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자율형 사립고의 수학 교육과정 및 1학기 기말고사 분석 결과 보도자료(2011. 12. 5)
“자율형사립고의 수학교육과정 및
시험 운영은 상식을 벗어난 것입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9월 수도권 지역 자사고 조사 이후 후속작업으로, 김춘진 국회의원실이 국정감사 자료로 요청한 전국의 51개 자사고의 수학 교육과정과 1학기 기말고사 시험지를 입수하여 일반고와 비교‧분석을 실시
▲ 1학년 ‘수학’ 교과 1년 과정을 한 학기만에 마치는 속진 비율 : 자사고 41.2%(전국 51개 학교 중 21개), 일반고 2.4%(84개 학교 중 2개)
▲ 2학년 1학기 자연계 수학시험에서 실제 편성된 과목보다 앞선 교육과정의 시험문제를 출제한 편법 운영 실태 : 자사고 59.3%(전국 27개 학교 중 16개), 일반고 21.8%(78개 중 17개)
▲ 일부 자사고는 교육과정 상으로는 ‘수학Ⅰ’을 편성하고, 실제 시험에서는 ‘수학Ⅱ’, ‘기하와 벡터’까지 시험문제를 출제하여 속진에 따른 사교육 유발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남
▲ 과도한 학습 부담과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강력한 시정 조치와 일반고에서까지 속진을 유발하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수능의 변화가 필요함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은 지난 11월 29일(화요일, 저녁 6시30분)에 ‘자사고 및 일반고 수학교육과정 운영의 적절성과 사교육’이라는 주제로 세 번째 월례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춘진 국회의원실이 국정감사에서 요청한 전국 51개 자율형 사립고의 수학 교육과정과 1학기 수학 기말고사 시험지를 입수하여, 샘플로 선정한 전국 84개 일반고(자사고 인근 지역의 비슷한 규모 학교)와 비교‧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대책을 논의하였습니다. 이는 지난 9월 수도권의 자사고에 대한 조사결과를 1차 발표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로서 전국의 자사고로 조사범위를 확대하여 실시한 결과입니다. 그동안 자사고의 과도한 국영수 수업시수 등과 관련된 문제제기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수학교육과정과 시험 운영의 실태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처음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은 주요 분석결과와 이에 대한 대책으로 토론된 내용입니다.
■ 1학년 ‘수학’ 교과를 한 학기만에 마치는 속진 비율 : 자사고 41.2%(전국 51개 학교 중 21개), 일반고 2.4%(84개 학교 중 2개)
1학년 과정이 개설된 전국 51곳의 자율형사립고의 1학년 교육과정과 1학기 기말고사 시험지를 분석한 결과, 1학기에 1학년 과정을 마치는 경우는 21곳으로 41.2%를 나타냈습니다. 이 비율은 자사고 인근 지역의 비슷한 규모 학교로 샘플 조사한 전국 84개의 일반고 중 1학기에 마치는 경우가 단 2곳(2.4%)밖에 없었던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결과입니다.
[1학년 ‘수학’ 교과 1년 과정을 한 학기만에 마치는 학교 수 현황]
물론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1학년 ‘수학’ 교과를 한 학기에 나가는 것은 편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1학년에 편성되는 ‘수학’ 교과는 작년까지만 해도 기본 이수단위가 8단위였고, 일부 학교는 이마저도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여 10단위로 증가시켜 1,2학기 5시간씩 진도를 나가던 분량입니다. 그런데 자율형사립고 중 많은 학교들이 자사고 전환 이후, 이 분량을 한 학기만에 진도를 마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수학 교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자사고가 중위권 이상의 학생들이 진학하는 학교임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속진은 학생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이며, 상위권 학생조차도 소화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수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였습니다.
