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수 선생님의 메일을 받고 가입인사가 아닌 글을 처음으로 남깁니다.
저는 송파구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입시(보습) 학원의 강사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원래 꿈은 교사였는데... 계획보다 일찍(?)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이 길로 들어서게 되었지요. 처자식까지 앞에 두고 수험생으로 살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교육을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해서 생기는 고민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학원들, 특히 상급학교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사교육은 부모들의 욕심(?)과 불안 덕분에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됩니다. 저 역시 네살배기 아들이 있기 때문에 여러 부모님들의 자식에 대한 마음이 어떤지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기는 합니다.
어제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했는데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이 자녀 교육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좋은 말씀을 하시더군요. 뭐 대충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아들 : "저희들을 너무 방목하시는 거 아닌가요? 저희가 경쟁에서 뒤쳐질 수도 있다구요."
아버지(이외수) "너는 경쟁하지마! 심판보면 되잖아~ 굳이 경쟁해서 1등을 해야해?"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의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게 되면 대체로 이런 고민을 하십니다.
"그냥 저렇게 두면 우리 아이만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 아닌가요?"
"효과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시키지 않는 것 보다는 좋겠죠?"
그리고 제 답변은 거의 이렇습니다.
"그럼요~ 어쨋거나 하지 않는 것 보다야 낫지 않겠어요. 어머니!
저도 자식을 기르는 사람입니다. 믿고 맡겨 보세요. 한번 만들어 볼께요!"
성적이 오르는(학생 본인도 원했느냐와는 상관없이) 소수의 아이와 여전히 제자리를 머무는 다수의 아이들(여전히 매달 수십만원을 회비로 내면서도) 을 생각할 때마다 제 일에 대한 회의를 느끼곤 합니다.
정해진 답을 맞추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교육인가? 정답을 골라내는 것이 경쟁력 있는 교육인가?
경쟁에서 살아남고 승자가 되라는 이 사회의 교육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쟁'이라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사교육으로 정말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경쟁에서의 승리가 내 아들(딸)에게 행복한 삶을 가능하게 해줄까?'
세 가지 의문에 가운데 어느 것에도 저는 긍정적인 답변을 스스로에게 제시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학교와 사회...
그래서 결국은 제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는 학교와 사회...
그래서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에서 붕어빵을 팔더라도
아빠로서 내 아이에게 떳떳하고 아빠 스스로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
제도적인 차원에서의 여러 개선 사항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저를 포함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우리 부모님들의 마음의 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외수 선생님 말씀이 다시 떠오르네요~
"너는 경쟁하지마~"
p.s 아직 사교육이 필요치 않은 꼬맹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의 세상 모르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걱정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놀고 싶은 만큼 놀고... 책 읽고 싶은 만큼 읽고... 운동하고 싶은 만큼 하고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이렇게 제 자식을 다 키워놓고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말이죠~ 제 아들을 키우는 이야기가 성공스토리로 남으려면 아직도 15년 이상은 있어야 합니다... 그 전에 여러 선배 부모님들께서 이런 제 고민이 사라지는 세상을 먼저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 고야 회원님의 글입니다.
http://news.noworry.kr 의 '사교육걱정불안나눠요'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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