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과부 특목고 제도개선연구팀 보고서 논평(2009. 11.26.)
“교과부 외고 개선 안은 고교
입시 경쟁 및 사교육 부담을
오히려 더 늘릴 것입니다”
△ 연구팀의 외고 진단과 처방이 불일치... 오히려 고입사교육 폭증 유발 대책 △ 1안, 2안 모두 국제고를 외고 체제의 대안 혹은 병행안으로 제시하고 선발권을 부여, ‘고교에 학생 선발권’ 부여에 따른 기존 입시사교육 경쟁 더욱 격화... △ 입학사정관제는 고액사교육 유발 독소 정책... △ 외고를 특성화고나 자율학교 형태로 전환하면서, 희망학생을 대상 추첨 선발해야
고입 사교육 부담이 팽창하고, 중학생들의 입시고통이 극심한 상황에서, 온 나라가 외고 폐지 및 개혁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더 이상 외고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집권여당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이때, 교과부는 12월 안으로 외고 관련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하면서 연구 보고서를 동국대 박부권 교수팀에게 의뢰했고 27일 공청회에 앞서, 그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연구 결과를 검토해 보니, 너무도 어이없는 연구결과를 접하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연구팀은 이 안이, 외고 입시와 관련된 사교육부담과 입시고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안이라고 생각하고 내놓은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쌓이게 되었습니다. 이 연구보고서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제도개선팀의 보고서 질에 관하여
외고에 관해서 다루어야 할 쟁점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왜 외고가 문제가 되고 있는가에 관한 내용은 역사적 접근은 물론 정확한 실태 조사를 요구합니다. 입시 체제 분석, 교육과정 분석, 운영 실태, 사교육 유발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연구보고서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외고의 문제점을 피상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 국민들이 체감하는 문제의식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실한 선행연구 검토 위에, 외고에 관한 문제의식도 분명하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외고에 관한 문제를 나름대로 해부했고, 외고 출현의 역사적 배경을 추적한 흔적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외고 문제를 다루기에 빈약한 수준입니다. 빈약한 문제의식은 빈약한 정책대안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2. 박부권 교수팀이 제시한 1안의 평가
△진단과 해법의 불일치 : 어학능력 ‘우수’자는 특목목적 대상이 될 수 없어
연구자의 진단과 해법이 일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부권 교수팀은 어학 영재 양성이 학문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개념이라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안으로 제시된 1안의 경우, 여전히 외고를 특목고로 존치시키고 있습니다(p. 28). 연구자가 지적한대로 어학영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학영재를 목적으로 설립된 특목고로서 외고가 제외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연구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어학영재’라는 설립목적을 ‘외국어 능력 우수자’로 어학 능력으로 전환시키고 이를 특수목적고로서의 외고 설립 목적으로 재규정하고 있지만, 이 역시 납득할 수 없는 논거입니다.‘외국어 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을 특목고에 따로 모아 교육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면, ‘수학(數學) 능력 우수자, 사회 능력 우수자, 세계사 능력 우수자들’도 따로 모아 길러낼 특목고가 필요한데, 유독 외국어를 잘하는 아이들만을 특목고라는 이름으로 모으고 학교는 이 학생들을 선발해야 할지 설명해야합니다. 연구자의 관점은 어느 교과이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그들을 따로 모아 교육하는 ‘특수목적’이 가능하다는 전제인 셈인데, 이것이야 말로 입시명문고의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의 전형이 아니겠습니까?
△외고 존속, 국제고 등 선택지 허용 : 중학생들 고입 경쟁 및 사교육 부담 더욱 늘어
연구자가 제시한 대안 중 1안(외고를 존속, 혹은 타 학교 유형으로 전환)은 외고체제에 관한 쟁점이 입시경쟁과 중학교 수준의 고입 진학 사교육 폭증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접근법입니다. 외고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입시명문고로서의 외고에 진학하기 위한 선발시험에 통과하기 위한 고통과 비용이 크다는 것이고, 이를 풀어내기 위해 여당 에서조차 외고 입시 선발권을 없애는 방식으로 외고체제를 개혁하는 논의가 탄력을 얻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선발권은 외고에 고스란히 허용하고, 외고가 선택할 수 있는 더 매력적인 안(국제고)을 허용함으로, 입시고통과 사교육부담은 외고 이상으로 커지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대안이라고 해서 내놓은 안을 보면, 외고를 존속할 수도 있고 학교의 희망에 따라서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국제고, 일반계고로 갈 수 있도록 했는데, 어느 외고가 선발권을 주장할 수 없는 학교 체제(자율형 공립, 사립, 일반계고 등)으로 가고자 하겠습니까? 결국 1안은 외고의 존치 및 선발권 인정 및 국제고로의 진출이라는 또하나의 특혜를 외고에 선사한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입학사정관제 : 외고 입시 사교육 폭증의 뇌관이 될 것
외고 입시 선발에서, 입학사정관제는 사교육을 줄이지도, 입시 명문고로서의 외고의 지위를 떨어트리지도 않는, 외고 마음대로 학생을 뽑으라는, 현재보다 더욱 더 외고에 선발의 자유를 주는 제도입니다. 대학에서조차도 수년의 연구를 통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입학사정제도이고, 그 제도가 갖는 장단점이 너무 분명하고, 현재로서는 대입에서 조차 입학사정관제 대비 고액사교육 지출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외고가 이를 선택하도록 길을 열어주었으니, 참 걱정스럽습니다.
