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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등대지기학교

[6강 강의스케치] 엄마는 오래 살아도 나는 오래 못살아...


등대지기 학교 여섯번째 시간은 한국교육의 새로운 판을 짜고 있는 이우학교의 교장이신 이수광 선생님께서 강의해주셨습니다. 외환위기 때 고교 교사를 그만두고 대안학교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간디학교에 근무한 이후에는 대학교수를 지냈지만 현장 실천의 꿈을 지우지 못하고 2005년부터 이우학교에 재직중이십니다. 이우학교는 경기도 분당 끄트머리에 자리한 대안학교로, 각종 언론에 조명되고 해마다 이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룰 만큼, 대안학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주목받아온 학교입니다. “공동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가운데 배움의 즐거움을 찾는 곳이란 생각아래 NGO, 인턴십, 진로탐구, 농사, 목공 등 다양한 배움과 체험을 학습과정에 녹아내고 있다고 합니다. 친구의 돈을 빼앗은 학생에게는 체벌이나 훈계, 정학이 아니라 5일간 150km를 선생님과 함께 침묵 도보수행을 하는 학교라니, 이번 등대지기 강의에서 이수광 선생님은 이 놀라운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미래교육을 전망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의 교육과정이 '문자전송'이라면 미래교육은 '카카오톡'일 것.

강의의 초입에서 이수광 선생님은 찰스 핸디의 <비이성의 시대>를 인용하며 "21세기는 예측불가능한 단절적 사회"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과거경험에 기댈 수 없고 정해진 지침이나 규칙이 없는 사회가 오기 때문에 당연히 교육의 생태계도 엄청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지금의 학생들은 한마디로 'Black Swan'현상(관찰과 경험 그리고 확률을 벗어난 극단적 상황)이 만연한 사회 속에 성인이 될 텐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정체되어있는 현실을 빨리 인지해야한다고 조언합니다.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고 주도적으로 새로운 규칙을 만들며 차이를 창조하는 사람들, 이수광 선생님은 이러한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 메시지 프로그램인 '카카오톡'에 비유했습니다. 80자라는 규격에 맞춰진 '문자전송 시대'에서 무한대의 파일과 메시지를 자유자재로 공유할 수 있는 카카오톡은 달라도 너무나 다르니까요.

한국 교육의 현실진단, 모두가 절규하는 상황!!

이우학교에 처음 온 학생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학교는 [네모]"라고 물었을때 한 아이의 답이 이수광 선생님의 뇌리에 꽂혔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생각하는 학교는 [엄마]". 물론 학교가 엄마처럼 '따뜻한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학교''엄마'는 아이들에게 "강박"인 것이 진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정한 교육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면서 배움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데 있는데, 많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공부해야할 이유를 "먹고 사는 문제"로 좁힌 데서 삶의 기형성이 발생했다고 이수광 선생님은 지적합니다. '시험을 위한 문제풀이'를 중심으로 한 경쟁교육은 '정답을 잘 맞추는 학생'을 대거 양성했을지는 몰라도 다양한 상황에 창의적으로 대응하며 타인과 더불어 해결해야할 수많은 과제들 앞에 무기력한 사람들을 낳고 말았습니다. (OECD기준 자기효능감 한국 꼴찌) 프랑스의 유력 주간지인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한국사회 어른과 아이의 관계를 딱 한마디로 "입 다물고 공부해!"라고 꼬집어 보도했고,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수광 선생님은 한국교육이 '불안과 욕망'을 기반으로 조기 과잉교육과 매뉴얼화된 학습노동을 낳았고, 그것은 곧 자기 창조가 없는 교육열 부재로, 학생 스스로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없는 통제전략 약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합니다. 대학에서마저 엄마의 조언을 챙기는 아이들을 향해 "엄마와의 동맹을 깨라"고 호소해보기도 하셨답니다. 이웃학교에서 학업스트레스로 동무들이 자살을 해도 "우린 좀 독하다"며 킬킬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인격적인 교육의 장으로서의 학교가 무너진" 역설적인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상위경쟁이 치열하면 경쟁연쇄가 길어지고 하위경쟁의 과열까지 유도하는 '연합적 경쟁구조'가 고착화되고, 나이에 맞는 고민을 하지 못해 '배움의 퇴행'을 겪는 교육현장의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까요. 이수광 선생님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은 의사결정의 환각상태에, 교사들은 무기력감에 빠져있어 모두가 고통스러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미래학교? 공공학교!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이수광 선생님은 '이우학교'를 통한 미래형 학교의 내용과 방향을 본격적으로 나눠주셨습니다. 학교의 원래 모양이란 '배움과 관계 그리고 나눔'이 즐겁고,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 즉 모두가 주인이 되며,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상호소통되는 것이라고 정의해주셨는데요. 한줄로 요약하면 '공공하는 학교', 즉 학교 구성원 모두의 존엄성이 인정되고 협업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며 나아가 보편가치를 공유하고 지지해서 결국 주변에서 선한 영향을 미치는 학교라는 것이지요. 핵심은 학생들이 본인 이외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공동의 이익을 위해 외면하지 않고 참여하는 사람으로 양성하는 교육이 미래학교의 본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우학교의 사례를 통해 미래학교의 교육방법론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역량중심 교육'으로 교과과정을 재구성해야한다.

