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벌써 한해가 기울어갑니다. 보도자료 같은 딱딱한 소식만 주로 보내다가, 그동안 베푸신 따뜻한 관심에 감사드리고 싶어서 오늘 편지를 띄웁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09년 한해 쉴 틈이 없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도무지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모순을 실제로 풀겠다고 단체의 이름을 그렇게 정하고 보니, 일의 규모와 일하는 방식이 우리 상식이나 경험과는 전혀 다른 것을 필요로 했던 정말 벅차기만 했던 한해였습니다. 주장만 하기보다는 통계와 데이터로 국민을 설득하겠다고 결심해서 연구소를 출범시켰고, 입시 사교육의 피해자인 국민들을 일깨우겠다고 ‘등대지기학교’를 시작했으며, 영어사교육, 외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십수차례 토론회를 거쳤습니다. 또한 잘못된 사교육 정보로 고통받아온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아깝다학원비 100만 국민약속운동’으로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여러분이 아시는 바입니다. 상상을 했을 뿐, 그 일의 결과가 이토록 팽창할 것이라는 계산 속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아무리 어려운 문제이어도 핵심이라면 외면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섰을 뿐인데, 갑자기 그 자리가 중심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며칠 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년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오신 몇 분들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하는 일마다 상상을 넘는 성과가 있었던 것은, 우리의 노력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입시사교육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시대의 긴급한 요청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우리 시대 입시 사교육 문제는 반드시 풀릴 것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비록 연약해도 그 세상은 반드시 올 것이며, 아무리 절망스러운 정치 상황일지라도 그 세상은 반드시 찾아올 것입니다. 그 확신의 증거가 한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일로 표현되었다고 우리는 늘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더 희망찬 일들이 우리를 기다릴 것입니다. 모든 가능성을 다 부셔내는 절망이라고 좌절했던 사람들 가슴에 희망이 생기고, 무력한 피해자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새 시대를 만드는 주역으로서 일어서는 희한한 일들이 더욱 확산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공연한 덕담이나 낙관적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세상이 올 것이라고 한 뜻을 품고 새날을 위해 땀 흘리는 우리들이 있는 한,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이것은 안돼, 라고 절망하던 것을 다시 붙들고 운동의 이슈로 삼는 대담한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힘이 있든 없든, 역사는 그 길을 조명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잡을 것입니다. 그러니 선생님도 더욱 희망을 가지시고 계시는 곳에서 함께 뜻을 모았으면 합니다.
그동안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하기만 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대해 관심을 보내주시며, 이 운동을 주목해 주시는 눈길을 늘 인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의 입시 고통을 덜어주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면, 설령 우리의 이해관계를 해치는 일 일지라도 이를 자청하며, 또 내년에도 같은 길을 갈 것입니다. 국민들과 함께 하는 운동이지만 아직은 작은 단체이기에 내년에는 회원들도 더 많아져야할 것이고, 또 더 본질적인 교육문제에 우리 자신을 던지는 2010년이 되어야할 것입니다. 한 해 동안 참 감사했습니다. 선생님의 생애와 가정에 행복이 깃들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9. 12. 31.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올림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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