3. 박부권 교수팀이 제시한 2안 평가
△ 외고 폐지 대신 국제고로 가라는 메시지... 고입 사교육, 입시 경쟁은 줄지 않을 것
표면상, 연구자가 제시한 2안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외고를 폐지하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일반계고로 전환하자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 경우, "어떤 외고가 어떤 요건에 의해서 다른 학교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인가" 그 기준이 명확치 않고, 폐지 후 선택의 키를 외고에 허용하게 될 경우, 외고는 100% 국제고로 전환할 것입니다. 일반고나 자율형 공립, 자율형 사립고의 경우, 비평준화지역을 제외하고는 자체 선발권이 거의 없지요. 당연히 외고는 선발권을 허용하는 국제고로 전환을 위해 몸부림을 칠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고가 어떤 곳입니까? 청심 국제고의 경우, 사실상 전국단위 선발권(국제고 없는 지역 학생 지원 가능)이 있고, 내신은 물론 영어 면접과 심층 면접을 요구하고 있으며, 영어몰입교육을 할 수 있기에, 외고 입장에서는 기준만 맞추면, 더욱 매력적인 학교체제로 비상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국제고 진학을 위한 맹렬한 경쟁이 시작될 것입니다. 고입 사교육과 입시경쟁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안이 오히려 입시경쟁을 더욱 격화시키는 안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는 사실은 참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2안이 의미있는 대안이 되려면, 외고를 폐지하되 그 선택지에서 국제고를 제외시키고, 자율형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자율학교(일반고 중 특성화교육 강조 학교) 등으로 전환하되, 이 학교에 입학기회를 모든 이들에게 개방하고, 추첨하는 방식으로 정리해야할 것입니다.
△입학사정관제에 관한 장밋빛 환상 : 1,2안 모두 입학사정관제 폐지해야
입학사정관제도는 1안이나 2안이나 관계없이 입시사교육을 없애기 위해서는 도입될 필요가 없는 제도입니다. 대학입시에서도 그 도입을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이 제도 를 고교 입시에 붙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지금도, 외고들이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나름대로 영어에 흥미를 가진 학생을 거의 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루어 볼 때, 입학사정관을 통해서 사교육을 잡고 외고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은 순진할 발상입니다. 외고의 대안적 학교 형태를 제시하면서 그 학교들에 대해 연구자는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방법을 강구한다고 했지만(p.24), 사교육 수요는 입시명문고의 학생선발권 허용 그 자체에 있다고 볼 때, 이 제안은 이미 사교육 수요를 증폭시킬 제도를 도입해 놓고 그 수요를 억제하라는 모순적인 주문을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4. 우리의 주장
첫째, 이번 박부권 교수팀의 연구보고서 대로 제도를 바꿀 경우, 국민들이 아니라 외고에게만 만족을 주며, 국민들에게는 고입 사교육 고통과 입시고통을 오히려 더욱 가중시키는 정책이 될 것임을 우려합니다. 따라서 만일 정부가 고입 경쟁과 입시 사교육 부담을 현저히 완화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면, 이 연구보고서의 기본 틀을 수용해서는 안되며, 전면 재논의해야할 것입니다.
둘째, 1안은 외고를 존치하고 외고가 선호하는 학교체제(국제고 등)을 허용하고 입학사정관제를 허용했다는 점에서 외고체제 개선안이 아니며, 2안의 경우 외고를 폐지하고 다른 학교 체제의 전환을 제시했으나, 사실상 외고 유지나 다를 바 없는 국제고를 허용했다는 점에서 별반 1안과 다를 바 없습니다. 1안이든 2안이든, 국제고는 대안에서 제외해야합니다.
셋째, 외고 문제, 외고 입시 경쟁과 사교육 폭증의 근본 원인은 외고에 주어진 학생선발권 존치에 있습니다. 이런 외고를 폐지한다고 한들, 학생선발권을 허용하는 국제고를 대안으로 외고에 제시하는 한, 국민 고통은 해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넷째, 고교 입학 단계에서 입학사정관제 도입은 사교육비 유발 등 더 많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외고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면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학생선발방식은 복잡한 기준 제시보다는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선지원, 후추첨 방식을 적용해야 입시사교육이 근절됩니다. 이 간단한 방식을 왜 굳이 회피하려 합니까?
다섯째, 가장 적절한 외고 체제 대안은, 외고 폐지를 전제로 특성화고나 자율형 사립학교, 자율형 공립학교, 자율학교 등으로 전환하고, 학생선발 방식은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선지원, 후추첨 방식을 적용해야 합니다.
여섯째, 교과부에 더 이상 외고 개혁을 맡겨두어서는 안됩니다. 교과부 입장에서는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대책을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 한계가 너무도 명확한 상황에서 교과부에 기대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민의 고통에 민감해야할 입법부에서 외고 폐지 관련 법안을 조속히 발의하여 통과시켜야 합니다.
2009. 11. 26.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보도자료 관련 문의 : 김성천(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 02-797-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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