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내가 올 한 해 주야장천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린 곳이 어딘지 알지? 니가 말했듯이 아들내미 학교 보내더니 애는 학원 안보낸다면서 지가 더 설친다고 타박을 줬잖니. 행복한 영어학교, 수학 학교 이제 겨우 9살인데 대학가려면 한참 멀었는데 뭔놈의 미니대학까정….
그래, 사교육걱정없는세상말이야.
이 단체의 그 많은 학교들을 거쳐 등대지기학교로 올 한 해가 마무리 될 것 같아. 두 달이 얼마나 후딱 지났는지….이번주 드디어 마지막 강의가 있었고, 피날레는 이 단체의 공동대표이신 윤지희 선생님이 맡아주셨어.
일년 동안 사무실을 드나들며 줄곧 눈 맞춤은 해왔는데, 가까이서 얘기할 기회는 없었거든. 솔직히 첫 인상은 좀 날카롭고 분명한 성격일 것 같아서 나처럼 무른 사람은 말 잘못했다가 핀잔(쿠사리?)이라도 들을까 좀 주눅이 들기도 했지.
그런데말야, 이 분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는데말야 ‘ 참, 어메이징한 여자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딸내미를 학교에 보내구부터 시작된 학부모로서 내딛은 발자욱들이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교육현장 곳곳에 찍혀있더라구. 촌지, 체벌,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 학교안전공제회, 학교폭력, 학교급식, 교원평가제, 표준수업시수, 교원인사(승진)제도, 교장공모제, 교육과정, 학교시설, 학급당 학생수, 교사별평가, 교육재정, 등록금,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생인권법, 학제, 평준화, 대학입시제도, 입학사정관제, 사교육비, 정보공시제, 방과후학교, 대학교육, 지방자치제도….
봐봐, 내용을 이해하기는 커녕 나열하는 것만도 숨이 턱에차는데, 이 모든일을 발로 뛰며 그 세월을 견뎌냈으니 어찌 어메이징하다하지않을 수 있겠니?
근데,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교육 문제와 수많은 과제에 누가 나서야 하냐고 물으시더라. 그러게 이 지긋지긋한 문제들을 누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우리 애들 교육문제 얘기만 나오면 너도 나도 그렇게 수도없이 지탄하고 개탄할지언정, 한번 맞짱뜨자고 나서는 사람 봤어? 근데 이 분은 우리처럼 엄마일뿐인 이 분은 오래전부터 지금보다 더 조악한 사회 환경속에서 한 번 해보자고 붙은거지, 태산 같은 교육계하고 말야. 그래서 사교육의 실상을 까발리고 일부를 위한 외고입시 문제 해결을 선도하고 광풍이라 일컬어지던 영어 사교육의 진실을 벗겨내는 등 제대로 된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반을 구축해 온거야.
이걸 혼자 다 했냐구? 얘는, 그게 가능하니? 그래서 우리 같은 등대들이 필요하다는 거지. “야, 안돼~ 애 둘 챙겨야지. 신랑 가게도 도와야지. 시부모님 모셔야지. 내가 시간이 어딨어. 너처럼 여기 저기 쫒아다니며 공부할 시간이 어딨냐, 니는 팔자가 좋아서 그렇지!” 알아. 니 신랑이랑 교육관도 안 맞고 가정일, 바깥일 꾸려내느라 매일 몸이 천근 만근이 되는 니 상황 이해해.
그런데 니가 그렇게 애쓰며 사는 진짜 이유가 있잖아. 니 새끼들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고 싶은거잖아. 그런데 말이지 우리 애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애들을 너무힘들게 만들잖아. 학교에서 어떤지, 사회에서 어떤지 너도 알고 있잖아. 누누히 지적질 해왔던 그런 문제들이 풀리지 않는한 나만 알뜰살뜰히 내 새끼들 보듬어 봐도 품엣 자식이 날아갈 세상에선 어떻게 살게될까, 우리 그렇게 좀 더 넓게 봐야하지않을까.
우리 너무 잘 알고 있잖아.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세상이 좋은 세상인지 말야. 이젠 알고만 있지 말자. 진짜 ‘아는 것’과 ‘하는 것’은 글로 쓰면 점하나와 작대기 하나 차이일지 모르지만 세상에선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윤지희 대표님도 그 지난한 세월을 살아낸 결과로 그 증표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잖아.
그래, 난 그 분처럼 불의에 대항하기보단 눈감고 사는게 편했고, 한 번 참고 두 번 참으며 살인도 면케하는 인내심을 기르는게 미덕이라 생각했나봐. 하지만 나만 참으면 되는게 아니더라, 내가 참으면 내 소중한 아이는 더 많은 것을 참고 견뎌내야하는 그런 세상을 물려받게된다는 사실에는 나도 분기탱천하지않을 수 없더라.
이런 단체와 이런 분들처럼 사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잖아. 우린 거들기라고 해보자. 관심갖고 지지하고 아주 작은 액수의 후원금이라도 십시일반 보태는 정성은 너도 나도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친구야. 나만 등대지기학교를 수강하고 졸업하는게 아쉽고 미안할만큼 좋은 시간이었어.내가막연히 생각하던 아이와의 관계, 학습, 진로, 자유 같은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다듬어낸 기회가 되었으니까. 내년엔 니가 내 후배 등대지기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25년 된 우리 우정이 또 이런 공간에서 더욱 깊은 공감으로 거듭날수 있을거라 믿으니까.
너도 나도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품은 등대지기가 될 내년을 고대하며….
사랑해 친구야!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위에 차고
한 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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