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교육걱정없는세상/회원의 이야기

일본어 그림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서 답을 찾다 ... [다르아루즈님의 이야기]





아래 글은 noworry카페에 올라온 한 회원의 글입니다. 
유아 외국어 습득에 대한 TIP을 얻어보세요^^







집에 아름다운 책방에서 산 일본어 그림책이 한 권 있어요.

 

<이모호리 요이쇼>라는 책인데

 

토끼랑 하마랑 여러 동물들이 고구마를 캐는 내용이에요.

 

일본어를 소리나는 데로 읽고 아는 단어 몇개와 구문 몇개 아는 정도여서

 

'읽어줄 수는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유명한 이모토 요코 작가의 책이기도 하고 그래서 산 것이었지요.

 

어차피 영어책도 우리말로 해석하며 읽어주지 말라는데 이것도 그냥 읽어주기만 하면 되지 뭐 하는 생각이었죠.

 

페이지마다 "요이쇼, 요이쇼!"하는 말이 나옵니다.

 

이건 영차, 영차에요. 요이쇼 요이쇼 반복되고, 고구마 뽑을 때마다 "누케타~!(뽑았다)"도 반복되고.

 

무지하게 쉽고 짧은 그림책인데 제가 일어를 잘 하지 못하다보니

 

"오이모바타케니.."라는 건 의미단락이 오이모 바다케 니 인지 오이모바 다케 니 인지도 모르겠어서

 

좀 알겠는건 빼고 거의 한글자한글자 애들 국어책 읽듯이 읽어주었지요.

 

요이쇼, 누케타~만 신나게 동물목소리대로 읽어주고요.

 

 

 

그런데 참 신기한건

 

물론 아주 자주 들고 오는 건 아니지만 잊어버릴만 하면 종종 이 책을 들고 와 읽어달라고 한다는 겁니다.

 

제가 해석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유창하게 읽어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영차, 영차 해야할 일이 있을때는 "엄마, 그 책에서 뭐라고 했지? 아, 요이쇼 요이쇼!"

 

하며 써먹기도 합니다. 그 소리가 재미있었나봐요.

 

게다가 제가 일어공부한다고 소리내어 어른 교재를 중얼거리고 있으면

 

쪼르르 와서 "이거 일본어야? 이거 읽어줘." 합니다.

 

그동안은 별 생각없었는데 갑자기 '아, 영어공부를 이렇게 시키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희 집엔 영어그림책이 꽤 많이 있어요.

 

오히려 3-4세 때는 그림책의 CD를 틀어주거나 내가 노래 불러주거나 하면서 읽어주면 흥얼거리고 영어옹알이하고

 

그림책 골라올 때 영어책도 골라오고 혼자 읽기도 하고 그러더니

 

5-7세가 되면서 도통 골라오지도 않고 내가 골라 읽어주면 '무슨 얘긴지 모르겠어서 답답하단 말야' 하면서

 

좋아하질 않게 되었어요.

 

 

그런 아이가 이 일본어 책은 꾸준히 스스로 골라온다?

 

거기서 몇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1. 아이들은 새로운 '소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좋아한다.

-'요이쇼 요이쇼'를 재미있어 함.

영어나 외국어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소리가 신기하고 재밌어서일거라고 생각해요.

 

2. 하지만 강제되거나 학습으로 다가오는 것은 거부한다.

 

-이 책 읽어주면서 '일본어를 가르치겠어..'하는 음모(ㅋㅋ)를 가져본 적은 없었겠죠?

이건 다르게 생겼네? 다르게 들리네? 하는 다름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 스스로 선택할 때 까지 (이것이 유아에겐 동기부여겠지요)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까지가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유아영어학습 아닐까요?

여러 소리의 즐거움.

엄마가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면 아이들은 귀신같이 아는 거 아시죠? ^^

아이가 가져오면 우리말 그림책을 읽어주듯 그때의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냥 소리를 들려주면 된다는거..

