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도입 보도자료(5.26)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도입,
2008년 영어몰입교육 파동
보다 더 큰 파국 우려...
▲ 영어몰입교육과 ‘아륀지’파동으로 2008년 한 해에만 전년 대비 영어사교육비 7,230억원 증가한 바 있음
▲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에서 말하기, 쓰기 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사교육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
▲ 외고 입시 개선으로 간신히 둔화된 영어사교육 시장에 새로운 호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함
▲ 현행 수능의 수준을 낮추면서 그대로 유지하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성인용 시험 개발에 국한시킬 필요가 있음
교과부는 5월 26일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및 영어과 교육과정 개정 방향’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통해 읽기·쓰기·말하기·쓰기의 4영역별 4등급제 방식의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도입 계획을 밝혔습니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기존의 수능과는 달리 말하기와 쓰기 영역에 대한 평가가 추가되고, 이르면 2015년 치러지는 2016년 대입부터 수능을 대체할 예정이며 내년에 시행되는 2013학년도 대입의 수시모집부터 일부 대학 및 학과를 대상으로 시범 활용될 계획입니다.
■ 말하기, 쓰기 평가 도입은 영어사교육비를 엄청나게 증가시킬 것입니다.
교과부는 학교 영어교육과정이 그에 맞게 변경되고, 학교 영어시간에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사교육 증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일견 9등급에서 4등급으로 등급이 완화될 경우, 난이도의 부담은 줄어들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듣기, 읽기만 아니라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말하기, 쓰기까지 포함된 4영역에서 모두 4등급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과거 9등급보다 난이도가 낮아졌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오늘 발표된 자료에 나오는 말하기와 쓰기 성취수준을 보면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더더욱 어렵습니다.
“기초 학술 발표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 특별한 사전 준비 없이도 상황과 목적에 의사소통적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 상황과 기능에 적절한 어휘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복잡한 문장 구조의 표현도 정확하게 할 수 있고, 주어진 지시 사항이나 정보에 대한 정확하고 논리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사소통능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말하기 2급 A수준)
“기초 학술적 주제에 관한 논리적인 글을 목적에 맞게 적절하게 쓸 수 있다.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을 나열할 수 있고, 상황이나 절차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주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일관성 있고 응집성 있는 구조의 글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 문법이나 철자의 오류가 거의 없고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여 글을 쓸 수 있다.” (쓰기 2급 A수준)
교과부 2008년 자료에 따르면, 초3~고3 동안의 학교 영어교육 시간을 다 합친다고 하더라도 총 시간은 731시간에 불과합니다. 2009 교육과정 도입으로 초등에서 수업시수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그 효과는 136차시(절대시간 60분 기준 90시간 정도)의 효과가 전부입니다. 학교 영어교육의 질 문제를 따지기 이전에 800시간이 조금 넘는 영어교육 시간을 가지고 위에 제시된 성취기준에 도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도입되어 위와 같은 성취기준에 의해 평가가 되고 영역별 등급으로 성적이 표기되어 대입에 반영된다면 사교육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상위권 대학은 네 영역 모두 A등급을 요구할 것이 확실하고 수시 전형 등을 통해 국가영어능력평가 시험 1급을 반영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말하기, 쓰기 영역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면서 현행 9등급의 수능을 4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효과는 상쇄됩니다. 이 정부 들어서서 2008년 초에 영어몰입교육을 추진하면서 한 해 동안에만 전년 대비 영어사교육비가 7,230억원(11.8%)이 증가한 바 있습니다. 한 순간의 파동으로 그만큼 사교육이 증가했었는데 앞으로 국가시험으로 도입 되고 대입에서 결정적인 자료로 사용된다면 그 영향력은 2008년과 비교할 바가 아닐 것입니다. 이는 외고 입시 개선으로 간신히 영어사교육비 증가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정책은 말하기, 쓰기 대비 사교육 상품의 수요를 재촉하여 사교육 시장에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제시된 실제 예시문항을 보면 성취수준과는 괴리가 있고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아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만약 현행 수능 듣기가 그랬던 것처럼 난이도가 어렵지 않고 패턴화 된 방식의 시험이 된다면 사교육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우려보다 축소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이렇게 불필요한 혼란과 엄청난 예산이 투여되면서 급하게 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 현행 수능의 수준을 낮추면서 그대로 유지하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성인용 시험 개발에 국한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과 영어교육과정 개정 논의를 지켜보면 기본적으로 시험을 변화시키고 그에 맞추어서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고교 선택교과에서 실용영어과목군은 3급 시험과 영어과목군은 2급 시험과 연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학교 영어교육이 파행으로 이르고 있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이 수능 대비를 위한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실용영어를 강조한다고 하지만 국가 수준의 시험에서는 현재 수능 듣기와 같이 패턴화 된 시험이 될 수 있고 그렇다면 이에 맞춘 획일적인 교육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패턴화 된 시험이 되지 않는다면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그야말로 사교육 시장은 엄청나게 팽창할 것입니다. 따라서 대입과 연계되어 국가 수준에서 치루는 시험은 현행 수능시험의 수준을 낮추면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한편 토플, 토익 등 외국 시험 의존이 큰 우리나라 여건을 감안할 때, 성인용으로 개발되는 1급 시험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완성도 있게 개발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말하기, 쓰기가 학교 영어교육에 도입되고 실용영어가 강조될 필요성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대입 경쟁 단계에서의 시험 변화를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현재의 교과부 계획은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너무나 많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영어교과 학급 당 학생수를 축소하고, 다양한 수업과 평가를 가로막는 일제식 상대평가를 개선하여 교사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일 등 정도와 순리를 통해 점진적으로 학교 영어교육의 방향과 체질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실용영어교육을 실현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2011. 0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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