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등대지기학교 대장정의 마지막 시간이 오고야말았습니다. 과도한 사교육으로 대한민국의 학부모의 가슴은 멍들었다는 사실에 삶을 걸어온 윤지희 선생님! 학부모의, 학부모에 의한, 학부모를 위한 삶을 살아왔던 윤선생님은 특유의 뚝심으로 교육운동에 매진했고,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교육과 시민사회 대표를 거쳐 2008년 송인수 대표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창립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어떤 누구의 한계에도, 어떤 것에도 갇히지 않을 때에만 이룰 수 있다는 소망의 끝에 날마다 밀어간다”라는 신념으로 지난 4년간, 이 단체를 만들게 된 배경과 끌어왔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내셨습니다. 송인수 대표는 “윤선생님이야말로 이 운동의 진정한 배후세력”이라고 소개해주셨는데요,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반드시 옵니다’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강의를 이어주셨습니다.
피할 수 없는 사교육 공포, 정면으로 승부한 학부모.
윤지희 선생님의 큰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운동장에서 학부모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득 두려운 마음이 엄습했다고 합니다.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딸을 두고도 이렇게 불안하고 걱정이 앞선다면 대학 입시 수험생이 될 즈음에는 어떻게 될까. 그 공포감을 떨치기 위해 ‘참교육학부모회’라는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단체에 열심히 활동하면서 촌지와 체벌을 근절하는 것에서부터 교원평가제, 교장공모, 사립학교법개정 등 정책운동에 이르기까지 교육문제 전반을 다루며 교육운동가가 되셨다고. 단체 일이 많아지니까 오히려 아이는 방치하고 운동에 뛰어들게 되었다는 간증에서 모두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교육운동에 대한 선생님의 기본적인 생각은 아이들을 키우는데 비교육적이고 비본질적인 것으로 고통을 당하게 두는 것은 비합리적인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13년 이상 모든 교육문제에 쫓아다니고 성심을 다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보다 교육상황은 악화되고 고통은 심해지는 것을 보며 자괴감과 고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즈음에 바로 좋은교사운동 대표로 있던 송인수 선생님과 만나셨다고 하는데, 여기서부터는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탄생배경윤지희 선생님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 공동대표인 송인수 선생님과는 문제를 보는 관점이나 해결방식이 일치하면서 소위 ‘통하는 사이’로 지내오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2007년 4월, 이주호(현재 교과부 장관,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원을 중심으로 한나라당에서 ‘사교육비 절반, 학교교육 만족 두배’ 공약을 내면서 토론자로 요청을 받고, 그 토론회 이후 송선생님께 역사적인 편지 한 장을 띄우게 됩니다. 편지의 주요 내용은 사교육 고통을 줄이기 위해 함께 해야 한다는 것!
함께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자며 좋은교사운동에서 활동하시는 송인수 선생님을 조르며 세가지 제안을 하시게 되는데 참 재밌었습니다. 첫 번째는 37만 교사들만으로는 광범위한 교육문제 해소가 어려우니 ‘교사운동’의 울타리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교육고통은 전국민의 것이므로 ‘기독교 운동’의 타이틀을 벗어야 한다는 것. 세 번째는 새로운 운동은 ‘사교육’을 중점 테마로 해야 한다는 것. 골수까지 기독교인이자 교직을 떠난 지 10년이 넘어도 교사의 피가 철철 끓는 송인수 선생님은 처음에는 망설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할 수 있는 “증거”를 송선생님은 요청하셨는데, 바로 수년간 막혀있던 “교수휴직제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었습니다. 교총과 전교조 외에 교육단체에는 일반 교사들이 퇴직을 해야만 활동할 수 있었는데, 자신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었지만 후배들에게는 그렇게 일을 맡길 수없다는 소신에서였습니다. 윤선생님은 2003년부터 법안개정을 요구해왔는데 2007년까지 어림도 없었던 그 법안이 어떻게 통과되냐며 차라리 못하겠다고 해라라며 호통을 치시기까지 했답니다. 그러나 느닷없이 2008년 2월 18일 국회에서 최종통과가 되면서 송선생님의 조건은 드라마같이 이루어졌고 두 분은 2008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공동대표로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단체명을 짓는 것부터 로고를 만들고 사업의 기틀을 잡는 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과 수고가 이 운동의 시작에 함께 보태어졌다고...
사교육, 집요하게 파헤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동력 7가지.