그동안 고교 수학의 경우, 중학교에 비해 고1 수학교육과정의 양과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이 매우 크고,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어왔습니다.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부담과 사교육 유발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자사고는 이를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도를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각 학교의 시험문제를 살펴본 결과 자사고는 시험문제 난이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고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재학 중은 물론이고 입학 이전 단계에서부터 엄청난 학습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 2학년 1학기 자연계 수학시험에서 실제 편성된 과목보다 앞선 교육과정의 시험문제를 출제한 편법 운영 실태 : 자사고 59.3%(전국 27개 학교 중 16개), 일반고 21.8%(78개 중 17개)
자율형사립고 운영 2년차를 맞이하여 2학년 자연과정이 개설된 전국 27곳의 자율형사립고의 2학년 자연계 수학교육과정 편성 및 시험문제를 일반고와 비교하여 분석한 결과 역시 자사고의 속진 정도가 일반고에 비해 훨씬 심각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과정 상에는 ‘수학Ⅰ’ 과목을 편성하였지만 실제 시험에서는 ‘수학Ⅱ’나 ‘기하와 벡터’ 등과 같은 앞선 교육과정의 시험문제가 출제된 경우를 분석하였는데, 분석결과 2학년 자연계열 1학기 기말고사에서 수학교육과정 편성과 실제 학교시험 운영이 다른 경우는 16곳으로 59.3%를 나타냈습니다. 이 비율은 전국 78개의 학교 중 수학교육과정 편성과 실제 학교시험 운영이 다른 경우가 17곳(21.8%)인 일반고 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전국 자사고와 일반고의 2학년 자연계열 수학교육과정 편성과 실제 학교시험이 다른 비율 현황]
특히 중앙고, 안산 동산고, 대구 계성고, 광주 송원고, 울산 현대청운고는 개설된 과목명은 ‘수학Ⅰ’이었는데 시험문제를 분석해보니 ‘수학Ⅰ’과 ‘수학Ⅱ’ 이외에도 ‘기하와 벡터’(송원고는 ‘적분과 통계’) 과목까지 3과목을 섞어서 출제하여 속진의 정도가 심하였고 범위가 복잡하였습니다. 또 대구의 경신고는 교육과정 상으로는 ‘수학Ⅰ’과 ‘수학Ⅱ’를 모두 개설하고도 ‘수학Ⅰ’에서는 ‘수학Ⅱ’를 ‘수학Ⅱ’에서는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를 출제함으로 개설된 과정이 무의미할 정도로 과정과 평가가 달랐습니다. 이외에도 부산의 동래여고는 수학만 무려 3과목을 개설하였는데 ‘수학Ⅰ’에서는 ‘기하와 벡터’를 출제하고 오히려 ‘고급수학’에서는 ‘수학Ⅰ’을 출제하여 이해하기 힘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예시1] 안산 동산고등학교 2학년 자연계열 ‘수학Ⅰ’ 시험문제 분석
[예시 2] 중앙고등학교 2학년 자연계열 ‘수학Ⅰ’ 시험문제 분석
[예시 3] 부산 동래여고와 대구 경신고 2학년 자연계열 기말고사 시험문제 분석
같은 방식으로 일반고를 비교하여 분석해 보았습니다. 비교를 위해 선정한 서울 지역의 22개 학교 중에서 5개의 학교(22.7%)가 개설된 교육과정이 실제 시험문제와 달랐으며, 지방의 경우에는 일반고 56개의 학교 중 12개의 학교(21.4%)가 개설된 교육과정이 실제 시험문제와 다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자율형사립고의 2학년 자연계 수학 교육과정 편성과 시험 운영 실태는 일반고에 비해 속진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11월에 치러지는 수능을 대비하기 위해 일반고 역시 교육과정보다 다소 빠르게 진도를 끝마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수준의 속진이므로 반드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가 무색한 자율형사립고의 무성의한 교육과정 편성 : 인문계 수학 교육과정에 자연계 수학 교과를 명목상으로만 개설하고 시험대비 문제풀이를 하는 경우
일부 자사고의 경우, 인문계 3학년 과정에서는 절대 운영할 수 없는 이과 수학 교과를 편성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는 교과를 명목상으로만 편성을 하고 수능을 준비하기 위한 문제풀이나 복습을 하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물론 인문계 3학년 때 수능대비를 하는 이런 현상은 일반고에서도 보편적인 현상이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인문계 과정에 편성될 수 없는 이과 수학 교과를 편성한 것은 너무나 무성의한 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런 정도로 무성의와 무책임을 보여주는 자사고가 고교 교육의 다양성 확대라는 취지의 자사고로서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인문계 3학년 과정에 이과 수학 교과목을 편성한 사례]
■ 우리의 요구
자율형사립고는 획일적인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보다 다양화 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생긴 학교입니다. 그런데 이번 분석을 통하여 자율형사립고가 수학 교육과정에서 허용된 자율성을 이용하여 오히려 학생들의 고통과 부담을 더욱 가중 시키고 있는 실태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대책을 요구합니다.
