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교육의 현실, 그리고 핀란드 교육
4월 6일 화요일, 제4기 등대지기학교의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친 7시 정각, 윤지희 공동 대표님의 강사 소개가 끝나고, [행복한공부연구소]의 소장님인 박재원 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첫 슬라이드가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의 표지가 마치 학생들에게 ‘화두’를 던지는 것 같았다. 자녀교육 때문에 고민하는 우리 부모님들에게 이 보다 더 삼엄하고 엄숙한 ‘고민’이 있을까싶을 정도로 강렬했다. 더불어 40명으로 열기가 넘치는 강의실 분위기에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럼 여기에서 박재원 선생님의 강의를 살펴보자. 먼저 우리 아이들의 진단부터 강의는 시작된다. 아니, 아이에 대한 진단이 아니라 부모와 사회에 대한 진단이라고 하는 것이 옳지 싶다. 다음은 대한민국의 부모가 자녀에게 느끼는 것을 정리한 말이다.
“아이들 공부시키기가 너무 힘들다. 꿈도 없고 게임이나 하려고 해 너무 걱정되고 불안하다. 그래서 부모노릇 하기 정말 힘들다.”
행복해야 할 자녀교육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오게 되었을까? 공부시키기 힘들고, 아이는 꿈도 없는 대한민국, 그래서 부모노릇을 포기하고 싶은 대한민국,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여기에서 박재원 선생님은 문제의 출발점을 ‘아이’로 보는 현실을 지적한다. 그리고 교육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핀란드와 비교 분석해 보았다. 다음은 핀란드식 교육과 한국식 교육을 단적으로 비교해 놓은 것이다. 왜 우리가 배워야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식 교육
한국식 교육
교실 분위기
자유, 개인차이 존중
억압, 개인차이 통제
수업 방식
학생주도, 수업과 자습의 통합
선생님 주도, 수업 따로 공부 따로
수업 방향
개성과 의미, 참여 중시,
수업시간에 공부 계획 짜기경쟁, 획일, 평가, 구경하는 수업,
무조건 학생이 수용하는 수업
사회
학생에 대한 지원
학생 상호 간의 경쟁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살아간다는 것
최근 자녀교육서 중에서 핀란드식 교육과 관련한 책이 많이 출간되었다. ‘핀란드 공부법’, ‘핀란드 공부혁명’ 등.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국식 교육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바뀌어야 한다는 것,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주역은 단연코 ‘학부모’가 될 수 밖에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스스로가 변화를 원하기 때문에 괜찮은 학습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강의를 찾아다니고, 책을 찾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핀란드는 변하고자 하는 대한민국 학부모들에게 분명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등대지기학교의 첫 번째 수업을 맡으신 박재원 선생님은 부모님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사교육을 지양하고 자기주도를 먼저 시작하라. 그런 다음 사교육을 선택하라.
2) 엄마 주도가 아니라 아이와 의사소통을 먼저 하라.
3) 성적 지향이 아닌 성취동기를 부여해 주어라.
4) 잘못된 정보에 의존하지 말고 정보를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라.
5) 입학사정관제 시대라 해서 사교육에 의존하지 마라. 부모가 전문가보다 낫다.
6) 공부의 목적은 성공이 아니라 재미와 의미를 위한 것이다.
7) 아이와 함께 해 나간다는 파트너십을 가져라.
8) 조기 교육이 아이를 망칠 수 있다.
9) 가정에서 부모가 지원하고 공감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집 밖에서 찾으려하지 마라.
10) 세상은 조급하게 서둘지만 부모는 기초를 튼튼하게 다져주어야 한다.
11) 학습된 무기력이 아이의 잠재력을 죽이며, 긍정적 착각이 아이의 잠재력을 일깨워 준다.
12) 세상은 불신하지만 부모는 우리 아이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자. 그것이 잠재력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길이다.
13) 성공 경험만 있는 아이는 쉽게 추락한다. 평가목표 성향이 아니라 학습목표 성향으로 키워주자.
14) 부모를 위해 쉽고 편리한 길을 가는 것보다, 불안하고 힘들더라도 아이를 위해 기꺼이 그 길을 가야할 것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줄을 세운다. 누가 더 머리가 좋은지, 똑똑한지. 그러나 세상은 또 머리 좋은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 행복하라는 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이 아무리 줄을 세우고 우열을 따진다하더라도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만은 달라야 한다. 우리 아이의 다름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두뇌를 지배하는 힘은 감성이다. 그런데 벼락치기로 시험공부를 한다거나 무조건 외우게 하는 것, 그리고 무리한 숙제는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재미없는 공부를 강요하게 되는 꼴이라고 박재원 선생님은 지적한다. 지금 당장 우리 아이를 바꾸려하지 말고 천천히 부모가 먼저 바뀌면서 아이에게 다가가 보자. ‘유쾌한 동행’이 따로 있겠는가.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 어디 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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