아이가 끝끝내 선택하지 않는다면? 별 수 없지요 ^^

 

3. 엄마가 유창하게 읽어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런 말 많이 들었는데 그래도 저도 영어책 읽어줄 때 '유창하게 읽어줘야 의미전달도 잘 되고 소리도 매끄러우니

아이가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원~ 떠듬떠듬 읽어줘도 상관없어 하더라는 거죠. (요이쇼만 유창하게~ ^^;)

 

4. 해석하면서 읽어주지 않는 것이 맞구나.

 

-이런 말도 많이 들었지요.

 워낙 떠듬떠듬 읽으니, 아이가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묻지도 않더군요. ^^;

그리고 그림책은 그림으로 내용이 충분히 이어져 나가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상상해 볼 수 있잖아요.

소리와 내용을 스스로 유추해 보는 과정이 일어나니 더 좋을 것 같아요.

 

 

환경을 어느 정도 만들어줄 수 있는 것까지만 부모가 할 일이고

 

그것을 선택하는 일은 아이에게 맡겨야겠다는...

 

영어학습지 옛날에 8개월 시키면서 결론은

 

소리의 즐거움이나 알자고 시키기엔 너무 높은 비용(1주에 한번-월 약13만원), 과도한 숙제 (매일 테입 들려주기).

 

또한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스스로 동기부여가 안 된 상황에서) 나이에 수업받는 것은 결국 부모의 강요.

 

요즘도 가끔 아이가 "아~튼*영어 하고 싶어~" 하고 말합니다만

 

"유치원에서도 영어하는데 무슨 영어를 또 해~" 하고 대답합니다.

 

1월생이어서 내년에 학교를 보내야하나, 유치원을 1년 더 보내야하나 고민한다고 하면

 

엄마들 십중팔구는 "영어유치원 1년 보내면 되지~" 합니다.

 

영어유치원 또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영어사교육포럼을 참석하면서 내 나름 내린 결론이 있어 전혀 고려치 않습니다.

 

영어유치원도 유아대상 학원이니 부모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 제공을 위해

 

과도한 숙제가 있을 것이고 스스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과

 

더 크게는 그 나이 때 배우고 알아야 할 인성과 인지학습이 충분히 될 수 없다는 점,

 

영어학습지 저리 가라할 말도 안되는 비용,

 

비용대 효율비 안 맞음... (영어유치원 몇년 보내나 초등 때 시작하나 고학년 때 똑같아 진다는 통계)

 

어휴.. 영어유치원 얘기까지 해 넘 길어졌습니다.

 

여러분은 유아영어접근, 영어유치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 회원들이 의견을 올려주셨어요. 


애둘맘 10.09.16. 11:36
한가지 궁금한 것.. 영어책 읽어줄 때 우리말 번역 해주면 안되는 건가요? 저는 영어랑 우리말이랑 섞어서 읽어주거든요. 영어만 읽어주면 무슨 얘긴지 애가 모를 것 같아서... 
그리구 영어학습지.. 저는 그냥 영어를 매개로 놀아준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슬슬 후회가 되어갑니다.. 
그러나 이미 교재를 사놓은지라.. ^^;
그런데 요즘엔 영어선생님이 오시면 큰애는 걸핏하면 안한다고 오지도 않고 이제 19개월인 둘째가 먼저 책상에
 앉아서 진지한 표정으로(!) 오빠대신 공부합니다. 
영어선생님이 둘째도 시키라고 난리에요.. 그럴 마음은 없지만.. 신기하기도 하고.. 오빠가 없었으면 분명히 
시켰을텐데.. ^^;;;

  다르아루즈 10.09.19. 23:36
저도 그래요. 아이 눈치 봐가면서 답답해 하는 표정같으면 해석보다는 설명쪽에 가깝게 그림읽기를 해요. 어차피 우리글 책도 그림읽기를 하는 것이 좋으니까 이것도 그렇게 적용해보자 하는 마음으로요. 유아영어에 관련된 책을 읽어보면 하나같이 해석해 주지 말라고들 해요. 하지만 아이가 답답해할때는 설명을 덧붙여주는 것도 괜찮다하고.. 그림책은 그림으로 반 이상 이야기가 이어지니까 굳이 설명을 안 붙여주어도 이해할 수 있어요. 오히려 어학용 책으로 나온 학습영어책은 그림이 허접하고 내용을 건너뛰어 쉬운 몇개 문장으로 내용을 이끌려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아 해석을 해주어야 하게 되더라구요. 