첫째,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을 활용하여 1학년 ‘수학’ 교과를 1학년 1학기에만 집중적으로 편성하고, 자연계열 교육과정을 2학년 1학기 또는 2학기 초반에 끝내기 위해 무리한 수준의 속진을 하고 있는 자율형사립고의 교육과정 운영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합니다. 이에 대해 교육청과 교과부는 자사고의 교육과정 편성과 정기고사 출제 원안지에 대한 정기적인 분석과 시정 조치 등을 통해 관리, 감독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둘째, 수학 교과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 확대에 따른 자사고의 교육과정 운영 전반에 대한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며, 이를 누적하여 자격이 없는 자사고의 경우에는 이후 재지정에서 탈락시킬 수 있도록 기준과 근거 자료를 축적해나가야 합니다.
셋째, 정도는 훨씬 덜하지만 고등학교 수학 교과의 속진은 자사고 뿐 아니라 일반고에서도 보편화되어 있는 현상입니다. 이는 현행 수능체제에서는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습니다. 즉, 자연계 학생이 2학년부터 수능 전에 이수해야 하는 수학 교과는 ‘수학Ⅰ’, ‘수학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 등 네 과목인데, 그렇다면 한 학기에 한 과목씩만 이수한다 해도 수능을 치루는 11월까지는 진도조차 끝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피하려면 어떤 학기라도 두 과목을 개설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학생의 부담은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능에 반영되는 교과목 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계열 학생이 응시하는 ‘수리 가형’에 반영되는 과목을 ‘수학Ⅰ’, ‘수학Ⅱ’, ‘적분과 통계’ 세 과목으로 축소하여 일선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서 구조적으로 속진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하와 벡터’의 경우에는 대학 모집단위(전공)의 특성에 따라 내신에서 필수적으로 반영하는 교과목으로 지정하여 필요한 학생들만 3학년 2학기에 선택하여 이수하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이는 고교의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과 대학의 전공에 따른 ‘적격자’ 선발의 관점에서도 정당한 것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김춘진 의원실의 협조로 조사한 이번 분석결과 발표가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 부담과 선행학습형 수학 사교육을 유발하는 자율형사립고의 수학 교육과정 및 시험 운영의 정상화와 ‘고교 교육의 다양성 확대’라는 명분으로 설립된 자사고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수학사교육포럼은 12월 월례토론회(12/21, 수요일)에서 ‘수학 교과의 대학입학시험(수능, 수리논술 등)에 따른 사교육 연관성’이라는 주제를 다룰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안상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부대표, 해성여고 수학교사, 010-5533-2965)
사무실(02-797-4044)
※ 하단에 첨부된 보도자료를 다운받으시면 보도자료 본문과 함께 참고자료(전국 자사고 및 일반고 2학년 자연계열 수학교육과정 편성과 실제 학교시험 운영 실태)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1. 12. 5.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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