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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등대지기학교

[2강 베스트소감문] "주변 사람들이 나와 남편만 보면 늘 하는 말" (새날2님)


주변 사람들이 나와 남편만 보면 늘 하는 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둘이 벌면서 왜 집을 안 사?’이고, 또 하나는 ‘소신껏 애들 키우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영어는 학원 보내야지!’ 이다. 부동산 거품 이야기가 나오며 첫 번째 이야기는 요즘 안 듣고 살지만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며 두 번째 이야기는 여전히 그리고 더 빈번하게 듣고 있다.  ‘영어가 꼭 필요한 직업이 아니라면 그렇게 죽기 살기로 매달릴 이유가 뭐 있어? 그리고 언젠가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 때 하면 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금껏 아이를 키워왔다 사실 이런 맘 한 편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 약간의 걱정도 항상 함께 있었다.

 이 번 김승현 선생님 강의를 들으며 그동안 불안감과 걱정을 누르고 아이를 기다려 주며 사교육에 발을 디디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경쾌하고 통쾌한 강의를 해주셔서 강의 듣는 동안 내 안의 걱정과 의심도 큰 웃음과 함께 통쾌하게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매우 즐겁고 여유 있는 강의를 해 주실 수 있었던 건 김승현 선생님만의 명확한 근거와 그에 따른 소신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분이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시는 모습도 살짝 상상해봤다. 늘 앞만 보며 달려가는 고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이 잠시나마 옆도 보고 뒤도 볼 수 있는 ‘쉼’을 줄 수 있는 분이시지 않았을까?

 강의를 듣고 걱정을 한시름 놓았는데도 여전히 마음엔 무거운 뭔가가 남아있었다. 난 과연 무엇을 걱정했던 걸까? 아이가 영어를 못할까 봐 걱정했다면 왜 못하면 안 되는가?이다.  큰 아이가 5학년 때 학교에서 영어를 수준별 반을 편성해서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 사교육이나 방과후활동도 해 본 적이 없고, 학교 수업이 다 였던 우리 아이는 하반에 편성이 되었고, 그 날 집에 돌아 와 엉엉 울었다. 반 이름은 ‘하’반이 아니지만 누가 봐도 하반이 어느 반인지 다 아는데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한다며……. 그리고는 자기는 영어를 못한다고 말하였다. 우리 아이가 하 반에 편성된 건 주변 상황을 봤을 때 당연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영어공부를 제대로 해 보지도 않은 아이가 자신은 영어를 못한다고 스스로를 단정지어 평가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다.  왜 학교 수업만 들으면 다른 아이들과 이렇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지.

 내가 자랄 때 그랬듯이 혼자서 학교를 다니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기를 찾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 쏟아야 하는 노력들이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강의 내내 자주 등장했던 ‘엄마표 영어’라는 말이 나를 참 불편하게 했다. 엄마는 과연 얼마만큼의 도움을 주어야한단 말일까? 내가 직장을 다녀 시간이 없다는 객관적인 핑계나 이유도 있지만, 학교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교육의 부분도 자꾸 가정으로, 엄마에게로 돌아오는 현실이 참 답답하다. 어쩌면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보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아서 불안감도 덜 하고, 혼자서 이렇게 걸어갈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끔씩은 직장을 다녀 옆 집 엄마 만날 시간도 없다는 것이 축복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옆 집 엄마를 만나고 나면 엄마들이 아이들의 영역까지도 관여 하고 대신 해주는 것에 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옆집 엄마들도 오늘날 이 사회가 만들어낸 자화상이란 생각을 하면 참 불쌍하다.

 또 하나는 영어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영어 내 마음의 식민주의』라는 어느 책의 제목처럼 내 마음은 영어의 식민주의는 아닌지 되돌아봤다. 영어실력이 다른 아이에 비해 뒤처지는 것에 대해 왜 나는 다른 과목보다 더 두려워했는지 말이다. 돌아보면 내가 학생일 때 겪었던 영어에 대한 두려움과 높은 장막, 그리고 알게 모르게 형성 된 영어에 대한 막연한 환상 들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었던 것 같다. 언어권도 아주 다른 한국 사람이 영어를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해야했던 내 안의 이유들을 다시 한 번 짚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강의의 마지막에 보여 주셨던 어는 연구원의 글처럼 ‘남의 눈에 보이는 나가 아닌 나는 나’임을 다시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