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수직적 다양성(서열화, 획일화)’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수평적 다양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고교 체제를 재정비하는 것이 절대평가 도입의 첫 번째 전제조건이 될 것입니다.

 

 

절대평가 도입 취지에 반하는 대학의 자의적인 선발권 행사에 대한 사회적 규제

 

절대평가 도입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두 번째 제도적인 전제조건은 절대평가 도입 취지에 반하는 대학의 자의적인 선발권 행사를 규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대입전형은 대학교육에 적합한 적격자를 선발하는 기능과 함께, 고교교육과 대학교육을 매개하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각 대학의 대입전형 운영은 고교교육의 정상화, 즉 절대평가의 도입 취지에 절대적으로 부합하는 내용으로 구성,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사립대학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대학은 대입전형의 자율권을 확보한다는 명분 아래 우수 학생을 가려 뽑기 위한 다양한 꼼수를 동원하면서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역행하는 대입전형을 운영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리고 대교협에 대입전형 운영을 위임한 교과부는 너무나 명백한 편법적인 선발이 이루어진 경우에조차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그동안 보여 주었습니다. 또한 냉정하게 말해, 대학의 이해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조직인 대교협에 이러한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고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면 그 결과는 너무나 뻔한 것입니다. 설사 내신 부풀리기가 재연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9등급이 아닌 6등급으로 구분이 넓어지고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가 도입되는 입시환경에서는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내신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입니다. 이들 대학은 그동안에도 내신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현해온 바 있으며, 학생부가 중심이 되는 수시전형을 제외한 나머지 전형에서는 이미 내신을 거의 무력화시켜왔습니다. 그렇다면 대학들은 내신의 영향력을 축소한 상황에서 쉬운수능에 반대할 것이고, 이것이 여의치 않고 수능의 변별력이 계속 약화된다면 획일화 되어있는 고교교육을 핑계로 새로운 변별력도구를 찾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는 필연적으로 정규 수업과 평가 이외의 스펙 강화, 본고사를 포함한 대학별 고사 강화 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인데, 이는 모두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학교교육 중심의 다양성 확대와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수험생 입장에서는 이중, 삼중의 부담이 되는 내용들입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교과부는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어 창의인성 중심의 대입전형이 정착될 것이고, 고교교육과정에서 이수하기 어려운 논술 등의 전형요소를 축소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궁색한 설명을 내놓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현재 실시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에서는 정규 수업과 평가 결과보다는 그 이외에 벌어지는 학교 안팎의 다양한 활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입학사정관제에서 강조되는 다양한 활동 관련 스펙(봉사활동, 특별활동, 수상경력 등)조차 (그것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것일지라도) 일반고에 비해 우수한 학생이 몰리고 경제적 배경이 나은 특목고와 자사고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입니다. 실제로 중위권, 중상위권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제가 일반고에게 일부 유리한 통로가 될 수 있지만 대학서열의 상위를 차지하는 소수 주요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아무리 일반고에서 다양한 활동 경력을 갖추어도 합격이 어렵다는 게 입시지도를 해온 일선 교사들의 중론입니다. 논술 등 대학별로 실시하는 전형도 마찬가지입니다. 논술 인원이 작년보다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논술전형은 여전히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전형 중에 하나이며, 특히 최근에는 영어제시문이 다시 등장하고 지나치게 어려운 수리논술 등으로 인해 수험생들의 원성과 불만이 높아지고 사교육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절대평가 도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각 대학이 대입전형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독점하여 대학의 서열을 유지하려는 이런 이기적인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수능과 절대평가 내신을 통해 어느 정도의 수학능력이 검증된 학생이라면 더 이상 촘촘하게 변별력의 잣대를 대지 않고 선발한 이후에 잘 가르치겠다는 방향으로 전환해야합니다. 또 다른 변별 도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미흡하겠지만 절대평가가 도입되면서 조금씩 변화하게 되는 고교의 정규수업과 평가 결과를 중심으로 대학교육에 적합한 적격자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대입전형이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자발적인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이런 취지에 거슬러서 자율권이라는 미명 아래 대학이 자의적으로 선발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강력한 사회적 규제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의 구축이 반드시 전제되어야할 것입니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절대평가는 우리 교육이 반드시 나아가야할 개혁의 방향입니다. 하지만 교과부가 지금과 같이 현실과 유리된 채 논리적 정당성에만 기대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다면 실패는 예견되는 것이며, 오히려 자사고와 특목고 살리기 정책이란 오해를 피할 수 없습니다. 절대평가 도입과 정착을 위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제안하는 두 가지 전제조건에 대해 교과부의 진지한 검토를 촉구합니다.

   

 ※ 문의 : 김승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 010-3258-5707), 사무실(02-797-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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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14. 사교육걱정없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