  다르아루즈 10.09.19. 23:41
이런 점에서도 허접한 학습용 어학책보다는 잘 만든 그림책 원서가 글이 길더라도 아이들이 더 좋아하고 이해도 잘 될 것 같네요.
영어학습지는 저도 그런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었는데 하다보니 그냥 놀아주는 용으로는 가격이 꽤 되어 
부담이 자꾸 생기더라구요.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압박이 ㅡ,.ㅡ;;;;; 선생님이 와서 수업하는 시간은 좋아하지만 선생은 숙제검사를 하고 그것으로 아이에게 칭찬이나 핀잔을 주게 되니까 내 스스로는 숙제 없이 하고 싶어도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는 점도 있고요. 하루종일 유아에게 테입을 틀어주고 있는 것은 전혀 내키지 않고...

 
토정신과학쌤 10.09.16. 17:53
다르아루즈님~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좋은 경험 읽는 것만으로 저희는 시행착오를 줄일수 있으니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등대지기학교와 영어포럼을 비롯해 다양한 분들의 말씀을 정리해보면 영어는 정말 필요로 할때 호기심이 
생길 때 해도 늦지 않다고 정리했지요.
초등학교에서 수업과 평가가 있기에 우리 아이가 성적에 대해 우울할 수도 있겠지만 엄마 아빠가 성적에 
대해 욕심을 가지지 않고 때를 기다림을 아이가 안다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는 노출되는것에 조금 비례해서 잘하는것처럼 보일 뿐, 학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아는 영어샘말이 
기억나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다르아루즈 10.09.19. 23:32
국어 잘 한다고 언어방면에 천재라고는 안 한다는 이병민교수님 얘기도 마찬가지네요. 지원이 초딩때도 이 때의 경험 잊지말고 초심을 잘 지켜내야 할 텐데요~ ㅡ,.ㅡ

 
라일락 10.09.16. 19:03
다르아루즈님인데...ㅋㅋㅋ
유사아이디 다량신생할 터이니 우리 지켜보죠^^;;
저도 일본동화책 참 예뻐라 좋아했지요.
이젠 번역본 보니까 원서 볼일 없어졌네요^^
제 오빠가 일본 만화책을 넘 좋아해서 중학교1학년 때부터 독학해서--오빠 친구 몇몇이 다 그랬어요-- 
대학가서 결연대학에 갔을 때 전체 통역도 하고 그랬다는 가문의 영광스런 미담이 있습니다^^;; 그옆에서 제가 뭐 했을까요? 첨에는 만화도 같이 보고 영화도 보고 tv녹화 테이프도 닳도록 보고 했는데 ㅎㅎㅎ 전 결국 오빠가 번역해 놓은 만화책 읽고 자주 쓰는 구어만 좀 익힌 정도에요. 읽기는 거의 잊어 버렸고 쓰기는 ... 묻지마세요^^;; 외국어는 그런거 같아요~

  다르아루즈 10.09.19. 23:24
저도 10년전에는 일본에서 혼자 돌아다니며 되는 말 안되는 말 써가며 물건도 사보고, 길도 묻고 했는데 안쓰니까 다 까먹은거 있죠,.. 언어=쓸모 라는거~~