단체의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사교육 부담의 원인이 되는 요인을 집요하게 파악하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교육 바깥 사회적원인(학벌에 따른 사회적 차별과 좋은 일자리 부족, 입학생 성적중심, 좋은대학 서열화), 교육 내부적 요인(선발과 배제의 철학, 학교 시험방식이 평가가 비본질적, 학교교육 부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의식 등의 기타요소로 나누어 선명하게 정리하고 나니 해결을 위한 목표도 빨리 잡을 수 있었다고 해요. 개인적 자구책 및 의식개선 실천부터 정책대안과 법률개정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지점들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전략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2008년 창립이후 짧은 시간동안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많은 성과를 거두어왔습니다. 등대지기학교는 2000명 수료생을 배출하고 40군데 지역모임으로 확산되었으며, 사교육 실상과 대안을 제시하는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는 90만부의 기적을 낳았습니다. 나쁜 사교육 문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던 외고입시 문제도 사회적 이슈와 흐름을 잘 타면서 해결과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선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내신평가가 찍기 시험 중심으로 ‘선발’의 도구가 아닌 ‘누적형, 서술형, 교사형 평가’가 되어야 한다는 ‘행복한 성적표 보내기 운동’은 학교와 교사분들게 확산되어 일부 학교에서는 MOU를 맺기도 했습니다. 고교체제와 자율고 문제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제대로 된 학교 교육 다양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해왔는데, 교육청과 교과부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정책을 따라하는 현상까지도 생겼습니다. 현재 영어사교육에 대한 실상 및 대안을 제시한 ‘아깝다 영어 헛고생’ 소책자가 활발하게 배포 중에 있고, 대학체제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하는 ‘국민이 설계하는 대학운동’이 얼마 전 출범식을 거쳐 다양한 구성원들의 협조 속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동력 7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 대중운동으로 풀어간다. 권력과 정책결정주도권을 가진 사람에게 기대지 않아야 한다고해요. 그래서 이념의 프레임에 갖히지 않고, 많은 이들을 모아내기 위해 온라인 기반을 둔 운동을 펼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둘째,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근원적으로 해결한다. 의문이 풀릴 때까지 집요하게 물기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혀를 찰 정도로(^^) 집중적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합니다. 셋째, 디테일이 생명이다. 작은 배너 디자인, 메일 토시 하나 신중하고 명확하게 만들어가기 위해서 노력한 성실함이 운동의 완성도를 높여갔다고 합니다. 넷째,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이미’ 살아내는 사람이 바꾼다. 미래적인 상상력을 갖고 현실의 문제를 타파해갈 수 있도록 희망을 실천하도록 유도했다고 합니다. 다섯째, 운동은 ‘재미’있어야 한다. 운동의 지속적인 생명력을 위해서는 늘 심각하고 비장할 수는 없다고, 즐겁고 유쾌하게 풀어내려 노력하신다고 합니다. 여섯째, 잘게 썬 과제는 반드시 성공시킨다. 큰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면 어렵지만 하나하나 가루로 만들어 나가면 비교적 쉽게 풀린다고 합니다. 일곱째, 모든 재정은 회원의 회비만으로.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자유롭고 투명한 대중운동을 만들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방식이라고 합니다.
사교육 누가 해결할 것인가! 고통하는 당신부터!
윤지희 선생님께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운동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무엇보다 부모들이 사교육 문제로 불안해하지 않고 아이들을 올바로 키워낼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온 국민들에게 사교육, 입시문제는 해결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관점을 확산하고, 탁월하고 합리적인 대안으로 지혜롭게 실천을 만들고자 노력하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10년 내에 입시고통과 사교육걱정이 현저하게 해결되고, 행복하고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기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데 모두가 가슴으로 동의했습니다.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윤지희 선생님은 무엇보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합니다. 오바마의 정치적 멘토인 짐 월리스의 강연을 인용해 “누가 바람을 바꿀 것인가! 정치인들에게는 기대하지 말라!”며 흑인차별 400년의 어둔 역사를 거둔 시작이 된 로자 팍스와 버스 보이콧운동 사례를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문제에 고통하는 스스로가 그 문제의 대안세력이 되어 해결을 만들어갈 때야말로 변화는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참여의 길은 활짝 열려있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후원으로 돕는 정회원의 역할은 가장 중요한 운동의 동력이 된다고 강조해주셨습니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은 반드시 오니 함께 미래적 힘으로 현재의 문제들을 극복하자고 도전해주셨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이 흥미진진한 운동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발길로 함께 해주시길 바라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대학체제 개편'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정보를 소통하고 많은 이들과 함께 그것을 구현해나가는데 기쁘게 달려가고 싶은 커뮤니케이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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