학습량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닌 질문능력, 관계능력, 기획능력 그리고 공공하는 능력을 학생들이 가질 수 있도록 교과교육과정을 재편성하는게 주요 내용입니다. 이우학교에서 중1수학에 '동화'를 적용한 것이나 중 2국어에서 '그림자극' 프로그램을 도입한 사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2) 배운 것을 익히고 또한 함께 협력하는 학습조건을 조성해야한다.

'공부의 자기이유'를 찾는 것과 스스로 탐구주제에 몰입할 수 있는 과목을 편성하는 것, 교과서를 넘나드는 수업을 조직해서 텍스트와 삶의 연결성을 확대하고 '학습동아리' 활성화를 통해 함께 배우며 자기 유능감을 키워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합니다. 간이역을 다니며 지도를 실제로 제작한 학생의 작품을 보면서 '자기탐구'라는 교육과정이 학생들 스스로를 어떻게 동기부여 했는지 보며 '체험과 의미화'의 중요성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3) 집단효능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의 문화를 만들어야한다.

참여의 과정을 통해 '자아관여감'을 높이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객관화해보는 경험을 갖는 일, 자치활동을 통해 집합적 효능감을 경험해봄으로써 유대와 협업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 앞으로의 사회에서 필요하는 인재를 위해 중요한 교육적 가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우학교의 중1 자기탐구 주제 예시>

사교육이 설 자리가 없는 탄탄한 학교교육

지적생산성이 '학습량'에 있지 않고 '심도'(깊이있는 고민과 자기의미화)에 있는 만큼, 경쟁교육과 선행학습으로 얼룩진 사교육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아야한다고 이수광 선생님은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탄탄한 교육과정을 확립함으로써 물리적으로 사교육을 할 시간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미래형 인재를 위한 자기주도적 학습을 실현하는데 기능하는 학교교육이 만들어져야함을 강조했습니다. 실패 경험도 지지되고 옹호되는, 공공의 체험과 삶의 성찰 기회가 풍부한 학교,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질문'들이 나오는 학교. 그러한 '''배움'의 성찰을 통해 공공적 학교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이 선생님은 주장합니다.

이수광 선생님의 교육철학과 주장이 힘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본질'을 맛보고 닿게 해주고 싶은 스승의 마음이 진하게 묻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한국교육 상황이 '이우학교'와 같이 되려면 막막하고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러한 가치를 지향하는 이들이 점점 사람들에게 공감과 지지를 받는다면 사교육 없는 학교도 가까운 시일에 많이 만들어질 거란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교육이 설 자리가 없는 탄탄한 학교교육이 어서 빨리 확산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대학체제 개편'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정보를 소통하고 많은 이들과 함께 그것을 구현해나가는데 기쁘게 달려가고 싶은 커뮤니케이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