 
맨발각시 10.09.17. 05:00
우리 범이도 마르고 닳도록 읽는, 아니 보는 일본어 잡지책이 하나 있어요. '테레비마가진'이라고 파워레인저 온갖 시리즈와 드라마 주인공들을 소개한 잡지인데 우연히 헌책방 갔다가 녀석에게 한눈에 포착된 철지난 잡지죠. 헌책방의 그 많은 책무리들 속에 어떻게 그 잡지를 찾아냈는지 정말로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만 '꽂히는 것'은 따로 있나봐요. 속이 쓰려도 어쩔 수 없이 2천원 주고 사줬네요. 저는 히라카나, 가타카나 읽는 것외엔 일본어에 완존 까막눈이라 범이가 읽어달라하면 더듬더듬 읽기는 하는데 솔직히 그놈의 잡지책 확 던져버렸으면 싶다가도 좀있으면 시들해질텐데 싶어 가만 놔두고 있슴다 ㅎㅎ

  라일락 10.09.17. 21:57
ㅋㅋㅋ 우리 오빠의 일본어 터득의 시발점이 딱 그거죠...^^;;
중딩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영역들...(불온서적 포함;;;)
정말 작품성 있는 만화책부터 (만화)영화, 드라마, tv만화시리즈 등... 다행히도 워낙 광범위 다독형이라 
만화 책보는 거 집에서 허용해 주셨지요. 물론 감추고 보는 책 다량이었겠죠? ^^;;
오빠친구 네명 중 한명은 워낙 일본어가 이미 중학생이 수준급이라 친구들 초보 가르쳐 주고, 그 밖의 
외국어에도 몇개나 능통해서 참 독특했지요. 한 오빠는 용돈이 풍족하여 거의 사 대고 엄마한테 혼나니까 우리 집에 쟁여 놓고 ㅎㅎㅎ 암튼 일본어를 좀 읽기는 했나 봐요. 나머지 두 오빠는 아마 계속 그림만 봤겠죠?^^

  다르아루즈 10.09.19. 23:18
ㅎㅎ 더듬더듬 읽는 모습과 확 던져버리고 싶어하는 부글부글한 표정이 마구 머리에 떠오릅니다~

 
맨발각시 10.09.17. 05:05
애들은 한글을 알기 시작하면 영어에 급 흥미를 잃어버리는 듯. 무슨 뜻인지 모르니까 답답해서 그런가봐요. 그래도 노래로 부르는 건 대체로 좋아해요. 범이도 어린이집에서 배워온 영어노래를 신나게 춤추면서 부를 때가 있거든요. 그 역시 무슨 뜻인지 모르긴 마찬가진데도 입이 헤벌어져서 추는 걸 보면 그냥 댄스곡인 줄 아는 것 같다능 ㅎㅎ

  라일락 10.09.17. 22:04
외국어를 익히는 것은 분명 환경의 영향이 큰거 같아요. 자발적 참여가 필수고요^^ 범이도 아마유치원에서 실룩실룩 춤추며 절로 따라지는 노래가락으로 시나브로 영어를 즐겼을 거에요. 좋은 경험이죠. 
제 친구는 어머니께서 외국인회사 간부셨는데 아주 어릴 때부터 노상 집에 영어가 카셋트에서 흘러 나오고 
있었대요. 물론 바쁘신 엄마한테 배우진 못했는데 사무영어였을 텐데도 들으면서 자기의 발음이나 영어에 대한 친밀감이 생성된거 같다고^^;; 하더군요. 그 말 생각하면 노상 틀어 놓을래다가 저의 정신건강을 위해 안 합니다^^;; 지가 하고 싶을 때를 발견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환경도 좀 신경은 써야할 텐데... ㅎㅎ

 
서나서나 10.10.05. 07:08
첨으로 시작한 튼*영어를 접을까하고 생각중인데 이글을 읽게 되었네요.
선생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런데로 재미있어하나 미리 매일 들어야하는 것을 싫어해서 
길게보면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더군요.
한자는 스스로 의욕을 보이면서 호기심을 보이는데....
아이가 하고자하는 의욕을 가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멀리 보는 시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